[인터뷰] 영화배우 김태희 1...‘애끓은 순애보, 엄마를 찾고 싶어요’

윤재훈 기자
  • 입력 2023.12.21 14:36
  • 수정 2023.12.2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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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태희. 사진=김태희 제공
배우 김태희. 사진=김태희 제공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보고 싶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연기로 풀어내는 배우가 있다. 천만 관객이 넘었던 영화 ‘한산’과 ‘극한 직업’에 출연했던 배우, 한산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전라좌수영 장수 배흥립 역으로 출연하였으며, 극한 직업에서는 이무배(신하균) 수하 역할로 액션 장면에 나왔다는 배우, '김태희'다.

영화 한산 스틸 사진
영화 한산 스틸 사진

하지만 어린 시절 그의 곁에는 어머니가 없었다. 그래서 엄마 손을 잡고 학교에 가고, 소풍도 가고, 집에서 함께 밥 먹고, 영화 보고 하는 그런 아이들이 제일 부러웠단다. 지금도 그런 추억 한 자락 없다는 것이 그를 못내 서럽게 하는 모양이다.

지금도 엄마의 안부가 못내 궁금하단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한 번이라도 만나보고 싶단다. 그것이 안 되면 먼발치에서 그 목소리라도 듣고 싶단다. 평생 어머니의 그늘에서 따뜻하게 살아온 대부분의 우리는 잘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다.

흙탕물 물굽이가 쏟아져
내려오는 강가
오리 새끼 한 마리가
엄마를 따라 물굽이를 오른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는 두려움
살기 위해서는 엄마를
뒤따라야 한다

자꾸만 떠밀려 내려가는 수초들
풀숲에서 노리는 수많은 짐승
12마리가 태어나 이제
저 혼자만 남았단다
어젯밤에도 엄마는 그에게
몇 번이나 또 당부를 했다

세상은 이겨내는 것이라고
혼자서 스스로 살아내야 한다고


누런 물굽이가 모든 것을
쓸고 내려가는 강가
세상은 점점 고요해지는데
오리 새끼 1마리만 버둥거리며
엄마를 따라 오른다

-‘ 장마’,  윤재훈

그래서 배우가 되고 싶었단다. 모든 사람이 안방에서 보는 TV나 영화, 그곳에 나가면 엄마를 더 빨리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엄마가 55년생이었으니 하마, 지금쯤 69세가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더 늙기 전에 그 엄마를 한번 보고 싶다는 그의 순애보가 애끓는다.

배우 김태희. 사진=김태희 제공
배우 김태희. 사진=김태희 제공

어린 시절 그는 운동을 열심히 했다. 아마도 텅 비고 썰렁한 집이 들어가기 싫었서 더 열심히 했을지도 모른다. 어려서 시작한 달리기는 몸이 빠르고 제법 재주가 있어 시 대표, 도 대표까지 했단다. 남에게 지기 싫어했고 집에는 엄마가 없어 밖으로 떠돌다 보니, 싸움도 참 많이 했단다.

자라면서 권투, 태권도, 합기도, 수영 등 다양한 운동을 했으며, 거기에 골프, 말타기까지 거의 만능 스포츠맨이 되어 갔다.

또한 철이 들면서 가진 것도, 인맥도 없는 자신이 꾸준한 운동과 자기 관리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겠다는 절박함까지 몰려왔다다. 그래서 언제, 어느 역이라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그런 몸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도 준비하고 있단다.

여기에 자신이 지금까지도 나쁜 길로 가지 않고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한 아버지의 보살핌 덕분이었다고 한다.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지금도 더욱 노력을 하고, 중심을 잡고 살려고 노력하고 있단다. 

아버지는 지금도 다 큰 자식을 잊지 못하고, 수시로 배곯지 말라고 밑반찬을 갖다 주신단다.

배우 김태희. 사진=김태희 제공
배우 김태희. 사진=김태희 제공

그에게 엄마에 대한 기억은 아주 어렴풋하게나마 5살쯤엔가 머물러있다고 한다. 엄마랑 어디선가 헤어진 것 같은데, 따뜻하게 사랑을 받았다던가 그런 기억은 없단다. 엄마랑 형이랑 셋이 단칸방에서 살며 밥 먹었던 기억은 난단다. 아버지는 항상 집에 안 계셨고 엄마에게 젓가락질을 잘못한다던가, 밥 먹을 때 턱 괴지 말라는 등, 혼났던 기억도 어렴풋하단다.

한방에서 넷이 살았던 기억, 엄마가 심부름시켰는데 들고 오다 무언가를 깨먹었는지 혼났던 기억. 희미하게나마 명절날이었을까, 엄마가 아빠랑 싸웠는지 형은 없고 저만 데리고 바닷가 쪽 외할머니댁으로 가서, 혼자서 바닷가를 돌아다니던 기억이 난단다. 그 바다는 아득하게 노을이 떨어지는 서해 어디쯤이었던 것 같단다.

배우 김태희. 사진=김태희 제공<br>
배우 김태희. 사진=김태희 제공

두 분이 다투다가 이혼하신 것 같은 그런 기억들이 전부여서, 어머니에게 안겼다던지, 따뜻한 밥을 함께 먹었다던지, 그런 추억이 없어 그를 더욱 슬프게 한단다. 그런 것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지금도 여자를 만나면 우선 거리감부터 느껴진단다. 어떨 때는 엄마에게 사랑을 못 받아서 그런가 하는, 아쉬움까지 몰려올 때가 있다고 한다.

그러다 1, 2년 후쯤 유치원 다닐 때 새 아주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학대가 시작되었단다. 밥도 잘 안 주고 때리기까지 했단다. 그러다 아빠가 오면 밥도 지어주고 말도 이쁘게 하면서 연기를 잘했다고 한다. 그러다 아빠가 나가면 다시 뭐라고 하고. 그래서 1학년 때쯤 울고 있던 자기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떠오른단다.

2, 3학년 때쯤에는 새 아주머니는 오전에 자개 붙이는 것 같은 부업을 할 때 강제로 시키고, 또 스킬자수, 카펫 같은 것도 실로 짜게 하고는 돈은 다 혼자 가져갔단다. 형은 온순해서 곧잘 했지만, 자신은 너무 싫어 자주 집을 나가 있었단다.

그리고 아빠 올 때까지 지하실에 숨어 있다가 밤 10시쯤 같이 들어가곤 했단다. 아빠가 “왜 여기 있냐?”하고 물으시면 저 아주머니가 일을 시켜서 싫다고 했단다.

김태희 배우. 촬영=윤재훈 기자<br>
김태희 배우. 촬영=윤재훈 기자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니까, 4학년 때쯤부터는 아예 집을 나가서 친구 집에 며칠씩 있으면서 집에도 안 갔단다. 네가 어리니까 친구 집에서 재워주지 않으면, 처지가 비슷한 애들끼리 아파트 지하실이나 남의 집 창고에서 잤다.

그러다 아버지가 잡애 들어오면 내가 없고 그러면 그 아주머니와 또 싸우고, 화해하고, 아버지가 나가면 또 나를 때리고, 욕하고 하는 생활이 반복되었단다. 어느 날인가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문틈으로 밖을 보니 4학년 형에게 또 그 부업을 시키고 있어 보기도 싫어, 방에서 오줌을 쌌단다. 그리고 오줌을 쌌다고 또 때리고 하는 악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단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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