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니어] 초로기 치매, ‘50대 치매라니, 일터를 잃은 사람들’...정나나 노원구치매안심센터 팀장

김남기 기자
  • 입력 2023.07.27 16:20
  • 수정 2023.11.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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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낯설게 느껴졌던 ‘초로기 치매(初老期)’.
아직 한 참 꿈을 펼칠 이른 나이에 갑작스레 찾아온 치매.
그 궁금증에 초로기 치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노원구치매안심센터의 정나나 팀장을 찾았다. 초로기 치매와 더불어 치매카페 등 치매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정나나 팀장은 간호사로 근무하다, 육아 휴직으로 일을 그만두게 됐다. 이후 치매안심센터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어느덧 12년 동안 치매 어르신과 즐거운 동행을 하고 있다. 센터에서 어르신을 대하는 말투와 미소에서 ‘즐거운 동행’이란 말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센터에서 치매 환자의 가족들과 대면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나나 노원구치매안심센터 팀장
정나나 노원구치매안심센터 팀장

초로기 치매, ‘50대 치매라니, 일터를 잃은 사람들’

초로기 치매 어르신이 꽃차와 카드를 담은 기념품을 만들고 있다. 촬영=김남기 기자
초로기 치매 어르신이 꽃차와 카드를 담은 기념품을 만들고 있다. 촬영=김남기 기자

‘마음을 담아드림’...초로기 치매환자 ‘굿즈’ 만들다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오늘은 초로기 치매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는 날이다. 매주 금요일 오전에 초로기 치매환자가 노원구치매안심센터에 모여, 인지향상과 건강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오늘은 다음 주에 있을 D-카페(치매카페)에 참여자를 위해 기념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분주한 모습이다.

이날 초로기 치매환자는 미술심리 활동으로 초로기 치매환자의 속마음을 표현하고, 글씨를 쓰는 연습을 했다. 초로기 치매환자의 글귀가 적혀 있는 카드와 꽃차 티백을 담아 굿즈를 제작했다. 

 '꽃 내음이 한가득', 초로기 치매환자가  만든 꽃차. 촬영=김남기 기자
 '꽃 내음이 한가득', 초로기 치매환자가  만든 꽃차. 촬영=김남기 기자

한 자 한 자 마음을 담은 글을 읽으며, 꽃차를 마셔보았다. 그 향기가 의외로 향긋했다. 

느리지만, 정확하다. 서툴지만, 집중한다. 깜박 잊어버리지만, 반복한다. 그래서 이 시간이 즐겁다.

향후 클라우딩 펀딩을 이용한 굿즈 판매와 D-cafe(치매카페) 등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역할부여로 가족의 부양 없이 독립적인 생활의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이날 미술치료에 도움을 준 아트온어스의 송정은 센터장은 치매·암 어르신, 강원도 산불 피해지역 어르신, 거제도 노동자와 어린이, 네팔 지진피해 어린이, 외국인 미등록 아동 등의 미술 치료 경험을 갖고 있다.

꽃차와 카드를 담은 굿즈. 촬영=김남기 기자

초로기 치매, 노인성 치매보다 더 증상이 심각하다

‘초로기(初老期) 치매’는 65세 이전에 중상이 시작되는 치매이다. 40~50대에도 발현하기 때문에 정신질환으로 오해받고, 치료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젊은 나이에 치매증상이 있어도 정신과에 가기를 꺼려해, 치매로 진단받기 어렵다.

‘초로기 치매’는 퇴행성 노인성 치매하고 비슷한 증상을 앓고 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훨씬 더 심각하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정신행동 증상인 망상이나 환청, 환시 등이 심하다.

증상의 발현에서 치매가 되는 기간이 노인성치매보다 빠르다. 그래서 별병후 10년이 지나면, 요양시설에 보호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꽃 안에 행복', 초로기 치매환자가 마음을 담아 만든 카드. 촬영=김남기 기자
'꽃 안에 행복', 초로기 치매환자가 마음을 담아 만든 카드. 촬영=김남기 기자

한창 일할 나이에 경제활동 멈추다

초로기 치매환자의 가장 큰 문제는 지속적인 경제활동이 제약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꿈을 펼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할 나이에 멈춰버린 것이다. 한창 일할 나이에 초로기 치매환자는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

치매 선진국은 치매환자의 인지상태에 따라서 부서를 옮겨주기도 한다. 예전처럼 업무는 못 하지만 난이도를 낮춰가며, 사회적 역할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치매환자에 대한 이런 복지는 치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포용문화의 결과인 것이다.

일본의 NPO(비영리단체)는 치매환자의 사회적 역할을 이어주는 활동을 한다. 회사가 어렵다면, 단체가 나서서 지원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초로기 치매환자의 사회적 인지도가 낮아, 잠재적 초로기 치매환자가 많다.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에게 진단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받기 쉽지 않다.

그래서 초중년에 인지저하 문제 등의 문제가 발견했을 때, 조기에 진단받고, 사회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치매안심센터의 역할이다.

초로기 치매, 맞춤 프로그램 필요하다

초로기 치매와 일반 노인성 치매환자는 프로그램을 다르게 운영한다. 초로기 치매환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나이이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건강하다. 그래서 초로기 치매환자는, 노인 치매환자 보다 좀 더 강도가 높은 운동 치료를 한다.

그동안은 초로기 치매환자의 수가 적기 때문에 별도의 인지, 운동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센터는 초로기 치매환자의 니즈에 맞는 특화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경제적인 자립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치매환자 가족이 센터 휴게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촬영=김남기 기자

치매환자 가족 인터뷰

기자는 노원치매안심센터에서 기억키움학교와 초로기 치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치매환자의 가족 5명과 인터뷰를 했다. 이들은 어머니, 아내, 남편의 보호자로, 치매안심센터 휴게실에서 서로 덕담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눈인사하면서 안면을 익히다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면서, 치매정보와 애로사항을 나누는 친구가 됐다.

Q. 초로기 치매 프로그램 참여 계기는?

A. 59세 초로기 치매 아내 가족 
제 아내는 59세로, 작년에 치매 진단을 받은 초로기 치매환자이다. 아내는 중학교 교사였는데 30년 근무하던 학교에서 54세에 퇴직했다.

그 당시 아직 젊다는 생각에 치매라는 인식을 전혀 못 했다. 자주 잊어버리고, 두통을 호소해서, 갱년기 우울증인 줄만 알았다. 그래서 우울증 약만 한 3년 먹었는데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고 더 나빠졌다.

치매안심센터에서 초로기 치매 프로그램을 권유받아 참여하고 있다. 이후 치매환자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치매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때는 서로 다투기만 했다.

Q. 기억키움학교 참여 후 변화는?

A. 82세 치매 어머니 가족

제 어머니는 처음에는 센터에 오기 싫어했다. 하지만, 교육받고 나면, 즐거워했다. 집에서는 항상 우울해하고, 자해하고 우울증 약을 먹어야만 했다. 센터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치매 증상이 완화되고 있다. 센터에 어머니를 모시고 오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교육받는 동안 나의 시간을 갖는 것에 만족한다.

센터 수업 후에 집에 하나씩 살림이 늘어난다. 수업 중에 만든 화분이나, 부채, 접시 등 오실 때마다 자신이 만든 작품을 가져온다. 어머니는 방에 전시해 놓고, 뿌듯해한다. 내가 만든 작품을 기억하며, ‘이쁘다’면서 쳐다보고 계신다.

치매 어르신이 화분을 만들고 있다. 사진=노원구치매안심센터 제공

A. 68세 치매 아내 가족

제 집사람은 집안에만 있으면 불안해하고 우울증 증상을 보인다. 센터에 오면 무척 즐거워한다. 다녀오면 언제 또 가냐고 물어본다.

Q. 치매가족 모임이 있는가?

A. 우리처럼 휴게실에서 모여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치매가족 자조모임을 구성해 센터에서 자주 모였으면 한다. 사적인 공간에서 편안하게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힘들 때 서로 의지하며, 어려움을 얘기하면, 스트레스 해소가 된다.

Q. 치매 가족을 위한 필요한 지원은?

A. 하루 종일 함께 있는 것이 힘들다. 아직 재가 요양보호사의 혜택을 못 받고 있다. 최근에 치매가족을 만나면서 장기요양보험에서 지원되는 것을 알았다.

배회감지기가 있으면, 치매 환자가 가족 모르게 외출 시 도움이 되는데, 목걸이형으로 GPS 기능이 탑재된 배회 감지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감증명서를 발급할 때에도 지문이 잘 안 나와서 기본 인적사항을 말하면 발급해 주지만, 기억을 못 해내면, 발급을 받을 수 없다. 법원에서 발급받아야 한다고 한다.

Q. 장기요양보험 등급판정의 어려움은?

A. 치매 환자는 신체적으로 건강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현장 실사가 나와도,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치매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다. 난폭한 행동과 언어가 동반되어야 높은 등급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의사의 진단서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함께 치매 프로그램을 받고 있는 어르신들. 사진=노원구치매안심센터 제공

초고령 지역 노원구, 치매 프로그램

노원구는,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 홀몸 어르신 등 노인인구가 많다. 그래서 이분들의 눈높이에 맞춰 치매사업을 운영 중이며, 치매환자와의 접근성과 서비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찾아가는 치매안심센터 캠페인’. 사진=노원구치매안심센터 제공
‘찾아가는 치매안심센터 캠페인’. 사진=노원구치매안심센터 제공

경로당이나 복지관, 노인 밀집 거주 지역 등에서 ‘찾아가는 치매안심센터 캠페인’을 전개해 어르신들의 조기 치매 검진과 건강관리를 위해 애쓰고 있다.

노인성 치매사업은 어느 정도 성숙했다. 그중에서 사각지대의 치매노인을 위한 특화 프로그램으로 조기에 치매환자를 발굴해, 치매 프로그램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일상생활 활동훈련센터는, 어르신이 거주하는 공간처럼 훈련 장소를 꾸며,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거나, 직접 자택으로 방문해 개별 맞춤형 일상생활 활동 훈련을 하고 있다.

스마트센서와 유니버설 가구로 꾸민, 일상생활 체험 공간. 촬영=김남기 기자
스마트센서와 유니버설 가구로 꾸민, 일상생활 체험 공간. 촬영=김남기 기자

정상 어르신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걷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플로깅은 자연 친화적인 프로그램으로 지역사회에 산책하며, 쓰레기 줍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이나 고위험 치매 어르신은 치매 안심센터 외에는 프로그램 받을 곳이 없다. 그래서 센터에서는 센터 내에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치매 어르신 댁에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D-Cafe(치매카페) 첫 오픈날, 치매가족이 함께 애환을 공유하고 있다. 촬영=김남기 기자
D-Cafe(치매카페) 첫 오픈날, 치매가족이 함께 애환을 공유하고 있다. 촬영=김남기 기자

D-Cafe(dementia, 치매)...‘치매환자와 가족 수다방’

D-Cafe는 지역사회에서 치매 어르신이나 가족분들이 마음 놓고 지역의 시설을 활용하고, 지역민이 치매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첫 D-Cafe 행사는 7월 24일 ‘노원 더숲 카페 아트시네마’에서 시작했다. 이번 행사는 ‘아빠의 아빠가 됐다’ 저자 조기현 작가와 치매환자 가족의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열렸다. 이날 초로기 어르신들의 활동 결과물인 꽃차와 손글씨 굿즈를 기념품으로 나눠주었다. 

노원구 치매한심센터의 D-Cafe는, 치매 어르신과 가족이 커피 마시며, 공연 볼 수 있고, 서로의 일상을 유지하게 해주는 것이 목표이다. 정신과 의사와 간호사 등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와 치매환자로 구성된 연극 동아리의 공연 등도 앞으로 계획돼 있다.

치매 어르신 VR 가상체험 프로그램 참여’. 사진=노원구치매안심센터 제공
치매 어르신 VR 가상체험 프로그램 참여’. 사진=노원구치매안심센터 제공

치매환자 동아리활동

올해부터 치매안심센터는 치매환자 동아리 활동을 지원한다. 인지프로그램 참여 치매 어르신은 작업, 원예, 음악, 미술 치료 등을 받고 있었다. 이분들을 주축으로 스스로 프로그램을 제안하면, 센터에서 지원해 주는 형태이다. 각 인지 동아리의 니즈에 부합되는 맞춤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센터가 만든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홍보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보다, ‘치매 어르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동아리 모임 장소는, 치매센터 이외에도 경로당, 복지관 등 어르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강사를 파견하거나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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