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530리를 따라, 아릿아릿 아지랑이 피어오르는둑길을 걸었던 추억을 잊지 못한다. 내 머리 위에서 팡, 팡, 터지며 혼절할 듯피어오르던 그 벚꽃 내음,어느 논둑길에 제 무게에 못 이기고 쓰러져 있던빨간 앵두나무에서 입이 붉도록 따 먹고서로의 얼굴을 보고 웃던 일[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봄이면 섬진강을 따라 화계 장터에서 이어지는 10리 벚꽃길이 아름다운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인 쌍계사(雙磎寺), 남북국시대인 통일신라 성덕왕 23년인 724년에 의상대사의 제자인 승려 삼법과 대비 두 화상이 개산하고, 진감선사가 가람구조
차미란은 윤해원이 고등학교 1학년 때 자취하던 주인집 딸이었다. 하얀 칼라 깃을 단 검은 교복을 입고 두 갈래로 머리를 땋아 묶은 미란이 누나는 어쩌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여름방학이 가까이 다가오자 미란이의 방 안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조그만 책상이 놓여 있었으나 고3인 미란이가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무슨 꿈을 꾸는 듯 마당에 나와 수돗가에 핀 선홍색 봉숭아꽃을 손톱에 물들이며 노래를 부르곤 했다.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윤해원은 서울 P대학을 마치고
어쩌면 인간은 지구상에 온갖 쓰레기만 양산하는,파렴치한 동물일지도 모른다.[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이제 지리산 능선 산행도 절반을 더 지났다. 머지않아 덕평봉이 나올 것이다. 어서 빨리 가 이씨 노인이 그윽하게 내려다보는 선비샘에서 시원한 약수라도 한 잔 마시고 싶다. 그 샘가에는 지리산에서 지천으로 피어나는 들꽃들처럼 어렴풋한 전설들이 몇 개 떠다닌다.먼 옛날 지리산 덕평봉 기슭 아래 그 봉우리 이름을 딴 듯한 덕평 마을이 있었다. 마을에는 이씨 성을 가지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조상 대대로 내려온 화전민의 자식으로 가난에 쪼들
[이모작뉴스 조경희 기자] 무덥고 습한 장마철인 요즘, 피톤치드 가득한 여름 숲은 피서하기 안성맞춤이다. 이번 주말, 한 주 동안 쌓인 피로와 더위로 인한 불쾌함을 떨치려면 서울대공원 숲에서 하이킹해보자.서울대공원은 아름드리 나무가 울창한 숲이 있어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특히 청계산 자락에 위치한 동물원 둘레길과 산림욕장은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다양한 코스로 숲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초여름부터 산림치유인자로 불리는 ‘피톤치드’가 많이 발산되어, 숲을 걸으면서 항염과 항균, 살충, 면역 증진, 스트레스 조절 등을 도와주
[이모작뉴스 송선희 기자] 2050 탄소중립 시민실천단이 쓰레기 다이어트를 위해 포장재 없는 식재료 소량 구매하기, 장바구니와 개인 컵, 손수건 가지고 다니기 등 3개월간 생활 속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해 생활폐기물을 35%를 줄였다.서울시와 녹색서울시민위원회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자치구 탄소중립 2050 시민실천단 303명과 함께 ‘쓰레기 다이어트’를 실천했다. ‘2050 탄소중립 시민실천단’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5개 자치구별로 활동 중인 시민단체, 시민들이 모인 조직으로 가정, 학교, 기업 대상 탄소중립 생활 실천 활동을
오스만 대제국의 나라, 터키를 가다묵은해니 새해니 분별하지 말게날 가고 달 가니 해 바뀐 듯하지만보게나, 저 하늘이 달라졌는가우리가 어리석어 꿈속에 사네.[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이란인인 22세와 33세 젊은 커플과 국경을 넘어오다 친해져, 그들이 묵는다는 숙소를 따라갔다. 아마도 두 사람은 이란에서 살만한 집안의 자제인 모양이다. 차도 마침 숙소 근처에서 내린다.다른 나라 국경을 넘어왔는데도 내 주머니에는 그 나라 화폐가 한 푼도 없어 걱정스러웠는데, 마침 ATM 기계가 있다. 이국에 나와 돈을 찾고 숙소를 잡고 나면 한숨 돌릴
조지아_시그나기사랑을 위하여, 가오말조스Gaumarjos(건배)“우리 앞에는 모든 것이 있었지만,한편으로 아무 것도 없었다.우리는 모두 천국으로 향해 가고자 했지만,우리는 엉뚱한 방향으로 걸었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중[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시그나기에서 이곳 출신인 조지아 최고의 화가 를 떠올리니, 생각이 많아진다. 노란 손수건의 이야기가 하릴없이 떠오르더니, 이번에는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꼭 닮은 친구의
조지아 화가 '피로스마니'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 주인공만약 당신이 내 편지를 받았다면난 그 편지에 내가 조금 있으면,자유라는 것을 당신에게 말해 줬어요그럼 당신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겠죠만약 당신이 아직도 날 원한다며만약 당신이 아직도 날 원한다면노란 리본을 늙은 오크나무에 걸어주세요3년이 지났어요아직도 날 원하나요?- Tie a yellow li bon round the old oak tree(1973)[이모작뉴스 윤재훈] 우리나라에서 가수 심수봉이 불러서 유명해진 백만송이 장미의 주인공인 화가
[이모작뉴스 전부길 기자] 기후변화 분야의 가장 권위있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다. IPCC는 2018년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1.5도씨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모든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탄소중립이란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흡수량을 제외한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국회 통과환경부는 기후위기 대응과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법적 기반으로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한여름의 새벽은 해가 중천에라도 오른 듯 훤하다. 오늘 하루도 얼마나 더 열섬 속에서 허덕여야 하는가. 어젯밤은 열대야에 지구촌의 가슴 아픈 뉴스들까지 쏟아져 잠을 설쳤다. 아프카니스탄과 아이티의 참상. 가슴이 답답해 서성이는데 뜻밖의 초록이 눈을 간질인다. 유리 꽃병에서 피어나는 싱싱한 이파리들. 고구마순이다. 고구마순이 며칠 사이에 몰라보게 풍성하게 자랐다. 고구마 두 개가 피워 올린 싱그러운 초록 세상이다. 할아버지 수염 같은 하얀 잔뿌리들은 부지런히 단물을 빨아올리느라 여념이 없다. 그렇다. 더위는 더위이고, 지금은 녹음방초
[이모작뉴스=전부길 기자] 경상남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최하고 경상남도 자원봉사센터가 주관하여 ‘Cool(쿨)한 할배 할매 안녕한 여름나기’ 키트를 제작 지원한다.여름나기 키트는 넥밴드 마사지 선풍기, 여름이불세트, 1인용 대자리, 천연염색 손수건 2종세트, 캘리액자(응원메시지), KF-94 마스크 등 6종으로 구성됐다. 이번 활동은 올 여름 무더위에 대비해 사천지역 취약계층 어르신들이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키트 100개를 제작했다.키트는 사천시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및 경남지체장애인협회 사천시지회를 통
'백만 송이 장미의 나라', 조지아세계의 통로, 실크로드를 지나면 생각이 많아진다.하늘이 준 이 아름다운 자연의 비경과 푸르른 하늘,그 아래 평화로운 지상.오랜 인류의 역사를 생각하면, 햇빛과 바람, 비에 풍화되어땅에 파묻힌 인류의 문명은, 많은 영감과 반성을 불러온다. [이모작뉴스 윤재훈기자] 갑자기 어디선가 노래가 나온다. ‘그때 그 사람으로’으로 대학가요제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심수봉 씨가, 1997에 불러 7080세대의 가슴을 뜨겁게 했던 곡이다. 그녀의 물기 어린 목소리
[이모작뉴스 송선희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극심한 외로움을 겪고 있는 독거노인들의 마음방역을 위해 서울시 성북구 석관동 통장들이 나섰다.지난 10일 석관동 복지통장들은 관내 독거노인들의 코로나블루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식물을 직접 화분에 심어 전달했다. 이밖에 마스크 등 방역물품과 학생들이 직접 제작해 기부한 손수건을 함께 전달했다.물품 전달과 함께 복지서비스 상담과 코로나 면역에 취약한 점은 감안해 문손잡이, 테이블 등 집안을 소독했다. 이날 반려식물 나눔활동은 방역수칙을 철저히 엄수하며 시간대별 소수인원으로 조를 꾸려
[이모작뉴스 박은지 기자] 1978년, 미아동의 단독주택에는 곳곳에서 라디오 음성이 흘러나온다. 안방에서 1960~70년대 최고 인기 라디오 드라마와 함께 교양방송이 들린다. 갓 대학생이 된 오빠는 어학 방송과 AFKN을 통한 라디오 교육방송을 들으며 공부를 한다. 그리고 프로야구 출범 전 인기를 끌던 고교야구 방송을 들으며 여가시간을 보낸다. 영희는 자신의 방에서 ‘밤을 잊은 그대에게’ 진행자 황인용의 음성을 들으며 사연엽서를 쓰고 있다.1970년대의 라디오 문화를 재현한 전시회가 서울생활사박물관 4층 기획전
“‘만물의 영장’이란, 인간의 오만덩어리에서 나온 협오스러운 말이다.이번 사태에서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 인류에게는 희망이 없다.” 프랑크푸르트, 기름을 머금은 라인강에서수만 마리 물고기가 숨이 막혀 죽고 말았어.시민들로서는 놀라워할 이유가전혀 없는 거야흐르는 물결이 너그럽거든.물결은 재빨리 강기슭을 지나파리 떼 들끊는은빛 시체 더미를 몰고 가 버린다구시체 썩는 냄새가마비된 우리의 감각에 와 닿기도 전에바람이 먼저 악취를 휩쓸고 가버리니,모든 것은 기막히게 제 자리를 찾는다구. - 한스 카
“자연이 아프면 내 몸도 아프다.”【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우리 집 수챗구멍 아래에서 금붕어가 헤엄치고 노는 그런 로망을 꿈꾼 적이 있다. 그런데 십여 년 전부터 내가 사는 의정부의 도심을 흐르는 부용천이 몰라보게 맑아졌다.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사는 것은 물론이고 천둥오리, 백로, 가마우지 등 종류를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새떼들이 찾아온다. 가끔은 갈매기 한 마리가 이곳까지 와서 먹이사냥을 하다가 돌아간다.한강에서 산란하기 위해 잉어 떼들이 올라오고, 천둥오리는 아예 텃새가 되었다. 우리나라 도심의 강
소판돈씨(67세)는 77년도 한정판으로 발행된 10원짜리 동전이 100만원을 호가한다는 뉴스를 접한 후, 도무지 마음이 잡히지 않고 꽁무니에 성냥불이라도 붙은 망아지처럼 허둥댔다.그날도 동사무소 주민센터 노인스포츠댄스 무료강습회에서 사귄 연상의 홍싸리(洪舍利) 여사와의 약속도 까맣게 잊어먹고 동전을 찾느라고 온 집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소판돈씨는 본래 여린 심성을 타고나 시골에 살 때도 달구새끼(병아리) 한 마리 제 손으로 잡지 못한 위인이었다. 하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그는 돈의 망령에 홀려도 단단히 홀려 제 정신이 아니었
라일락 꽃잎이 날리던 날, 수학여행 버스가 교문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떠나가는 뒷모습에는 아스라이 그리움 같은 것이 혹은 슬픔 같은 것이 매달려 있었다. 버스가 교문 앞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를 건너 면소재지 삼거리를 돌아나가자 버스 옆구리에 새겨진 ‘청운(靑雲)관광’이라는 글자가 가물거렸다.남겨진 아이들은 남학생 두 명, 여학생 한 명, 이렇게 셋이었다. 한동안 어떤 미세한 소리도 들리지 않고 말(言)이 갑자기 길을 잃은 듯 교실에는 고요가 숨을 죽였다. 여자애는 복도 쪽 자기 자리에서 머리칼만 자꾸 앞쪽으로
나이가 예순둘이라고 했던가? 나보다 열 살이나 아랜데, 입술을 샐룩이다 휑하니 돌아서면 어쩌나? 송 씨는 30분이 지나도록 거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하룻밤 사이에 얼굴은 더 쭈글쭈글해지고 검버섯도 몇 개나 더 도드라졌다. 괜히 부아가 치민다.“아버님, 11시쯤 도착할 게요. 준비하고 기다리세요.”마치 자기가 맞선을 보는 양, 달뜬 며느리의 전화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혼자 지낸 지 벌써 1년이다. 1남 2녀가 모두 출가하여 같은 서울에서 살지만, 아무도 송 씨에게 관심을 두는 자식이 없다. 며느리만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