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낙엽 위로 똑똑 떨어졌다. 도토리와 밤 몇 톨 떨어진 길 위에서 기분까지 촉촉했다. 10월 초인데도 아직 가을이 안 오셨다.2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돌아오자마자 매주 서울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 14일 새해 벽두에 8코스를 완주했다.이후 시간이 날 때마다 서울둘레길을 걸었다. 동행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홀로였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이맘 때 연재를 시작했다. 신문사를 운영하는 지인의 좋은 뜻을 지지하기 위해 자그만 힘을 보태고 싶었다.이 나의 ‘소확행(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런 버핏(89)의 재산은 거의 100조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에 이은 세계 세 번째로 갑부다.그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실행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대명사다. 2000년 이후에 약 45조를 기부한 기부왕이다.그는 주식중개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소위 ‘금수저’와 거리가 멀었다. 그는 11살에 주식을 공부해 ‘가치투자’의
몇 년 전 대학교수로 정년퇴직한 선배를 우연히 만났다. 그것도 강남역 5번 출구 앞 우리 회사 앞에서 딱 부딪쳤다. 그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콩다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말했다.“의학의 발달로 인생 후반전이 길어졌다. 아이들 다 크고 하던 일에서 손을 놓기 시작하는 5말6초(50대 말, 60대 초)가 다시 맞이하는 인생의 전성기이다. 그러니 그때 재미있게 보낼 수 있게 준비하라.”단 20여 분간 만남이었지만 메시지는 강렬했다. “청춘은 오래 전에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그 말은 벼락
SBS 드라마 가 첫 회부터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스턴트맨 이승기와 신분을 숨긴 국정원 블랙요인 배수지(수지)의 케미(화학적 결합), 동명의 일본만화와 그 만화의 원작 소설 관계도 등 매혹적인 키워드 등이 어필한 탓이다.K-드라마의 우수한(?) 유전자는 글로벌에서 단연 최고수다. 엄지척이다. K드라마의 마법은 “의사나 변호사, 검사, 정치인 등 어떤 직업이 등장해도 결국 ‘러브스토리’로 귀결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이 마법은 에서도 작동되었다. 기획 4년 제작 1
너도 나도집을 향한 그리움으로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우리의 삶이욕심의 어둠을 걷어 내좀 더 환해지기를-이해인 시 에서안팎으로 팍팍한 시절이다. 살림살이뿐 아니라 마음살이도 여간 힘들지 않다.하지만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간절하다. 며칠 지나면 한가위다. 제대로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지만, 두둥실 보름달을 보고 빌고 싶은 소원 리스트는 두툼하기만 하다. ■ 나의 추석 달은 백동전 같이 눈부신 이마를 번쩍인다한국인에게 추석은 설과 함께
해바라기는 대학 시절 내가 좋아했던 남성듀오 가수였다. 등 서정적인 멜로디와 시적인 가사말로 폭넓은 대중의 사랑받은 포크의 전설 중 하나다.이들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두 개의 이미지가 있었다. 하나는 소피아 로렌이 주연한 영화 , 그리고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였다.지난 8월 초 우크라이나 출장길이었다. 수도 키예프에서 남쪽으로 5시간, 가도 가도 드넓은 들판을 달려가면서 영화 속처럼 노란 해바라기밭 풍경을 만나게 되었다.아, 잊을 수 없는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김승옥 소설 에서 EBS1 TV 을 보다가 내 고향 생각이 났다. 부제가 ‘당신의 고향이 사라진다’였다.돌아보면 내 머릿속 고향의 모습은 언제나 김승옥 소설 의 장면과 오버랩이 된다.왜 그랬을까. 대학 신입생 시절 읽은 이 소설의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
어느 순간 생각이 샘처럼 저절로 솟아났다. 꿈결 같았다. 시작은 책이었다.좋은 책과 내가 좋아하는 책은 엄연히 다른 법이다. 혹여 사람처럼 책도 이 둘이 겹칠 때 기쁘기 그지없다.시인 류시화는 젊은 시절 의 시집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그런 그가 로 널리 알려진 법정 스님과 같이 책을 냈을 때 적잖은 감격이 밀려왔다. ■ 류시화 시인과 법정 스님의 와의 만남두 사람의 인연은 류시화 시인이 오래 전 법정 스님이 머무르던 송광사 불일암을 찾아가면서 시작이 되었다.각별한 인연
젊은 여성들은 순결하고 깨끗한 의미의 흰색을 입어요 아오자이는 베트남의 전통의상이다. 일본의 기모노, 한국의 한복처럼 대표적인 의상 아이콘이다. 아오자이는 ‘긴 옷’이라는 뜻이다. 이 옷이 매력이 있다고 느낀 것은 베트남 국립전통극단의 서울 대학로 공연 때였다.지난 6월 28일 한국에 주한 베트남관광청 대표부가 개청했다. 청사 현판식 행사 포토존에 한복과 나란히 등장한 아오자이, 참 눈부셨다. 그리고 본 행사 세종대 홀 안내 도우미들의 형형색색 아오자이들...남성은 결혼식 아니면 잘 입지 않으니(APEC에서 부
집은 처음에 불 피우는 공간이었을 것이다.그래서 집의 심장은, 집의 마음은 부엌이다.부엌이 없다면 그것은 집이 아니고 기숙사다.부엌은 야구장으로 치면 포수석이다. -책 에서 아, 눈부신 문장들이다. 세상에, 누가 집의 심장이 부엌이라는 표현을 할 수 있을까. 감성이 말라버린 나에게 촉촉한 질투를 부르는 건축가의 문장이었다.어린 시절 틈나면 불을 들이는 아궁이 앞 어머니 옆에 앉아 활활 타는 불을 구경했다. 무쇠 솥 뚜껑이 열리고 피어오르는 김의 훈기가 고소했다. 부뚜막에 올려져있는 군고구마 때문에 군침
그래 살아봐야지너도 나도 공이 되어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공처럼, 탄력의 나라의왕자처럼 -정현종의 시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축구가 이렇게 재미있구나! 이 말이 절로 나왔다. 차범근-박지성에 이어 손흥민 때문이다. 아니다. 이강인(18) 때문이다. U-20 월드컵 24일간 온 국민의 혼을 쏙 빼놓은 ‘슛돌이’ 바로 너 때문이다. ■ ‘글로벌 스타 탄생’ 스토리텔링 흠뻑 빠졌다이강인은 여섯 살에 KBS TV 에 출연, 축
바다에 다다르기 위해선 사막을 건너야 한다. 또 다른 사막을 찾아 우리는 다시 걷는다.-2년 전 방탄소년단(BTS)의 동영상에서살다 보면 예상치 않은 순간에 깜짝 놀랄 일이 생기기도 한다. 올 1월 쿠바여행에서도 그랬다. 수도 아바나 중심, 요즘 한 TV프로그램에 등장해 익숙해진 센트럴파크 건너편 가장 유명한 호텔 앞 광장에서 소녀들 셋을 만났다.쿠바 소녀들은 10대 초반이었다. “한국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스페인어가 아닌 간단한 영어였다. 묻지도 않았는데 “나는 방탄소년단(이하 BTS) 지민 팬
“40대 인구가 줄어든 것은 팩트다...이미 40대의 20% 이상이 싱글로 산다. 이들의 소비패턴은 우리 머릿속의 40대와는 전혀 다르다.” -조영태 교수의 책 참 오랜만에 단숨에 읽은 책을 만났다. 심지어 내가 두 사람에게 서점에 같이 가서 직접 사준 책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인구학’이라는 특이한 전공으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조영태 교수의 책 다. ■ 2018년부터 ‘58년 개띠’ 베이비부머 1세대 은
손흥민 소속팀 포체티노 토트엄 감독은 유쾌발랄하다. 평소 장난과 농담을 즐겨한다. 미드(미국 TV드라마) 중 (Game of Thrones)의 열광팬이다.이 지난 5월 19일 시즌8을 끝으로 9년 만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런데 끝이 아니다. 결말을 두고 불만이 폭주했다. 포체티노도 “엔딩이 맘에 안 든다. 말이 안 된다. 상식적이지가 않다”고 했다.종영을 마치기 전에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이 글로벌에서 2주 만에 160만 명을 기록했다.■ 원
방황하는 이들 모두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J.R.R. 톨킨의 중에서5월 한 주말 세종문화회관 뒤편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예술시장 세종소소마켓을 발견했다. 걸음을 멈췄다. 젊은 개인 소자본 창업자들의 액세서리, 그림과 수제품과 인디출판 등이 좌판을 펼쳐졌다.소소마켓을 둘러보다 1인 출판으로 발행하는 코너를 돌아서는데 누가 나를 불렀다. 깜짝 놀랐다. 나를 부른 이는 저자이자 마케터 정혜윤씨였다. 책의 부제는 ‘자발적 백수로 1년, 나는 나와 가까워졌다’이다.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똑똑한 사람이 똑똑함을 감추고 바보처럼 사는 건 참 어렵다-정판교의 난득호도(難得糊塗)어느 봄날 저녁이었다. 지인이 자신의 ‘내공 10단’ 선배를 소개해 주었다. 그의 카톡 프로필은 한자로 ‘難得糊塗’이었다. 호도(糊塗)가 ‘바보 멍청이’라는 뜻이니, ‘바보가 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라는 뜻일 게다.‘난득호도’는 청나라 문학가 중 ‘8대 귀인’으로 알려진 정판교가 처음 사용한 말이라고 한다. 시(詩) 서
“여행의 진가는 수백 개의 땅을 같은 눈으로 바라볼 때가 아니라,수백 개의 눈으로 같은 땅을 바라볼 때 드러난다.”-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최근 한 블로거(MONEY MAN)의 문장을 읽다가 꽂혔다. “여행은 설렘을 살 수 있는 가장 가성비 높은 방식이다.”우리가 살면서 설렘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영화와 책, 유명스타, 경기장 등 많은 설렘이 있지만 내게 가장 강렬한 건 ‘여행’이다.■ ‘혼행족’,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 되었
“눈물에 옷자락이 젖어도 갈 길은 머나먼데고요히 잡아주는 손 있어 서러움을 더해 주나”-정태춘 노래 중에서대학에 입학하고 첫 MT가 있었다. 아마도 경기도 가평 대성리 북한강이었다. 나는 과 동기들과의 첫 대면에서 김수철의 을 불렀다.별이 쏟아지는 봄밤이었다. 밤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했다. 강가까지 소주병이 굴러다녔다. 더러는 밤을 홀딱 새웠다. 노래도 불렀다. 그 중 정태춘의 가 가장 또렷하게 남아 있다.이듬해 정태춘은 노래 와 를 담은 5집 음반을 냈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김현승 시 중에서몇 년 전 영화 을 보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세 번이나 눈물을 훔쳤다. 한국전쟁-월남전-독일 광부...‘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아버지 세대의 현대사와 인생궤적이 뭉클했다. 김현승 시인의 시 이 절로 떠올랐다.노벨문학상을 탄 프랑스 실존주의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아모르파티(Amor fati)”-니체나는 처음 아모르파티가 파티인 줄 알았다. 가수 김연자의 노래 의 역주행 인기 덕분에 새롭게 공부했다. 철학자 니체가 한 말이었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10년 전이다. 내가 한 신문사 기자 시절 ‘엔카의 여왕’ 김연자를 인터뷰했다. 15세에 데뷔, 18세에 일본으로 진출해 모든 연예인이 꿈꾼다는 NHK ‘홍백가합전’에 무려 3회 출연하는 등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