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리빙랩포럼②] ‘대전의 기술기반 돌봄사회서비스 실험과 과제’...국현정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센터장

김남기 심현주 기자
  • 입력 2023.12.04 13:38
  • 수정 2023.12.0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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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기사연재 순서

1. 과학기술 기반 돌봄사회 구현의 실험과 과제...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 ‘대전의 기술기반 돌봄사회서비스 실험과 과제’...국현정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센터장
3. ‘치매 돌봄서비스 실험과 과제’...박명화 충남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이모작뉴스 김남기 심현주 기자] 돌봄사회 구현을 위한 돌봄 리빙랩 네트워크 2차 포럼 ‘소(小)소(昭)하게’가 11월 22일 진행됐다.

포럼의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국현정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센터장은 ‘대전의 기술기반 돌봄사회서비스 실험과 과제’를 주제로 과학기술을 활용한 대전 중구의 치매 돌봄 서비스 제공 사례를 공유했다.

초고령 사회의 도래로, 치매 유병률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치매는 고령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고령자의 인지능력 및 생활 습관 개선을 위한 돌봄 서비스가 필요해졌다.

이에, 대전 민들레의료사협, ㈜노후, ㈜에자이 등 여러 주체가 모여 기술기반 돌봄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계획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고령자 맞춤으로 제공하면, 치매를 예방하고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대전의 기술기반 돌봄사회서비스 실험과 과제’ 발표를 하<strong>는 국현정</strong>&nbsp;센터장. 촬영=김남기 기자<br>
‘대전의 기술기반 돌봄사회서비스 실험과 과제’ 발표를 하는 국현정 센터장. 촬영=김남기 기자

치매 돌봄 환경 조성

㈜노후는 치매 고령자의 돌봄 환경을 조성하고, 치매 고령자 가족의 삶의 질도 향상시키기 위해 ‘경증 치매 노인 맞춤형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했다. 경도 인지장애 및 치매 예방 희망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ICT 해결책을 적용한 것이다. 아울러, ㈜에자이에서는 고령자 우울 예방을 위해 여가 문화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업 대상은 대전광역시 중구 지역이었다. 중구는 65세 이상 인구가 이미 21.4%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황이었다. 또, 대전 중구 내 독거노인의 수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였고 치매 노인의 수도 함께 증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치매 전담 요양기관과 구립 노인 복지관은 없었다.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고령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치매 예방을 위한 집중적인 서비스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사업에 참여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희망자의 직접 신청이었다. 모집 현수막을 보고, “치매 예방하고 싶다.” 혹은 “이런 거 필요하다”며 전화가 왔다. 다른 하나는 동이나 복지관 차원에서 “이 고령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면 좋겠다”며 참여자를 추천해 줬다.

두뇌와 몸을 함께 쓰는 건강관리

참여 절차는 다음과 같다. 참여 신청을 하면, 케어 매니저가 가정을 직접 방문한다. 먼저, ICT인 코그메이트로 참여자의 뇌 건강을 측정한다.

코그메이트는 ㈜에자이에서 제공한 FDA 인증 뇌 건강 측정 도구로, 뇌 반응 속도‧주의력‧시각 학습‧기억력 4가지 테스트를 진행한다. 테스트 결과로 집중력과 기억력 점수가 나오고, 뇌의 나이도 제공된다.

코그메이트 4가지 테스트. 이미지=민들레의료사협 제공
코그메이트 4가지 테스트. 이미지=민들레의료사협 제공

코그메이트의 사전 검사를 바탕으로 참여자의 현재 뇌 나이와 집중력, 기억력을 우선 평가한다. 고령자의 돌봄 환경이나 건강 상태, 어떻게 지내는지 등 다양한 관점으로 확인해서 평가한 뒤, 그 결과 값을 기반으로 돌봄 계획을 작성한다.

뇌 나이 결과 예시. 이미지=민들레의료사협 제공
뇌 나이 결과 예시. 이미지=민들레의료사협 제공

민들레 케어매니저가 포괄평가 결과를 (주)노후에 제공하고, 활동가가 고령자를 방문한다. 활동가는 고령자의 개별적 특성에 맞게 ICT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령자의 인지 자극을 위해 주로 ‘새미톡’으로 다양한 활동을 제공했다.

새미톡은 카카오톡 기반으로 인지 능력을 강화하는 게임이다. 대부분의 고령자가 카카오톡에 익숙했기 때문에, 인지 활동가의 도움을 조금만 받으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다. 새미톡은 참여자에게 언어영역‧기억력‧시공간 영역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해 챗봇처럼 지속해서 질문을 한다. 질문에 대해 참여자가 답을 하면 대답이 나오기까지의 시간과 정확도를 측정해서 점수가 나오는 원리이다.

새미톡 화면 예시. 이미지=민들레의료사협 제공
새미톡 화면 예시. 이미지=민들레의료사협 제공

참여 초반에는 일부 고령자가 스마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금방 흥미를 잃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참여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오프라인 활동 교구도 필요했다. 자체 개발한 ‘노메이드’라는 활동 도구로 퍼즐을 맞추기 등 다양한 인지 자극 활동을 제공했다.

운동도 치매 예방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신체활동을 제공하기 위해서 ‘메모핏’ 앱도 활용했다.

메모핏은 시니어 전용 홈트레이닝으로, 균형 감각 및 근력 등 다양한 요소를 측정한다. 측정한 결과를 기반으로 근력 운동‧밸런스 운동‧유산소 운동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태블릿 PC에 앱을 실행해서, 인지 활동가와 참여자가 같이 운동한다.

메모핏. 이미지=민들레의료사협 제공
메모핏. 이미지=민들레의료사협 제공

더불어, ㈜에자이에서는 여가 문화서비스를 제공했다. 첫째, 훌라춤을 배우는 ‘알로하하하’ 모임을 만들었다. 노년에는 사회적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사회적 관계없이 우울한 상태로 지내면 결국 치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울한 상태를 예방하고, 고령자가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알로하하하’에서 훌라 춤을 알려줬다. 홀라 춤은 동작마다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동작을 위해서는 의미도 익혀야 해서 자연스레 인지 자극이 이뤄졌다.

두 번째, ‘밥 한 끼 해요’라는 프로그램으로 함께 어울리며 밥을 먹는 시간을 마련했다. 독거노인이 많다 보니, 대부분 불균형한 영양 상태로 면역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양에 대한 강의도 같이 진행했다.

‘사람이 그리웠다’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사후 검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대체로 결과가 좋았다. 그중 세 명이 가장 향상된 결과를 보였다.

참여 소감. 이미지=민들레의료사협 제공
참여 소감. 이미지=민들레의료사협 제공

이O순 씨는 참여 소감을 물었을 때, “이 서비스를 알게 되어, 난 행운아다.”라고 전했다. 기억력, 집중력도 점수가 좋아졌고, 뇌 나이도 95세에서 86.6세로 젊어졌다.

두 번째 이O창 씨는 “최종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이라, 공부를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서비스를 통해서 공부해서 좋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O자 씨는 “혼자 살아서 너무 외로웠는데, 활동가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규칙적으로 방문해 안부를 물어봐주고 함께 하니 좋았다. 사람이 늘 그리웠는데, 그 그리움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고 말했다.

참여자는 인지 자극을 위한 게임과 더불어, 집을 방문한 인지 활동가와 운동도 하고, 여가 문화서비스도 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건강해지고 인지 능력도 향상된 것이다.

사례발표 : 치매 아내 간병 후, '치매 예방' 위해 참여...이기춘(8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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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리빙랩포럼에서 사례발표하고 있는 이기춘 씨. 촬영=김남기 기자

안양시 중구에 살고 있는 이기춘(86세)씨는 2023년 7월부터 매주 2회씩 스마트 헬스케어 방문 서비스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아내가 치매로 12년 동안 치료하다 하늘나라로 떠났기에,  그 누구보다 치매의 무서움을 알았다.

아내가 요양병원에 있을 때, 면회를 가도 가족을 못 알아봤다. 아들과 딸이 ‘엄마, 나 왔어. 나 알겠어?’라고 해도, 내가 ‘여보 나 알겠어요, 나 좀 쳐다봐요’해도 아내는 아무런 반응없이 천장만 쳐다봤다. 그때 가족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치매란 것이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내가 살아있는 한 치매에 절대 걸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운동, 식이 등 노력해왔다. 그러다 지인으로부터 좋은 치매 예방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직접 신청을 했다.

서비스를 받기 전, 뇌 나이 검사를 하고, 모든 인적사항을 제출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씩 활동가와 1대1 수업에 참여했다.

새미톡은 많은 내용을 기억하고 한참 뒤, 그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사자성어를 기억하는 지 물어보거나, 국기를 보여주고서 한참 뒤에 어느 나라 국기였는지를 물어보는 식이었다. 재미있었다. 때로는 네 가지 퍼즐 모양을 맞추는 활동했다. 이 활동을 하면서는 머리를 상당히 많이 쓰게 됐지만, 맞추게 되면 성취감이 느껴졌다. 이렇게 머리를 쓰다보면 치매 예방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기억공책도 있다. 시나 고전, ‘동백아가씨’같은 불후의 명곡 가사를 필사하기도 하고, 일기처럼 옛날 기억에 대한 글을 쓰기도 한다. 수업 뿐만 아니라 맞춤형 운동도 함께 했다.

이런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난 참 행운아’라는 생각을 한다. 주변에 몸이 불편한 노인이나 프로그램 자체를 몰라서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치매는 정말 무서운 병이다. 주변 지인들도 치매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 그런데 치매가 무섭다는 것을 알면서도 치매 예방을 어떻게 해야하는 줄 모른다. 더 많은 노인이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치매예방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스스로도 치매예방을 해서, 남은 인생을 즐겁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겠다.

- 이기춘 씨

'치매 돌봄서비스 실험과 과제'에 관한 내용은 기획연재 3편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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