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리빙랩포럼③] 치매 돌봄서비스 실험과 과제...박명화 충남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김남기 심현주 기자
  • 입력 2023.12.07 16:27
  • 수정 2023.12.0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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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김남기·심현주 기자] 돌봄사회 구현을 위한 돌봄 리빙랩 네트워크 2차 포럼 ‘소(小)소(昭)하게’가 11월 22일 진행됐다.

포럼의 세번째 발제를 맡은 박명화 충남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는 ‘치매 돌봄서비스 실험과 과제’를 주제로 치매 돌봄에 대한 관점 변화를 촉구하며 여러 과제 및 실험을 소개했다.

‘치매 돌봄서비스 실험과 과제’ 발표를 하는 박명화 충남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촬영=김남기 기자

치매 환자는 편차가 심하다

환자라면 혈압을 낮추어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고, 당뇨 환자면 당을 관리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하지만 치매 환자에게는 명확한 목표란 존재하지 않는다. 치매 환자를 돌본다는 것은 ‘치매 환자의 일상을 돌본다’는 의미이다.

치매 환자의 가족을 만나면, ‘어머니는 지금 초기 치매인 채로, 10년이 지났다.’거나, ‘현재, 치매 진단을 받은 지 2년밖에 안 됐는데, 거의 중기나 후기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치매는 이처럼 환자마다 편차가 매우 심하고, 증상의 진행 속도도 다양하다.

치매 단계별 특성과 목표. 그래프=박명화 교수 제공 

치매는 보편적으로 초기, 중기, 말기 세 단계로 나뉜다. 초기와 중기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고, 말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치매의 중요한 목표이다.

치매 돌봄의 기본 가치, ‘일상을 살도록’

첫째, 실제 질병보다 과다한 장애를 예방해야 한다. 인지 기능 중에서 자꾸 반복해서 질문하는 거 외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고령자가 있었다. 초기 치매 대상자이고 나머지는 다 잘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본인은 치매 초기 대상자니까, 무슨 일이든 다 못한다고 얘기를 했다.

그렇게 되면, 실제 상태보다 더 많은 부분에서 손을 놓게 되고, 결국 실제보다 과다한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못하는 것만 못하는 것만 돌봐 주고, 나머지는 원래 하던 대로 생활하도록 ‘환자를 내버려 둬야’한다.

두 번째, 첫 번째와 같은 맥락에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할 수 없는 것에 집중하다가, 점점 할 수 없는 쪽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돌보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세 번째, 개인의 나다움과 자아를 최대한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2018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 치매 대상자를 돌보는 환경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치매 환자의 활동 목록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목수를 하던 치매 대상자는 목수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고, 엔지니어였던 사람은 또 그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물론 치매 대상자가 은퇴 후, 그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30~40년 동안 본인이 했던 일을 조금이라도 지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치매 환자가 해 오던 일을 지지하며, 자아를 유지하도록 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네 번째, 치매로 인한 좌절과 두려움으로 인한 스트레스 최소화가 필요하다.

실제로 내 어머니의 경우, 치매로 진단받은 순간도 그리고 바로 직전의 순간에도 ‘내 어머니’인 점은 변함 없었다. 그런데 진단 받고 나서 ‘내’가 변했다. 진단 후, 어머니가 어제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하는데도 마치 치매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처럼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혈압 환자를 보고 ‘고혈압이라서 저렇다’라는 말을 하지 않듯이, 치매라는 진단을 잊어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치매 대상자도 좌절과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지 기능 저하나 장애를 극복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앞서 발표를 통해, 기술적인 서포트를 많이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치매 돌봄을 위한 10가지 과제

① 치매 돌봄 여정을 이해하기

치매 돌봄 여정을 이해하기. 이미지=박명화 교수 제공

‘여정’이라는 표현은 짧은 기간 안에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내포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목표를 갖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치매 환자 가족과 치매 대상자가 지금 어느 정도의 단계에 와 있고, 앞으로 어떤 단계가 기다리고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단계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면, 불안감과 공포감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② 단계별 치매 돌봄 목표 정하기

단계별 치매 돌봄 목표 정하기. 이미지=박명화 교수 제공

진단 잘 받기, 치료 잘 받기, 잘 돌보기 등 단계별로 목표를 세운다. 여정에 따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알아야 대처해 나갈 수 있다.

③ 필요한 도움 최대한 받기

필요한 도움 최대한 받기. 이미지=박명화 교수 제공

민들레에서도 사업을 하고, 보건소에서도 사업을 하고 많은 곳에서 치매 관련 사업을 한다. 그런데 당장 ‘내 어머니’는 치매 관련 서비스를 받고 있지 않았다.

어느 한 대상자에게만 집중되지 않고, 보편화되고 접근성이 좋은 돌봄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리고 치매 대상자와 가족은 전문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 이외에도, 제공되는 여러 가지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잘 이용해야 한다.

④ 치매 대상자의 눈으로 들여다보기

많은 연구나 사업에서 ‘치매 대상자’는 제외가 된다. 치매 대상자가 설문지에 체크하거나, 직접 면담에 참여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치매 대상자의 가족이나 보호자에게 물어보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치매 대상자 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치매 대상자의 입장을 완벽하게 대변할 수 없다.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치매 대상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부분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편견과 달리, 치매 대상자는 굉장히 대답을 잘한다. 

무엇보다, 치매 대상자의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매 대상자가 지닌 기본적인 특성을 기억해야 한다.

<치매 대상자의 특성>
ㆍ인식할 수 있는 것만 인식한다.
ㆍ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을 본다.
ㆍ자신이 이전에 살던 환경에 대한 이미지로 현재를 바라본다.
ㆍ자신에게 마음이 덜 아픈 쪽으로 생각하고 선택한다.

⑤ 감성도 지성이다

치매에 대한 논의할 때, 인지 기능에 대해서만 논의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기억력· 집중력·문제 해결력 같은 부분만 다룬다.

하지만 감성도 지성에 포함된다. 치매 환자가 초기부터 점차 ‘인지’ 기능을 잃어버리게 되지만, 가장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바로 ‘감성’이다.

사람은 인지 기능과 감성을 모두 가지고 살아간다. ‘오늘 하루가 좋았다’고 마무리할 때, 주로 감성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특히, 기분이 좋았는지, 나빴는지가 중요한 사항이다. 치매 대상자도 마찬가지다. 감성적인 관점에서 ‘내가 잘 살았느냐’가 중요하다.

점차 잃어버리는 인지기능에 집중하기보다, ‘오늘의 기분’이나 ‘행복’에 집중해도 좋다. 놀랍게도, 감성이 좋아지면서 인지 기능이 좋아지는 사례도 많다.

치매 대상자의 돌봄 이야기를 담은 책 '우두커니'. 이미지=박명화 교수 제공
치매 대상자의 돌봄 이야기를 담은 책 '우두커니'. 이미지=박명화 교수 제공

‘우두커니’라는 작품이 있다. 이 만화를 그리는 작가는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어머니는 언니가 모시고 산다.

같이 살던 아버지가 어느 날 화를 갑자기 냈다. 엄마하고 언니는 오지도 않고 어디에 있느냐면서 화를 낸 것이다. 알고 보니 ‘보고 싶다’는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아서 화를 내는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 '우두커니' 중에서

치매 가족을 포함해, 치매 대상자를 만나는 모든 사람이 ‘감성적 지성’을 널리 알게 되었으면 한다.

⑥ 긍정의 힘 찾기

긍정의 힘 찾기. 이미지=박명화 교수 제공

치매 대상자를 돌보는 것을 정말 힘든 일이지만, 때로는 즐거운 순간도 분명 존재한다. 치매 대상자도 대화의 상대가 될 수 있고, 심지어 즐거운 대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매 대상자를 돌보는 일에도 즐거운 부분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⑦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이해하기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이해하기. 이미지=박명화 교수 제공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치매 환자도 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하게 함으로써, ‘나다움’을 지킬 수 있도록 치매 대상자를 지지해 줘야 한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은 ‘함께하면 할 수 있는 일’ 혹은 ‘도움을 받으면 할 수 있는 일’로 개념을 바꿔야 한다.

⑧ 문제를 보지 말고 욕구를 보기

경증 치매 대상자와 경도 인지장애 대상자 설문지. 사진=박명화 교수 제공

치매 대상자의 욕구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실제로 경증 치매 대상자들과 경도 인지장애 대상자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림도 같이 넣어서 설문했다.

경증 치매 대상자 혹은 경도 인지장애 대상자에게 설문했다고 미리 언급하지 않았다면, 치매 대상자의 대답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치매 대상자의 대답은 교회를 가고 싶다거나, 자원봉사를 하고 싶거나, 춤추러 가고 싶다는 등의 평범한 내용이다. ‘치매 대상자’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자원봉사도 가능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치매 대상자의 일자리 사업에 대한 관련 법이 논의되는 중이다. 치매 대상자가 돈을 벌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⑨ 돌봄 가운데 안식처를 찾자

‘케렌시아(Querencia)’는 투우경기장에서 투우사와의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소가 잠시 쉬는 곳을 일컫는다. 치매 대상자에게도 이런 안식처가 필요하다. 집안에서 치매 대상자가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마련해야 한다. 평소 좋아하는 물건들로 가득 찬 장소면 된다.

아울러, 치매 대상자를 돌보면서 치매 가족이나 요양사도 케렌시아 같은 안식처가 존재해야 한다. 치매는 긴 여정이기에, 건강 및 시간 관리를 잘 해야한다. 또 돌봄 시간 이외에도 여가 및 직장 생활을 잘 영위해 나가야 한다. 치매 돌봄 가족 모임을 통해 서로 돕고 필요한 정보와 마음의 휴식을 얻을 수도 있다. 

⑩ 치매 대상자와 가족의 힘을 믿기

3년 전, 우리나라 치매 대상자 가족과 치매 대상자를 동반해서 일본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일본에서 열리는 세미나에서 한국의 치매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 강의하러 간 것이다. 알고 보니, 이 세미나는 치매 가족 협회의 주최로 열린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세미나를 주로 치매 프로그램 관련 협회에서 주최한다. 그런데 치매 가족 협회 주최 세미나에 가보니, 주최·진행도 치매 대상자 가족이 맡고 있었을뿐더러, 참석자도 치매 대상자와 가족이 앉아있었다. 누가 치매 대상자인지 아닌지 구분도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치매 관련 행사를 치매 가족이 주최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관련 행사를 개최할 때, 치매 대상자도 초대해서 직접 치매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치매 대상자도 얼마든지 강연을 들을 수 있다.


이외에도, 치매와 관련한 실험 소개가 이어졌다. 박 교수는 치매 가족을 위한 집단 교육 및 지지 프로그램 : 희망 다이어리, 치매 가족을 찾아가는 1:1 프로그램 : 희망 메신저, 웹 기반 치매 가족 교육 및 지지 프로그램, 한국치매협회 치매 가족 프로그램, 인지 지원 서비스, 경증 치매 노인의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모델의 개발에 대한 내용을 소개했다.

특히 박 교수는 치매 대상자의 가족을 만나면, ‘어머니가 치매 진단받았다면서? 안타깝다’와 같은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혈압 진단 받았는데, 너무 안 됐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처럼, 고혈압이나 치매나 지속해서 관리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박 교수는 “치매를 일상에서 ‘소소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며,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타자화할 필요도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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