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2대 총선 후 정치 지형, 시니어 어느 때보다 중요...책임있는 '선배시민' 돼야

이상수 기자
  • 입력 2024.02.28 17:03
  • 수정 2024.02.2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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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이상수 기자] 22대 총선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이다. 한 세대 전만 해도 60세면 ‘뒷방 늙은이’ 신세였다. 지금은 100세 시대다. 몸은 100세를 향하는 데 마음은 한 세대 전에 머물러 있다. 정치적 소수자를 자처한다. 혹은 한 정당의 ‘프로파갠더’ 깃발 부대의 일원이 되어 있다. ‘선배 시민’의 진정한 역할은 정치적 자각에서 출발한다. 어느 때보다 깨어 있어야 할 세대로 책임이 막중하다.

지난 1월 행정안전부의 발표에 따르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24.4.10.)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18세 이상(’06.04.11.까지 출생자)에 해당하는 주민등록 인구는 4,438만 549명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50대(19.59%), 40대(17.85%), 60대(17.19%), 30대(14.82%), 20대(13.96%), 70대 이상(14.24%), 10대(2.34%) 순이다. 50대 이상이 약 51%다.

연령대별 인구 구성 비율을 보면 50대가 가장 많고 65세 이상 인구가 973만 명에 이른다. 22년보다 약 46만 명이 증가했다. 사상 처음으로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를 넘어섰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시 투표권이 있는 18세 이상 인구수.  그래프=행정안전부 제공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시 투표권이 있는 18세 이상 인구수.  그래프=행정안전부 제공

한국의 시니어는 정치적 입장에서 MZ세대와 대척점에 있다. 23일 한국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연령층별로 무당층 비율이 대조적이다. 18세에서 29세는 45%가 30대에서는 31%가 무당층이다. 반면 60대와 70대 이상은 각각 7%와 6%다. 시니어들 상당수가 정치적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젊은 층은 아직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됐다.

젊은 세대의 정치적 무관심은 주류 정당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그 양당과 함께해 온 세대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관성적 정당 지지에 있다. 무비판적 지지는 정당정치를 후퇴시킨다. 관성적 지지자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다. 상대 정당에 대한 도덕적 우월성이다. 또 한 가지는 대안의 부족을 든다. 밉지만 어쩔 수 없다는 소극적 방어 자세다.

한국의 시니어는 정치적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 선배 시민으로 책임 있는 정치세력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50대 이상 유권자가 절반이 넘는데 총선 후 정치 지형을 누구의 탓으로 돌리겠는가.

시니어들이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있다. 첫째, 더 이상 나이 탓을 해서는 안 된다. 둘째, 관성적 정당 지지를 탈피해야 한다. 셋째, 정치행태를 감시하는 ‘시니어 정책연대’가 필요하다.

#1. 나이가 무색한 선배 시민들

할리우드 영화배우인 제인 폰다(Jane Fonda)는 올해 나이 86세다. 그녀는 진지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사회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녀는 기후변화에 대한 시위로 체포되기도 했다.

폴 매카트니 (Paul McCartney)는 비틀즈의 멤버로 올해 81세다. 그는 가수, 작곡가, 프로듀서, 그리고 사회운동가다. 올해 2월에도 음반도 냈다.

 2024년 2월 새음반을 낸 폴메카트니(81세)  사진=폴메카트니 홀페이지 캡처

헬렌 클라크 (Helen Clark)는 뉴질랜드의 전 총리다. 국제 정치와 여성 인권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업적은 여러 세대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 그녀는 올해 73세다.

프랭크 게리 (Frank Gehry)는 올해 95세의 건축가다. 그의 혁신적인 디자인은 건축 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와이즈만 미술관, 그리고 댄싱 하우스 등 굵직하고 유명한 건축물을 남겼다.

해리 리버만(Harry Lieberman)은 76세에 처음으로 붓을 들었다. 그는 81세에 본격적으로 그림 공부를 시작하여 101세까지 22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미국의 ‘샤갈’로 불린다.

이근후 박사는 이화여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다. 2011년 퇴임 후 다시 공부를 시작하여 76세에 고려사이버대학 문화학과를 수석 졸업했다.

박완서는 40살에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의 ‘토지’는 많은 한국인에게 영감을 주었다. 한국문학작가상을 포함해 한국의 거의 모든 문학상을 받은 그녀는 79세 임종하기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할아버지가 있다. KFC 앞에 늘 서 있는 할아버지 마스코트. 그는 KFC의 창업주다. 커넬 샌더스(Colonel Sanders)는 65세에 KFC 1호점을 열었다. 1,008번 퇴짜맞고 1,009번 만에 성공했다.

1901년부터 2016년까지 노벨상 수상자 평균연령은 59세였고, 2022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안톤 자일링거(Anton Zeilinger)교수는 76세였다.

83세 김정자 할머니는 2024년 숙명여대 새내기가 되었다. 100세 시대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는 너무 많아 일일이 나열할 수가 없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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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관성적 정당 지지의 위험

정치 후진국의 특징은 정책은 없고 ‘프로파갠더’만 있다는 것이다. 화합은 없고 분열과 분노만 있다. 그것이 정당의 자양분이다. 가장 합리적인 정책이 아니라 가장 선정적인 ‘이데올로기’가 그들이 유일하게 생산하는 정치생산물이다.

관성적 정당 지지는 정당의 정당성을 오그라들게 한다. 국민정당이 아니라 헤게모니 정파의 정당이다. 피해는 정당과 관성적 지지자 모두에게 향한다. 정당은 정당성을 잃고 사당화된다. 관성적 지지자는 정당의 중심이 아니라 ‘권력 진지전’의 사병으로 전락한다.

선배 시민으로 시니어는 전통적 야당과 여당 지지에서 한 걸음 물러나야 한다. 물러나 관찰하고 반대를 토의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반대가 정당에 전달되어야 한다. 전달되지 않거나 무시될 때 그 정당은 지지기반을 잃어야 한다. 한국의 시니어는 삶의 경험만큼 정치적 사고가 유연하지 않다. 압축된 산업화와 민주화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책임을 져야 할 다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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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니어 정책연대’의 가능성

모든 시니어 정책은 건강과 일자리에 집중되어 있다. 마치 그들에게 그 문제만 해결되면 행복해질 거라는 시각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최고다. 노인 자살률 또한 매한가지다. 건강과 일자리만 해결되면 노인은 행복해질까.

아니다. 아무리 건강하고 일자리가 생겨도 개인을 둘러싼 정치, 사회가 불안하고 혐오만 준다면 불행하다. 지역사회에 취미와 일자리를 위한 많은 시니어 커뮤니티가 생겼다. 자발적이라기보단 정부 주도적이다. 사회적 유대가 심신 건강에 유의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의 시니어는 그 안전지대에서 한 걸음 더 나서야 한다.

적극적인 정책 제안자로 나서야 한다. 적극적인 정치 감시자로 나서야 한다. 노인 이익집단이 아니라 정치발전을 위한 ‘시니어 정책연대’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50대 이상을 위한 정치공간이 넓어졌다. 전체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 50대 이상 시니어는 더 이상 정치적 방관자나 맹목적 들러리가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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