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리빙랩교류@후쿠오카③] 치매노인도 ‘척 보면 아는’ 인지디자인...치매가 있어도 살기 좋은 도시

김남기 기자
  • 입력 2024.03.13 15:56
  • 수정 2024.03.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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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은 2월 26일부터 27일까지 후쿠오카 리빙랩 교류회에서 만났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하 STEPI)이 주최한 이 행사는 치매와 노인돌봄 문제 해결을 위한 경험 공유와 협력적 혁신 방안 논의했다.

STEPI, ㈜한국에자이, 돌봄리빙랩네트워크, 한양대LINC3.0사업단, 노원구치매안심센터, ㈜공생, 소이랩, 씨닷 등 참가자들은 일본 후쿠오카시와 함께 '인지증 친화형 도시' 구축을 목표로 한 장기 협력 활동의 일환으로 다양한 세미나와 포럼에 참여했다.

① 초고령사회 한일 ‘치매‧돌봄’ 솔루션 협력
② ‘치매’를 알면 일상이 보인다...인지증 프렌들리센터 탐방
③ 치매노인도 ‘척 보면 아는’ 인지디자인
④ 일본의 재가 의료‧돌봄 ‘데이호스피스’사례...웰엔딩을 위한 ‘인생회의’사례

물고기를 잡으려면 물고기처럼 생각하라!

- 뉴질랜드 속담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설득의 심리학에서 가장 핵심요소는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나’의 관점이 아니라 설득하려는 ‘대상’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후쿠오카 인지증 프렌들리센터에서 VR체험을 한 한국 측 참관자는 매우 놀란 경험을 했다. 치매노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상은 시야가 매우 좁고 색감도 구별이 쉽지 않았다.

‘척 보면 안다’는 인지디자인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치매 노인의 시야로 바라보는 공간디자인을 위해서다.

후쿠오카시의 100년 계획 ‘인생의 수명 100년, 나이가 들어도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가자’. 자료=다이 키우치 제공

치매가 있어도 살기 좋은 도시

후쿠오카시의 100년 계획은 ‘인생의 수명 100년, 나이가 들어도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가자’는 비전을 가지고, 100가지 테마를 설정하고, 치매 관련 시책을 펼치고 있다.

후쿠오카시는 인지증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인지증 프렌들리 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 센터는 (주)메디바의 주도하에, 인지증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영국 스탈링대학의 DSDC(Dementia Services Development Center)와의 협력을 통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인지증 친화 의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이 키우치(Dai Kiuchi) 메디바 시니어 컨설턴트는 한국참관자들을 위해 후쿠오카시의 '인지디자인'에 대해서 설명의 자리를 가졌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인지디자인의 세계를 맛보기로 하겠다. 

치매 노인, 개인 맞춤 일상회복

일본 연령별 치매 유병률. 자료=다이 키우치 제공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인지증은 단순한 기억력 손상을 넘어서는 복합적인 문제이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해야 할 중대한 사회 과제로 꼽힌다. 인지증 환자들은 기억 장애, 실행 기능 장애, 시공간 인지 장애, 주의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을 겪으며, 이는 일상생활에서 크고 작은 결정들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환자들은 자주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순서를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주변의 소음에 쉽게 산만해질 수 있다.

인지증 환자들의 행동은 물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적 환경, 개인의 기질, 삶의 역사, 그리고 개인적인 성격 등 다양한 요인들의 복합적인 결과로 나타난다. 적응 능력이 저하되면 이러한 요인들의 영향을 더욱 받게 되어, 환자들의 삶의 질과 쾌적함이 떨어질 수 있다.

후쿠오카시 인지증 프렌들리 센터와 메디바의 이러한 종합적인 접근 방식은 인지증 환자들에게 더욱 개인화된 돌봄을 제공하며, 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엄과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단순히 인지증 환자들의 증상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서, 그들이 사회 내에서 활발하게 참여하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후쿠오카시와 메디바의 노력은 인지증 친화 사회를 향한 중요한 걸음으로, 인지증 환자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과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후쿠오카 인지증 프렌들리센터에 시니어들이 활동하는 모습. 사진=다이 키우치 제공

인지증을 알아야 디자인이 보인다

인지증은 뇌 기능의 저하로 인해 일어나는 복잡한 상태로, 여러 가지 주요 증상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환자의 일상생활, 사회적 관계, 독립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지증의 주요 증상은 여섯 가지로 나뉜다.

첫째, 기억장애는 가장 흔하게 알려진 증상으로, 특히 최근 일어난 사건이나 정보를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환자들은 약속을 잊어버리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물건을 두었던 장소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실행기능장애는 계획을 세우고, 결정을 내리고, 정보를 조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저하된다. 이는 일상생활에서의 복잡한 작업 수행 능력에 영향을 미쳐, 예를 들어 금융 관리나 식사 준비와 같은 활동을 어렵게 만든다.

셋째, 시공간 인지장애는 시간 개념의 손실, 장소의 인식 실패, 거리와 속도의 판단 능력 저하 등이 포함된다. 환자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현재 시각이나 날짜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할 수 있다. 또한, 물체의 입체감 인식이나 패턴과 반사 인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넷째, 주의장애는 선택적 주의(필요한 곳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 지속적 주의(주의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 분할적 주의(한 번에 여러 가지 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등의 주의력이 감소한다. 이에 따라 환자는 주변 소음에 쉽게 산만해지고, 중요한 정보를 놓치며, 일상 활동에 집중하기 어려워한다.

다섯째, 언어 및 의사소통 문제는 단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대화 중에 문장을 완성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의사소통 능력의 저하로 이어지며, 환자와 그의 가족이나 친구들 사이의 상호 작용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여섯째, 인지 및 행동 변화는 우울증, 불안, 의심, 환각, 망상 등 다양한 심리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성격 변화, 사회적 상황에서의 부적절한 행동, 판단력 저하 등이 관찰될 수 있다.

인지증 환자들은 이러한 증상들의 조합을 겪으며, 개인마다 증상의 종류와 정도에 차이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증상들이 단순한 노화의 일부가 아니라, 인지 기능의 심각한 저하를 반영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인지증 환자들은 적절한 진단과 지원을 받아야 하며, 가족과 사회의 이해와 도움이 필요하다.

앉고 싶고, 쉬고 싶고, 즐길 수 있는 공간 디자인. 사진=다이 키우치 제공
앉고 싶고, 쉬고 싶고, 즐길 수 있는 공간 디자인. 사진=다이 키우치 제공

인지 디자인으로 변화하는 일상들

인지증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영국 스탈링대학의 DSDC(Dementia Services Development Center)와 (주)메디바는 인지증 친화적인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지증 친화적인 디자인은 환자들의 일상생활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보완하고, 환자가 더 독립적이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장애가 있어도 일상을 촉긴 시키는 인지디자인. 자료=다이 키우치 제공

인지디자인 효과는 크게 9가지로 나뉜다.

첫째, 장애 보완은 인지증 환자의 기억력 감소, 판단력 저하 등의 장애를 완화해 준다. 이는 적절한 신호, 색상 사용, 명확한 지침을 통해 가능하다.

둘째, 자립성 증진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많이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는 환자의 독립성을 높이고, 일상생활에서의 만족도를 향상한다.

셋째, 공간인식 도움은 공간과 장소를 이해하기 쉬운 디자인을 통해, 환자가 주변 환경을 더 잘 인식하고, 일상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넷째, 자신감 향상은 자기 능력에 대해 더 확신할 수 있도록, 실패할 가능성을 줄이고 성공 경험을 늘리는 디자인을 적용한다.

다섯째. 불안요소 감소는 혼란스러워하거나 불안해할 수 있는 요소를 최소화한다. 이는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환경 구성을 통해 달성된다.

여섯째, 개인성 고려는 환자 개개인의 성향과 취향을 반영한 디자인을 통해, 그들이 자신다움을 유지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일곱째, 대화 촉진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을 용이하게 하는 공간 배치와 디자인 요소를 포함한다. 이는 가족, 친구들과의 교류를 장려하고, 사회적 고립을 방지한다.

여덟째, 외적 자극 컨트롤은 너무 적거나 많은 자극으로 환자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적절한 조명, 소음 제어 등을 통해 적절한 수준의 자극을 제공한다.

아홉째, 가족과 지역사회를 위한 편안한 환경은 환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과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모두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한다.

이러한 인지증 친화적인 디자인은 환자들이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요소이다. (주)메디바와 스탈링대학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인지증 환자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엄과 자존감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고령자가 사용하기 쉬운 가스레인지.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br>
고령자가 사용하기 쉬운 가스레인지.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

후쿠오카 인지증 프렌들리 디자인 가이드

후쿠오카시는 인지증 프렌들리 시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인지증인 사람들에게 친화적인 디자인 가이드’를 만들었다. 국제적인 연구와 우수 사례를 바탕으로 후쿠오카시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본의 환경에 맞는 형태로 개발했다.

먼저, 시는 가이드 내용을 복지관에 시험적으로 도입하고, 이용자 설문 등을 실시하여 그 효과를 검증하고, 현재는 후쿠오카시 49개 시설에 도입했다.

후쿠오카시의 인지증 친화적인 디자인 가이드는 다양한 환경에서 인지증 환자들의 일상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환경을 통한 비약물적 접근 방식의 일환으로, 인지증 환자들이 더 편안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래는 후쿠오카시에서 적용한 인지증 친화적인 디자인의 다섯 가지 사례이다.

#1 화장실 디자인

화장실의 개선 전후 모습 손잡이 지지대와 바닥과 벽면 색의 대비로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사진=다이 키우치 제공
화장실의 개선 전후 모습 손잡이 지지대와 바닥과 벽면 색의 대비로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사진=다이 키우치 제공

기존 화장실의 문제점은 욕실 벽과 제품이 모두 하얀색일 경우, 인지증 환자들이 인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결책은 암을 이루는 분명한 색깔의 사용으로 장소의 기능을 명확하게 인식하도록 도왔다.

#2 발매트 디자인

바닥 매트 사용시 유의해야 한다. .사진=다이 키우치 제공

기존 발매트의 문제점은 어두운색의 문앞 발매트가 인지증 환자들에게는 구멍으로 보여 넘어질 위험이 있다.
해결책은 발매트의 색깔을 밝게 바꾸어 심리적 저항을 낮추고 안전한 이동을 돕는다.

#3 바닥 디자인

박닥과 벽면의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사진=다이 키우치 제공

기존 바닥디자인의 문제점은 바닥에 패턴이 있거나 컬러가 다를 경우, 환자들이 저항을 느낄 수 있다.
해결책은 비슷한 색깔로 구성하고 반사가 없는 단색이나 환경을 제공하여 안전감을 증진한다.

#4 도어 디자인

기존의 사무실 등의 도어와 명확한 색감의 디자인을 한다. 사진=다이 키우치 제공
기존의 사무실 등의 도어와 명확한 색감의 디자인을 한다. 사진=다이 키우치 제공

기존 도어의 디자인 문제점은 일반적인 도어는 인지증 환자들에게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해결책은 컬러나 그림 등으로 주위와 대비를 만들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5 사인 및 안내 디자인

사인물은 통일성과 직관성을 유지해야 한다사인물의 통일성과 직관성. 사진=다이 키우치 제공
사인물은 통일성과 직관성을 유지해야 한다사인물의 통일성과 직관성. 사진=다이 키우치 제공

기존 사인물의 디자인 문제점은 새로운 장소에서 방향을 잃거나 사인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해결책은 글자와 픽토그램을 병행하고, 읽을 수 있는 크기의 사인을 제공한다. 배경과 문자의 컬러 대비를 통해 가독성을 높인다.

이러한 디자인 접근법은 인지증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구체적인 문제들에 주목하며, 그들의 독립성과 안전을 향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후쿠오카시의 인지증 친화적인 디자인 가이드는 인지증 환자뿐만 아니라 고령자, 시각장애인, 어린이 등 모든 사람이 이용하기 편리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지역 사회 전반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후쿠오카 인지증 프렌들리센터 화장실.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br>
후쿠오카 인지증 프렌들리센터 화장실.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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