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리빙랩교류@후쿠오카②] ‘치매’를 알면 일상이 보인다...인지증 프렌들리센터 탐방

김남기 기자
  • 입력 2024.03.07 16:32
  • 수정 2024.03.18 17: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일리빙랩교류회@후쿠오카시 한국 참가자.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

초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은 2월 26일부터 27일까지 후쿠오카 리빙랩 교류회에서 만났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하 STEPI)이 주최한 이 행사는 치매와 노인돌봄 문제 해결을 위한 경험 공유와 협력적 혁신 방안 논의했다.

STEPI, ㈜한국에자이, 돌봄리빙랩네트워크, 한양대LINC3.0사업단, 노원구치매안심센터, ㈜공생, 소이랩, 씨닷 등 참가자들은 일본 후쿠오카시와 함께 '인지증 친화형 도시' 구축을 목표로 한 장기 협력 활동의 일환으로 다양한 세미나와 포럼에 참여했다.

① 초고령사회 한일 ‘치매‧돌봄’ 솔루션 협력
② ‘치매’를 알면 일상이 보인다...인지증 프렌들리센터 탐방
③ 치매노인도 ‘척 보면 아는’ 인지디자인
④ 일본의 재가 의료‧돌봄 ‘데이호스피스’사례...웰엔딩을 위한 ‘인생회의’사례

인지증의 증상 . 자료=후쿠오카시인지증 프렌들리센터 제공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치매에 걸리면 발생하는 중핵증상은 의학적으로 고칠 수 없다. 이러한 중핵증상에는 기억력 저하, 실행능력 및 판단력 감소, 우울함, 선망, 폭력, 환각, 여러 가지 거부 반응 등이 포함되며, 이는 2차적인 행동심리증상(BPST) 발생의 가능성을 높인다. 사회적으로 치매 환자가 극복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2차 증상이다.

2차 증상의 발생은 주변 환경과의 관계에서 기인한다. 복잡하게 설명되는 환경, 편견, 적절한 환경의 부재 등이 이러한 2차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러한 2차 증상을 주변증상이라고도 부르며, 환경 개선을 통해 이를 완화할 수 있다는 가설이 많다.

불편한 것을 편리하게 만들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쉽게, 부적절한 케어를 치매에 적합한 케어로 개선함으로써 2차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은 후쿠오카시 인지증 프렌들리 센터의 기본적인 인식이며, 센터는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더 나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의 치매 고령화율. 자료=후쿠오카시인지증 프렌들리센터 제공

‘인지증 프렌들리센터’ 소개

후쿠오카시에서는 인지증에 대한 이해와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후쿠오카시 인지증 프렌들리 센터가 설립되었다. 이 센터는 (주)메디바에 의해 운영되며, 메디바는 의료, 복지 컨설팅 분야에서 활동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헬스케어, 의료, 복지 분야에서 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예방, 돌봄, 재가 의료 서비스와 해외 의료 복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후쿠오카시 장래 추계인구. 자료=후쿠오카시인지증 프렌들리센터 제공
후쿠오카시 장래 추계인구. 자료=후쿠오카시인지증 프렌들리센터 제공

일본 정부는 인지증의 조기 발견과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인지증시책추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2019년 6월 18일에는 인지증기본법을 가결하여 인지증 환자가 존엄을 유지하며 희망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후쿠오카시 역시 2040년까지 65세 이상 인구가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인지증에 대한 대응이 중요한 정책 과제로 부상했다.

‘도우 가즈히로 센터장’이 후쿠오카시 인지증 프렌들리 센터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
‘도우 가즈히로 센터장’이 후쿠오카시 인지증 프렌들리 센터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

후쿠오카시 인지증 프렌들리 센터의 ‘도우 가즈히로 센터장’은 인지증과 함께 살아가는 공생 사회에 대해 언급하면서, 후쿠오카시와 메디바의 활동을 소개했다. 이 활동은 단순히 인지증이나 치매에 대해 사회에 알리는 캠페인을 넘어서, 사회 전체가 인지증을 이해하고 인지증이 있어도 소중한 사회 구성원이자 경험 전문가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우 가즈히로 센터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접근 방식은 후쿠오카시에서 인지증을 가진 사람들이 더 활발하게 사회에 참여하고, 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기여를 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 

인지증 프렌들리 센터 탐방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는 원예 가방과 묶지 않아도 되는 앞치마.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

후쿠오카시 인지증 프렌들리는 인지증에 관한 최신 지식을 제공하고 정보를 발신하는 거점으로 2023년 9월에 문을 열었다. 이 센터는 인지증 프렌들리 제품과 서비스, 예를 들어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는 원예 가방, 묶지 않아도 되는 앞치마, 고령자가 사용하기 쉬운 가스레인지 등을 추진하며, 2024년 2월 현재까지 약 3,000명이 방문하여 시민과 사회의 인지증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지증인이 센터를 소개하고, 홍보 업무를 담당한다. 사진=후쿠오카시인지증 프렌들리센터 제공

센터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인지증인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센터는 접수업무 등에서 4명의 인지증 당사자가 피어 서포트, 접수 및 안내, 취재 대응, 사진 촬영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 참가자 AR체험 시야가 좁아지고, 색을 구별하기 힘들다.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

또한, 정기적인 휴머니튜드 강좌와 AR을 활용한 인지증인들의 시각 체험 등 다양한 강좌와 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인지증인들이 모여서 체험하고 희망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미팅을 개최하며, 당사자 가족 간의 미팅, 당사자와 기업 간의 미팅 등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인지증에 대해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사회에 인지증과 관련된 정보를 발신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후쿠오카 시내 여러 곳으로 분산하여 더 많은 사람이 인지증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지증이 당사자와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 개발 시 인지증인들과 함께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인지증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 수 있다.

후쿠오카시 인지증 프렌들리 소개. 자료=후쿠오카시인지증 프렌들리센터 제공

이러한 활동은 기업에게 고객 욕구를 파악하고 인지증 친화적인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인지증 당사자에게는 역할을 발휘할 수 있고 자존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소통했던 즐거움은 남으며, 인지증프렌들리 개념의 확산으로 인지증 당사자들이 더 밝고 긍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한일교류 협력 방안 ‘인지증 프렌들리’

한국의 참관자와 일본측 관련자들이 한일교류 협력방안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
한국의 참관자와 일본측 관련자들이 한일교류 협력방안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

한국의 참관자 11명과 '도우 가즈히로' 후쿠오카시 인지증 프렌들리 센터장 등 일본 측 5명의 참여자들은 서로의 궁금증을 토론하며, 한일교류의 협력의 기틀을 마련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후쿠오카시 인지증 프렌들리 센터가 지난 5개월간 약 3,000명의 방문객을 맞이했다. 이 센터는 공공시설로서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으며, 한국의 경우 병원 진단 후 센터 방문이 가능하지만, 후쿠오카시 인지증 프렌들리 센터는 병원 진단 여부와 관계없이 개방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인지증 코디네이터를 포함한 사회복지사, 보건사, 케어 전문가 등이 대응하며, 치매에 대한 관심이 있는 일반인 및 기업인들도 방문이 가능하다. 센터의 설립 목적은 치매를 일상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인식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기업과의 연구개발 협력 방식에 대해 센터는 전문가 인터뷰, 관련 학과의 현장 봉사 활동을 예로 들며, 사업 내에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별도로 진행하기보다는 기업 및 연구기관과 편안하게 협력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치매 환자를 단순한 실험 대상이 아닌 협력의 파트너로 보는 접근 방식을 강조했다.

 인지증 프렌들리 센터 현장견학을 하는 한국참가자.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br>
인지증 프렌들리 센터 현장견학을 하는 한국참가자.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

한국에서의 방문자 협력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한국인 방문객을 맞이했으며, 공공기관으로서 시 차원에서 협력과 기업의 제품 서비스 개발에 대한 토론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치매에 대한 강좌에 관해서는 대상자별로 다른 콘텐츠를 제공하며, 대부분의 강사는 전문가, 간호사, 의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센터는 현재 시청에 등록된 전문가 그룹에서 강사를 섭외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센터 자체에서 전문직 대상으로 강사 양성 교육을 운영할 계획이다.

기업이 제품 개발 시 경험 전문가의 협조나 자문할 경우의 보답 방식에 대해서는 돈이나 물건으로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으며, 개발 중인 제품 자체가 보답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제품이 있으면, 경험 전문가의 참여는 대략 1회당 1일이 소요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협력과정은 기업에 고객 욕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동시에 치매 환자의 사회적 참여를 증진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인지증 프렌들리 시티 프로젝트

인지증 프렌들리 시티 프로젝트는 후쿠오카시에서 2018년 2월에 처음 발표되었고, 2023년 4월에 업데이트 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휴머니튜드 시민대상 강좌 인지증 친화 디자인 ▲오렌지 파트너스와 오렌지뱅크 등 세 가지 주요 사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휴머니튜드 시민대상 강좌 소개. 자료=후쿠오카시인지증 프렌들리센터 제공

▲휴머니튜드 시민대상 강좌는 인지증 환자를 다정하게 돌볼 수 있는 소통 기술을 습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160만 후쿠오카 시민 모두가 인지증 환자를 돌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4년 1월 말 기준으로, 후쿠오카시에서는 총 241개의 강좌가 진행되었고, 이에 10,440명이 참여했다. 이 강좌들은 △아동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좌 △지역사회 대상 강좌 △기업 대상 강좌 △시청 직원 대상 강좌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어, 인지증에 대한 이해와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은 인지증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희망을 제공하며, 후쿠오카시를 인지증 친화적인 도시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변기와 바닥, 손잡이는 콘트라스트가 있어 인식하기 쉽다. 센터화장실.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

▲인지증 친화 디자인은 후쿠오카시에서 진행 중인 중요한 사업 중 하나다. 이 사업의 목표는 인지증 환자들에게 더 친절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인지증은 단순히 기억력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시력 저하, 난청, 보행 능력 저하 등 노화로 인한 다양한 측면에서 추가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주변 환경이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경 디자인은 인지증 환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인지증 환자들은 적응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인지증 친화적인 디자인은 이러한 장애를 보완해 줄 수 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장소를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환경을 조정하여 소통을 용이하게 하고, 개인의 인격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디자인은 인지증 환자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과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편안함을 제공한다.

후쿠오카 오렌지 파트너스 소개. 자료=후쿠오카시인지증 프렌들리센터 제공

▲후쿠오카 오렌지 파트너스는 현재 110개의 회사 및 단체가 참가하는 기업 컨소시엄으로, 인지증 환자와 기업 간의 만남을 주선하고 인지증에 대한 비즈니스를 진행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고령자 시장이 존재했지만 인지증 환자는 종종 시장에서 배제되곤 했다. 하지만 기업이 인지증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인지증 환자들도 시장의 중요한 고객층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후쿠오카 오렌지 인재뱅크는 인지증을 가진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현재 18명의 참가자와 5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인지증에 친화적인 17개의 오렌지 파트너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오렌지 인재뱅크에 참여하는 인력은 총 501명에 달하며, 이는 2024년 1월 말 현재의 수치다.

오렌지 파트너스와 오렌지 인재뱅크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기업은 이 시스템을 통해 인지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인지증 환자로부터 직접 배울 기회를 가진다. 또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 시 인지증 당사자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더욱 적합한 상품을 제작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인지증 환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고, 그들의 일상생활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