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다현의 시니어플랫폼 9] 초고령 사회 유감(1)

문다현 칼럼니스트
  • 입력 2019.10.21 09:00
  • 수정 2019.12.2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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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다현 칼럼니스트<br>-한국시니어복지연구원 대표<br>-사회복지학박사<br>-인제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겸임교수<br>-주식회사 메디펀 감사<br>-부산소비자신문 운영위원 및 편집부국장<br>
▲ 문다현 칼럼니스트
-한국시니어복지연구원 대표
-사회복지학박사
-인제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겸임교수
-주식회사 메디펀 감사
-부산소비자신문 운영위원

필자의 시어머니는 올해 97세이다. 연세에도 불구하고 당신께서는 가능하면 몸을 움직이신다. 약간의 포도를 따거나, 풀밭을 매거나 등등... 자식들은 어머니가 연로하시다보니, 그냥 좀 계시라는 말을 하는데 어머니는 그 말을 가장 듣기 싫어하신다. 살아있는 송장으로 살라는 거냐면서...

97세의 어른이 이러한데 85세, 75세, 65세는 말할 것도 없겠다. 무엇보다 현재의 다수 시니어는 무척 건강하다. 그들은 다들 일을 하며 살고 싶어 한다. 물론 누군가 일을 준다면 말이다. 그저 일하고자 아우성이고, 혹여 지금 일을 하고 있는 시니어는 자신이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긴다.

이렇게 다들 일하고자 열망하는 시니어의 모습은 우리에게는 익숙한 정서이다. 그러나 이는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며, 우리나라의 특수한 현상이다. 불과 몇 년 전의 그리스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당시 그리스 정부는 재정파탄으로 인해 정년을 연장하고 연금급여액을 삭감했다. 그리스의 국민들은 덜 받는 연금과 더 일해야 되는 정년연장에 대해 격렬히 항의했다. 국민에게 달콤한 공약을 내세운 지도자를 뽑았던 그리스 국민들은 연이은 연금삭감에 결국 불만을 터트렸다. 달콤한 공약에 따른 재정파탄도 현실이 되었다. 수 년이 흐른 지금까지 국가적 에너지의 낭비와 후유증은 남아있다.

그러면 한국은 어떠한가. 연금의 일부가 삭감되는 정책이 시행되었음에도 시니어들은 조용하다. 연금을 손보았으나 한국의 시니어들은 다른 나라의 시니어와 달리 국가적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편이다. 불만이 없지는 않지만, 일자리 쉐어(share), 정년연장, 연금조정 등 정부의 정책을 이해하는 편이다. 오히려 한국의 시니어는 각자 인생이모작과 그 일을 준비하고 있다. 아 얼마나 위대한 시니어가 있는 나라인가, 우리는 자랑스럽다.

한 가지 유감스러운 사실은 이러한 전후 상황에 대해 잘 모르면서, 시니어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시니어가 초고령 인구비율(이하 초고령화)의 원인이라며 스티그마를 찍는다. 초고령화가 시니어의 탓 인양 사회적 부양비를 들이대며 발전과 성장에 걸림돌이라는 올가미를 씌우는 것이다.

사실 초고령화라는 인구문제는 늙어가는 시니어 탓이 아니다. 이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국민이 태어나지 않는 바로 '저출산'에 그 원인이 있다. 즉, 초고령화는 끝도 없이 추락하는 출산율로 인해 나타나는 상대적인 결과이다. 태어나는 인구가 없으니 자동적으로 나머지 인구의 고령비율은 올라가는 것이다. 만약 지금이라도 출산율이 높아진다면 고령비율은 단숨에 해소된다. 초고령화를 필두로 한 인구문제는 사상 최저의 출산율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자.

그렇다면 저출산은 무엇이 문제일까. 조사의 항목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지난 13년 간 사용된 저출산 예산은 약 150조 원이었다. 150조원을 사용한 결과는 출산율 1명도 안 되는 충격적인 수준이다(2018, 국회예산정책처). 사상 최저의 출산율은 저 엄청난 비용의 실효성이 전혀 없었음을 보여준다. 선심성의 전시성 사업에 중복적, 지속적으로 근거 없이 쓰인 것이다.

문득 시오노 나나미 씨가 즐겨 인용하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경구를 인용하고 싶다. "아무리 나쁜 사례라고 해도 애당초 그것이 시작된 동기는 선의였다."

애초 선의였던 시작은 논외로 하고, 지금은 초령화라는 국가적 위기의 시점에 왔다는 사실이 문제이다. 인구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한다. 즉, 더 이상 대한민국을 이어갈 후손이 태어나지 않으면 국가의 국민이 없어지는 것이니, 국가존립의 문제이다.

아직도 인구문제를 도외시하여 시니어가 초고령화의 문제집단 인양 매도하는 시선은 현재 인구정책의 부재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결론적으로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는 인구정책은 대대적으로 점검되어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인구문제의 원인이 되는 저출산 관련 고민을 정리하겠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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