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좌담회] 경계를 허물고 변화의 물꼬를 트다....‘트랜스 로컬리티’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
[정책좌담회] 경계를 허물고 변화의 물꼬를 트다....‘트랜스 로컬리티’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
  • 김남기 기자
  • 승인 2022.09.2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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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트랜스 로컬리티는 ‘트랜스(trans)’와 ‘로컬리티(locality)’의 합성어이다. 트랜스 로컬리티는 사회 전반적인 분야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국경과 문화를 넘어 이질적인 요소들이 중첩되어 새로운 형태의 통합된 형태의 생태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기후변화, 저출산·고령화, 저성장·양극화 등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많은 문제는 혼자의 힘이나 한순간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우리 삶의 근본적인 전환은 한 세대 이상의 시간을 소비해서 사회·기술시스템을 만들어 간다.

지속가능한 시스템 전환은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서로 연계하고 상호학습을 통해 진화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즉 개별 차원의 ‘점’의 활동을 ‘선’으로 연결하고 결국은 거대한 ‘면’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개인의 경험과 가치 변화에서 시작하여 시민과 국가 전체의 삶의 변화로, 지역에서 시작하여 지역 간의 연계와 스케일 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는 돌봄, 자원순환, 문화·예술, 공유경제 등 영역 간의 연계, 지역과 국가 간의 연계와 협력이 필요하다.

‘트랜스 로컬’은 각 주체의 활동과 관계를 확장해 나가고 지속적인 학습과 진화를 거치면서 보다 큰 차원의 전환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가는 개념이자 전략이다. 최근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을 ‘트랜스 로컬리티’의 개념을 통해 각 영역별로 새롭게 조직화하고 각 주체 간의 연결·연계·협력을 통해 더욱 의미 있는 전환을 이뤄내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19일 제11회 과학기술+사회혁신 정책좌담회에서는 ‘각 공간과 영역을 뛰어넘는 트랜스 로컬리티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라는 주제로 공공기관, 시민사회, 기업에서 참여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 참여자는 ▲강은지 다크매터랩스 시스템 디자이너 ▲김은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서정주 한국에자이 나우사회혁신네트워크 소장 ▲한선경 ㈜씨닷 대표로 서로 다른 영역에서 같은 듯 다른 변화를 일궈내고 있다.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사회를 맡아 진행됐다. 각 활동의 새로운 관점에서 엮고 이를 고도화하여 전환의 플랫폼을 이뤄내기 위한 아이디어나 실천 계획을 듣고자 한다.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오늘 모신 패널분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각 활동을 연계하고 확산시키려 노력해 오신 분들이다. 어떠한 활동을 해 왔는지 궁금하다.

한선경 ㈜씨닷 대표 씨닷은 2014년 아시아 내 사회적경제와 사회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학습, 교류, 연결의 장을 만들어왔다. 2019년부터는 생태, 문화적 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비전의 공유, 공동의 학습을 통해 집합적인 행동을 이끄는 ‘센스메이킹' 플랫폼을 형성해 시스템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저는 15년 전쯤에 ‘사회혁신’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소개되었을 때,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더 주류화되어 가는지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서는 어떻게 정책과 만나고, 마을이나 현장과 만나서 새로운 주류가 되고, 사라지는 모습도 지켜보았다.

제가 씨닷을 만들면서 했던 일은 어떻게 한국사회에 사회혁신이 외국의 성공사례를 접목해서 우리의 것으로 소화하고, 우리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왔다. 그 과정에서 기계적인 만남보다는 친구를 만나듯이 서로가 마음에 들고, 같이해 보고 싶고, 함께 설계할 수 있는 다양한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왔다.

강은지 다크매터랩스 시스템디자이너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뒤늦게 런던으로 유학을 떠나 '비판적인 사고와 디자인'을 공부했다. 모든 사람이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시대에, 과연 디자인의 역할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전공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초기 디자이너의 주요 역할은 사회주택 디자인, 의료시설 디자인, 교육 시스템 디자인과 같은 공익적 목적과 가치 건설에 관한 것이었다. 현대 디자이너의 역할은 자본 시스템 안에서 그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따라서 다크매터랩스의 기본철학은 ‘디자인과 건축은 사회적인 가치를 위해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혁명은 오픈 소스, 디지털 플랫폼, 오픈 메이킹 등 도시 규모의 디자인팀을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었다. 오늘날 '디자인과 건축'의 역할은 외형을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 '개인, 사회, 나아가 지구 생태계 전체를 위한 가치 시스템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다크매터랩스는 현재 17개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 팀원 60 여명과 서울을 포함한 5개의 로컬 오피스를 보유한 글로벌 조직이다. 저희는 기술 발전, 기후위기라는 사회적 전환 속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시빅 인프라(Civic Infrastructure)’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다.

김은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15년간 국제협력 업무를 맡은 김은주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OECD, APEC, UN ESCAP 등 여러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과학기술혁신 관련 글로벌 과제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또한 연구원은 기후변화, 지속가능한 발전, 디지털 전환 등 글로벌 과학기술혁신 이슈들에 대한 여러 연구와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2014년부터 국무조정실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의 일환으로 “K-Innovation”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배경은 우리나라가 2010년에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함으로써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었다. 국제사회로부터 한국의 과학 기술혁신 기반의 개발경험에 대한 관심과 협력 수요가 높았기에 우리 정부 차원에서도 이러한 수요가 대응할 필요가 제기되었다. 또한 2015년에 UN 총회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국제사회가 과학기술혁신에 주목하고 있다.

K-Innovation 프로그램으로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등 약 18개 국가를 대상으로 과학기술정책 교육훈련프로그램과 정책자문이 추진되었고, 연평균 200여명의 개도국 산학연 관계자들이 K-Innovation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특히, 에티오피아는 K-Innovation 사업의 첫 파트너 국가였기에 연구원 차원에서도 우리의 과학기술혁신정책 경험을 현지에 효과적으로 공유하고 확산하는데 다각적인 시도를 했다. 에티오피아 정부와 산학연 관계자들의 과학기술혁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20개 중점 산업분야의 기술개발로드맵과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등의 성과도 있었다.

지난 9년간 개도국 협력 사업을 수행하면서 나름 깨달은 것은 우리의 과학 기술혁신 기반의 개발 경험을 개도국에 공유하고 확산하는 일은 그 자체로 공공외교로서 의미가 있다.

서정주 한국에자이 이사 헬스케어 기업 '에자이' 현지법인에서 20년 동안 HR을 담당했다. 인사·조직관리의 맥락에서 기업철학을 실현하는 조직문화를 활성화하는 업무를 하였다. 에자이는 HHC(human health care) 기업철학을 바탕으로 전 직원들에게 근무시간의 1%를 환자와 사용자와 공감하는 데 사용한다. 그렇게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의 해결을 사용자의 니즈를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20년 동안 조직관리자로 기업철학을 직원들에게 내재화하는 업무를 했다. 2020년부터는 '기업사회혁신' 부서를 신설하고 사회혁신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에자이는 치료를 위한 의약품 제공을 넘어 예방과 돌봄을 통합하는 헬스케어 에코시스템인 hhceco로 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감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 환자에서 사람으로 확장하고, 모든 사람이 최대치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역량강화하는 활동을 한다. 조직원들과 함께 다양한 현장을 찾아가 hhc 공감활동을 하며 헬스케어 관련 주민들의 삶에 대한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다.

뇌전증, 암 등의 질환 등으로 사회적 상실을 경험하는 그룹들과 함께 공감하며 포용적인 사회로의 변화를 위해 현장에서 만난 여러분과 고민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나를 있게 하는 우리'라는 의미의 지역사회 협력프로젝트인 '나우'를 기획하여 싱어송라이터 이한철 총감독을 중심으로 뮤지션과 일반인이 함께하는 공동음악창작 노래를 만들고 있다. 나우는 나이가 들어도 장애나 질병이 있어서 안심하고 나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한 사회적 자본을 만들고 있다.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사회구성원들의 안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이, 질병, 장애로 인해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대상화된 특정 그룹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고민하고 사회적 문화, 정책, 서비스, 제품 등 통합적인 접근으로 포용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 사회적 문제이다. 특히 초고령사회에 도시가 소멸하고, 각종 사회적 문제가 심화하는 사회는 포용적일 수 없다. 결국 각 지역사회가, 로컬 커뮤니티가, 마을공동체가 지속가능한 방식의 시스템으로 전환할 때 비로소 모두가 나답게 안녕할 수 있다.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저는 트랜스 로컬리티를 ‘비빔밥’으로 표현하고 싶다. 우리는 각자 가진 것으로 재료를 만들어서 비빔밥을 만든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비빔밥이 만들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 지역에서는 육회를 베이스로 하고, 어느 곳은 나물로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비빔밥이라는 고유의 음식문화 속에는, 다양한 재료들이 서로 융합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비빔밥을 만든다는 것이다. 비빔밥 한 그릇 속에는 지역별 식재료의 특성도 담고, 비빔밥을 만든이와 먹는 이의 입맛에도 변화무쌍(變化無雙)하게 변신한다. 한밤에 출출할 때 열무김치에 고추장 한 스푼을 품은 양푼 비빔밥은 우리의 식욕의 니즈를 충족시킨다. 오랜 세월 함께 공유한 비빔밥은 때와 장소를 초월한 입맛 트랜드를 담아내고 있다.

이 비빔밥은 로컬 하면서도 글로벌하다. 지금 비빔밥이 외국에 가면 K-food의 한 축을 맡은 글로벌한 음식이다. ‘굉장히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고, 세계적인 부분이 또 들어오면 한국적일 수밖에 없다’라는 것이다. 각 패널 분들은 “트랜스 로컬리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선경 ㈜씨닷 대표 ‘경계를 넘어선 연결이 어떻게 현장에 있는 사람들 혹은 새로운 것을 하려는 사람들한테 도움 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만남의 장을 많이 만들고, 또 학습하고 싶어 하는 분들을 서로 만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이 ‘한국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게 되면 다들 깜짝 놀란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서울시의 다양한 변화를 지켜봤던 해외 다양한 도시의 사회혁신가들은 “왜 이런 것을 숨기고 있냐?, 왜 너희는 우리한테 이야기를 안 해 주고 있냐?”는 것이다. 실제로 마을의 사례 중에서도 성미산마을을 탐방하면 외국인들은 마을이 가지고 있는 아주 고유하고 특색있는 활동들의 수준을 보고 놀란다. 저희가 ‘경기도마을공동체’와 함께 3년 만에 대규모 행사를 마련했다. 마을 분들은 외국인을 처음 만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긴장하고 ‘어떤 이야기를 우리가 해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영국의 ‘헤이스팅스(Hastings)’의 성공모델 활동가와 경기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의 만남이 있었다. 헤이스팅스의 사례는 지역 분들에게 아주 가깝게 서로 연결되는 지점을 발견하고 반가워했다. 특히 현장에서 각자 느끼고 있는 어려움, 예를 들어 헤이스팅스가 가지고 있는 새로운 자원을 만들기 위한 노력, 사람들과 소통을 만들기 위한 노력, 어떻게 시도할지에 대한 고민을 이미 경기도마을공동체에서 해 왔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서로 이야기하는 순간 언어는 다르지만, ‘우리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구나’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헤이스팅스의 활동가들은 ‘꼭 우리한테 와서 봤으면 좋겠다“고 했고, 경기도마을공동체는 ”꼭 방문해서 사례를 직접 가서 보고 싶다”고 화답했다. 한국의 마을활동가분들은 ‘우리가 잘하고 있구나. 어려움은 누구나 다 돌파하고 있구나.’ 하는 것에 용기를 가졌다.

서로 로컬을 이해할 수 있고, 로컬이 가지고 있는 어려운 점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생각이 ‘트랜스 로컬리티’라고 생각한다.

강은지 다크매터랩스 시스템디자이너 ‘트랜스 로컬리티’를 생각할 때, 저는 '삶의 지형도 (Geography of Living)'한 개 넘을 중심축으로 삼고 싶다. 도시와 농촌, 글로벌과 로컬, 더 넓게는 중심과 주변이라는 대립한 개념은 전적으로 20세기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선형적인 경제성장(Linear Economic Growth)모델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 삶의 지형도는 탄소 배출을 기반으로 한 경제적 기능 중심으로 편성돼 있다. 그 결과 도시는 소비 기능, 농촌은 생산 기능으로 분리되고 수출과 수입에 집중된 글로벌 가치사슬에 전 세계 로컬 시장이 좌우된다. 이처럼 선형적 경제 구조는 도시-농촌, 글로벌-로컬, 중심-주변의 대립 혹은 종속 관계를 강화하며, 정치‧경제‧사회‧문화‧환경 등 우리 삶의 지형도를 이루는 모든 층위에서 수많은 문제를 연쇄적으로 일으키고 있다.

한편 기술에 힘입어 모든 것의 ‘모빌리티’가 급격히 향상된 상황에서 이러한 지리적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다. 사람과 물자는 물론 데이터, 에너지, 심지어 바이러스까지 예측과 통제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으로 이동, 확산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로컬 대 글로벌', ‘내셔널 대 인터내셔널’이란 지정학적 질서에 도전해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삶의 지형도를 그려야 하는 시점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삶의 지형도에서부터 기존의 대립과 분리 중심의 질서가 야기한 문제 상황에 대응한 새로운 제도적 인프라를 설계해야 한다.

김은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트랜스 로컬리티라는 용어는 최근에 접하게 됐고, 선배 연구자로부터 관련 논문을 추천받아서 읽은 정도이다. 우리가 익숙한 용어인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 기업의 세계화, 현지화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벌어지는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반면에 트랜스 로컬리티는 경쟁을 통한 승자독식의 차원을 넘어 지역 기반의 다양한 혁신 주체들이 연결(connection), 상호학습(mutual learning) 그리고 연대(solidarity)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추구하는 개념으로 다가왔다.

성 박사가 말한 점-선-면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트랜스 로컬리티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 또한 과학기술 ODA 사업을 수행하면서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각각의 주체들과 활동들을 잇고 연결할 수 있을까?”. 특히, 과학기술 ODA 사업들의 경우에는 협력 콘텐츠, 협력 경험 그리고 관련 정보에 대한 수행 주체 간의 공유와 학습의 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개별적으로 만나서 논의해보면 공유와 학습의 플랫폼에 대한 수요는 매우 높다. 

나우는 싱어송라이터 이한철 총감독을 중심으로 주민들과 함께 서울 성미산마을, 울산 평동마을, 대구 안심마을 등 7개 로컬 마을에서 2021년부터 공동음악창작을 통해 음악으로 지역을 잇는 뮤지로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사진=서정주 한국에자이 이사 제공

서정주 한국에자이 이사 사실 ‘트랜스 로컬리티’라는 용어를 최근에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현장에서 유사한 생각과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음악 중심의 문화예술 활동은 싱어송라이터 이한철 총감독을 중심으로 나우뮤직랩에서,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특히 돌봄사회로의 변화를 위한 사회혁신 활동은 에자이에서 나우사회혁신랩을 중심으로 기획하고 추진한다. 다양한 사용자와 이해관계자들이 함꼐 협력하여 솔루션을 공동창출하고 공동생산한다. 그 과정에서 '뮤지로컬'이 탄생했다. 아무리 인식개선 캠페인을 해도 지역 구성원들이 연결되지 않고, 로컬 커뮤니티가 사라지면 누구도 안심하고 살 수 없다. 그래서 뮤직으로 로컬을 잇는, 즉 사람과 사람을 잇고, 로컬과 로컬을 잇는 뮤지로컬을 기획하고 추진하게 됐다. 모든 생명과 지구는 연결되어 있다.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를 있게 하는 우리가 모두 안녕할 수 있도록 연결과 포용적인 사회를 위한 변화가 필수적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개발과 활용, 사람 중심의 포용적인 사회문화, 기후위기 대응, 전환 정책의 수립 등 큰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경쟁과 분야별 각개약진으로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를 통해 공동의 비전을 세우고 협력하며 지속이 가능한 사회시스템으로의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러한 연대와 협력 구축을 위해 문화예술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공동예술 활동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공감을 강화하고 표현을 통해 개인의 자기효능감을 향상한다. 문화예술 공동체 활동은 건강격차, 기술격차, 고립, 양극화, 환경문제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 각 로컬이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면서 사람들을 연결하고 지속이 가능한 미래에 대해 깨어있을 때, 그리고 그 로컬들의 노력이 연결되어 연대할 때 비로소 '전환'이 가능하다.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트랜스 로컬리티’을 위한 각 활동을 연결하여 학습하고, 전체의 변화의 흐름으로 만들어 가기 위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전세계 17억명이 넘는 사람이 소외된 열대성 질병 (Neglected Tropical Diseases)로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2030 NTD 근절을 위한 민간 자선 단체인 The End Fund에서 2022년 5월, 3일간 케냐 나이로비에서 아프리카 고위 정부 관리, 기부자 및 공중 보건 전문가를 포함하여 30여개국의 200명이 넘은 대표가 모여 2030까지 NTD종식을 향한 현신적인 방법과 로드맵을 그리고 모범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정치 및 지역 사회의 약속/협력 조치를 동월할수 있는 연결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한선경 ㈜씨닷 대표 국내에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사례로 ‘MTA(Mondragon Team Academy)’가 있다. ‘Team Academy’은 핀란드의 한 경영대학에서 시작된 학습론으로 실천을 통해 배우기(learning by doing)를 통해 팀학습과 팀프러너십을 배양한다. 핀란드의 이 방법론은 유럽 내에서 여러 방식으로 확대되고 소화되었다. 협동조합의 요람이라고 부르는 몬드라곤 대학에서 몬드라곤 팀아카데미가 소개되기 시작했고, 여러 지역에서 ‘랩’이라는 개념을 통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피브릿지 몬드라곤 사회적협동조합’에서 MTA의 서울랩으로 활동하고, 국내 협동조합 인큐베이팅 모델로서 활용하고 있다.

먼저 이들은 하나의 본사를 두고 지시받고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라 아주 핵심적인 DNA(코칭 트레이닝 혹은 인증 과정)를 공유하고, 그 외에는 각 지역에 맞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개방성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확장의 가능성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서로를 돕기 위한 노력을 한다. 국내에서 서울랩이 자리 잡을 때까지 소개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그 기회를 활용했다.

이처럼 핵심가치의 공유, 열린 거버넌스, 연대를 바탕으로 한 실질적 지원과 협력, 모델에 대한 지속적인 개발을 주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다. DML은 혁신 방법론, 로드맵 그리고 혁신을 향한 생태계를 구상하는 세션을 맡아 진행하였다. <br>
2016년 아시아청년사회혁신가국제포럼의 부대행사로 열린 서울라운딩에 참여한 아시아의 청년 체인지메이커들이 로컬스티치를 방문해 각자의 활동을 공유하고 있다.

강은지 다크매터랩스 시스템디자이너 로컬과 글로벌처럼 서로 다른 공간을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이론과 실천혁신 역량, 그리고 혁신 역량을 강화할 인프라 시스템, 이렇게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인프라는 예를 들어 혁신의 성과를 엄밀하게 측정하기 위한 데이터 인프라, 공정하고 개방된 시장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 지속 가능한 공공 자원 관리를 위한 도시 환경 즉, 인간과 자연을 모두 아우르는 인프라, 문제 해결 당사자로서의 시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시빅 인프라, 공정한 가치 분배를 위한 금융 인프라 등이다.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들을 살펴보면, ‘위키스피드(WikiSpeed)‘는 4개국의 개발자 44명이 모여 3달 만에 100mpg 오픈 소스 자동차를 개발한 프로젝트이다. 보통 새로운 자동차 모델을 개발하는 데 적어도 5년은 걸린다. 위키스피드는 슬랙, 컨퍼런스콜, 드롭박스, 구글독, 유투브와 같은 오픈 디지털 인프라를 활용해서 3개월 만에 해냈다.

또 다른 사례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시의 ‘파사드 가든’ 프로젝트이다. 시는 시민 누구나 집 앞 포장도로의 30cm 남짓한 공간의 보도블록을 드러내고, 이 공간을 텃밭으로 만들어서 소규모 정원을 만들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는 거리 전체를 도시 정원으로 전환하는 구상이다. 로테르담 시는 행정 프로세스를 최소화하고 기본적인 규칙과 프로토콜을 공유함으로써, 시민들이 직접 소규모 정원공간을 만들어 도시 환경 인프라를 바꿔나갈 수 있도록 한 사례이다.

‘Dev4X’라는 오픈 이노베이션 기반 액셀러레이터 플랫폼 사례도 흥미롭다. 이 플랫폼은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수백만 가지의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집단 지성의 힘으로 발전시켜 다음 세대를 위한 시빅 인프라를 구축한다.

이밖에 기후위기와 같이 단일 국가, 단일 도시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 어젠다를 설정하기 위해 전 세계 도시들은 초국가적인 거버넌스 인프라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EU의 ‘기후중립과 2030 스마트시티를 향한 100개 유럽도시 연합(EU Mission for 100 climate-neutral and smart cities by 2030)’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처럼, 우리는 인류와 지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치 체계와 의사결정 프레임을 설정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위기를 매핑해 관리할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새로운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2014년 K-Innovation 프로그램으로 에티오피아 정부 부처 공무원(70명)을 대상으로 에티오피아 바히르다르에서 과학기술혁신정책 역량강화워크숍을 개최했는데, 워크숍 후 참석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I love Korea’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모두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는다. 사진=김은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제공

김은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2017년 8월에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정책자문 워크숍을 하던 때가 생각난다. 8월은 에티오피아에서는 장마 기간이라 아침에는 엄청난 비가 쏟아진다. 워크숍 강사로 한국에서 열 명의 과학기술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엄청난 비를 뚫고 현지 정부 기관을 방문해서 워크숍을 진행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호텔에 엘리베이터가 두 번이나 중간에 멈춰 갇히는 경험을 했다. 너무 죄송한 마음도 있고 해서 근처에 있는 에티오피아 전통방식의 커피숍에 갔다. 문제는 가던 길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서 더 걸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몸을 피한 곳이 양철로 만들어진 처마 아래 서게 되었다. 그때 한 전문가분이 스마트 폰으로 노래를 들려주었다.

홍서범의 ‘그래’라는 곡으로,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맞춰 노래가 흐르니 모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가사 중에 “그래 나에겐 꿈이 남았어.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노래가 있어, 사랑이 있어 친구도 있어 해야 할 일도 많이 남았어.” 귀에 꽂히는 부분이었다.

트랜스 로컬리티는 우리가 함께 꾸는 꿈이 되어야 하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우리의 노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에 ‘함께’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먼저 있어야 하고, 함께 하는 이들을 친구로서 신뢰하고 감사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좋은 지역 혁신 사례들을 찾아내고, 주체들의 연결-공유-협력의 장을 온라인 & 오프라인에서 마련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협력이 가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정주 한국에자이 이사 공동체 활성화 활동 결과의 평가지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서비스나 물건을 개발했는지, 물리적인 결과물이나 만남을 가진 회차 수를 중심으로만 본다. 우리는 결과물보다는 로컬 구성원들의 마음에 각자의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이 얼마나 생겼는지, 활동 이후 지역에서의 관계망이 얼마나 증가하였는지 살펴봐야 한다. 팬더믹으로 오랜 기간 오프라인 활동이 제약을 받았지만, 디지털을 활용하여 새로운 방식의 지역활성화를 시도하고, 꾸준히 소규모 대면활동은 이어가야 한다.

같은 주민, 마을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이 부처, 영역별로 진행될 것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통합되어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 로컬들이 연결되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동의 비전을 수립하고 충분히 공감 합의하여 지속적인 협력과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트랜스 로컬리티’를 위해 준비하고 있거나 아이디어나 실천적 계획이 있다면?

한선경 ㈜씨닷 대표 씨닷은 그동안 다양한 네트워킹, 학습, 교류의 장을 만들어왔다. 최근 돌봄과 주거복지 영역을 지속해서 살펴보고 있다. 특히 열악한 지역이 스스로 확장성과 혁신성을 가지기 위해 트랜스 로컬리티적인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규모 지역 돌봄 모델로서 이야기되는 Local Area Coordinator와 같은 모델이 있다. 이미 서울에서 시행되고 있는 지원주택 모델은 한국 내 정치 사회적 상황에서 현재 시도하기가 어려우나 현재 상황을 타개해 가는 데 아주 유용한 모델로 보인다. Local Area Coordinator는 이미 호주, 캐나다, 영국 그리고 싱가포르는 이 모델을 중심으로 교류해나가고 있으며, 이 교류에 한국의 모델이 함께 참여해가도록 돕는 방법에 관해 관심이 높다.

강은지 다크매터랩스 시스템디자이너 현재 자금 조달 방식은 보통 3~4년 단위의 개별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형태이다. 시스템이나 패러다임, 사람들의 사고 방식 또는 문화를 바꾸기 어렵다. 다크매터랩스는 프로젝트 중심의 단기적, 개별적인 접근 방식을 넘어 시스템을 전환하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 실험을 포함한 장기적, 통합적 프로그램인 '시스템 데몬스트레이터'를 제안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기후 혁신 이니셔티브 Climate-KIC의 ‘딥 데몬스트레이션 (Deep Demonstration)’ 프로그램처럼 다크매터랩스에서는 제도, 거버넌스, 데이터, 법률, 기술, 금융 등 시스템의 다양한 층위에 걸친 실험을 통해 탄소 절감부터 공중 보건 개선, 불평등 완화, 일자리 창출에 이르는 변화의 경로를 만들고 있다. 여기서부터 예측한 혹은 예측하지 못한 다양한 혜택이 파생될 수 있도록 통합적인 변화의 포트폴리오를 제안하고 있다. 이 포트폴리오의 목적은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해 일부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아이디어가 연결돼 변화를 위한 하나의 생태계로 작동하고 여기에 관여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협력 관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다.

시스템 데몬스트레이터는 크게 세 가지 영역을 다루고 있다. 대규모 단위의 주택 개조(Retrofit) 및 토지 관리에 관한 ‘공간 정의 (Spatial justice)’, 토양이나 나무와 같은 자연 자원을 도시 인프라로 다루는 ‘자연 기반 솔루션 (Nature-based solutions)’, 인간의 본능적 욕구인 ‘놀이’에 기반한 ‘멘털 웰스(Mental wealth)’이다. 그중 현재 진행 중인 자연 기반 솔루션 분야 사례를 소개한다.

‘인프라로서의 나무’, TreesAI (Trees As Infrastructure)는 오픈소스 플랫폼으로, 도시 가로변이나 숲의 나무를 조경 요소가 아닌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차세대 도시 자산으로 다룬다.

TreesAI의 핵심은 거리 규모의 나무 자산 (Micro Civic Assets)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출발해 궁극적으로 도시 전체의 시스템 전환으로 향하는 경로를 설계한다. 영국 도시 거리 규모의 작은 실험에서 시민 참여 프로세스, 제도, 금융, 데이터 거버넌스, 디지털 기술 등의 가능성을 검증한 다음 이를 도시 전체, 나아가 다른 도시로 확장 적용하는 것이다.

글래스고 외에도 케냐 나이로비, 캐나다 몬트리올, 스페인 마드리드, 그리고 한국 대구와 TreesAI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각 도시에 적합한 기후위기 대응 전략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것을 넘어 서로 다른 도시 간 교류, 지식, 학습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글래스고에서는 오는 11월 TressAI를 공식적으로 론칭할 예정이고, 내년 초에는 대구에서도 가시적인 실험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오늘 네 분의 트랜스 로컬리티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설렌다. ‘내가 하는 이야기가 이런 개념으로 나오고 있네?’ 그리고 ‘앞으로 이 개념을 가지고 내가 하는 일을 조금 더 고도화할 수 있겠네?’ 그리고 ‘조금 더 멋진 것, 조금 더 세련되게 이 개념을 엮어서 무언가 조금 더 해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트랜스 로컬리티의 개념, 어떻게 보면 영어의 개념이고 무언가 세련된 말 같지만, 우리의 개념으로 만들 수 있다.

저는 쉬운 말로 ‘비빔밥’으로 표현했다. 우리가 비빔밥을 만들면서 얼마나 설렐지 ‘비빔밥이 만들어줄 기쁨이 나한테 어떤 의미인지?’ 기대한다. 리빙랩, 탈추격, 연결 등의 개념이 어떻게 결합하고 조화되어 비빔밥이 만들어질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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