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양선의 두바퀴로 여는 세상 6] 우보천리(牛步千里)와 무한불성(無汗不成)

홍양선 기자
  • 입력 2019.06.27 17:29
  • 수정 2020.03.2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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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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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다가 반포대교 밑에서 쉬고 있는 데 나이 드신 한 분이 묻는다.

“자전거 가벼워 보이네요.” “아 네 좀 그렇습니다.”

“무게가 몇 kg 나가요?” “용품 빼면 8kg정도 나갑니다.”

“앞 드레일러가 싱글이네요” “뒷단은 12단이고 스램 방식 산악용이네요”

“네 맞습니다. 근데 로드를 많이 탑니다.” “선생님은 요즘 젊은이들이 3바퀴로 누워서 타는 자전거네요? 일명 리컴번트(recumbent) 자전거네요?” “네 그렇습니다.” “운동 되는 부위는 비슷한가요?” “일반 자전거는 허벅지와 힙 중심으로 근육이 발달되는데, 좀 다른가요?” “비슷합니다.”

“혹시 연세가 어떻게 되시나요?” “자전거를 60세 부터 20년 탔습니다. 80세 입니다” “아 네 대단하십니다.” “집에는 로드, MTB, 리컴번트 3대를 갖고 있습니다.” “모두 최상급 모델들입니다.” “혹시 자전거를 타시게 된 계기라도 있나요?” “당뇨와 고혈압으로 몸이 좋지 않아서 1주일에 보통 3~4번 4~50km를 탑니다.” “물론 식단도 조절합니다. 운동할 때 필요한 초콜릿도 당분이 극소량인 것만 갖고 다닙니다.”

그러면서 하나를 건네며 한번 먹어보라고 한다.

“미국에서 생활을 좀 많이 했어요. 미국은 당뇨환자가 많아서 이런 식품들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직구로 사서 먹고 있습니다.”

“저도 사실 당뇨와 고혈압이 있습니다. 당화혈색소가 6.5정도 됩니다.”

당화혈색소는 포도당과 결합한 혈색소의 수치로서 혈당이 높아질수록 당화혈색소의 수치도 증가한다. 당화혈색소 수치는 2~3개월간의 혈당 상태를 반영하기 때문에 환자의 혈당상태를 평가하고 관리하는 수치다. 정상인은 평균 5.6 이하다.

“자전거 타면서 혈압약도 먹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라면이나 국수 등도 거의 자제를 하고 있고, 식당에서 식사할 때도 일단 공기 밥의 절반은 덜어내고 식사합니다. 집에서는 항상 잡곡밥을 먹습니다.” 오늘 만난 3발자전거 타시는 홍은동 분의 건강관리법이다.

이 말을 들으니 속으로 뜨끔해진다. 아침부터 밥을 안 먹고 나오다 보니 로드숍에서 즉석라면을 먹었고, 또 어찌하다 보니 점심에 남한산성입구에서 열무국수를 먹었으니 말이다.

자전거를 타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교감하는 건 다반사다.

이처럼 야외에서 만나는 생활 박사, 건강 박사가 많다. 모든 건강 수칙을 잘 지키면서 생활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자주 경각심을 얻는 건 야전에서의 특별한 혜택이다.

Ⓒ홍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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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부터 남한산성을 가고자 나섰다. 안양천 합수부에서 여의도를 지나 동작대교 반포대교 잠실대교 탄천합수부 성내천 입구까지 쭉 달렸다. 남한산성 청량산에서 흘러나오는 성내천 물이 아주 맑았다. 맑은 물은 어찌도 용케 아는 지 좁은 내천에 왜가리도 보인다. 뚝방길 좌우측엔 푸른 나무들이 도열, 잠시 쉬어가라 재촉한다. 나뭇가지가 하늘을 가리니 시원함을 더해준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남한산성으로 향하는 입구에 도착했다. 주변엔 등산객들로 분주하다. 남한산성으로 향하는 소로길 좌우측엔 식당들이 즐비하다. 근데 자전거로 오르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 식당 주인한테 물었다. “이 길로도 남한산성 정상에 오를 수 있나요?” “MTB 타는 사람들은 이 길로 자주 내려옵니다. 쭉 올라가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저단으로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조금 오르니 계단이 나온다. 다행히 가벼운 자전거 덕에 끌차와 들기를 반복하면서 등산객들 사이로 올랐다. 한참을 오르니 감이동에서 1.4km 올라왔고 0.5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나왔다. 거의 다 왔기에 좀 쉬었다가 오르려 하는데, 어느 한 분이 “위에 가면 자전거나 애완동물 금지라고 쓰여 있던데요.”라고 말한다.

“그래요? 정말요? 자전거 금지라는 거네요?” 아니 밑에서는 많이 오르고 내려오고 한다고 말하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일단 검색을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검색해 보니 남한산성 자전거길 금지 논란이 있다. 경기도에서 금지한 모양이다. 근데 라이더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입장의 글이 다수 있다.

정상에 올라 굽이진 로드를 타고 양평 방향으로 향하다 돌아오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그 길로 하산하기로 했다. 다시 오던 길로 내려오니 뭔가 허전함에 반포대교 밑에서 좀 쉬다가 남산을 오를까 하던 중이었다.

허전함 대신 한 노년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깨달았다. 앞으로 갈 곳도 많고 탈 곳도 많다. 또 라이딩을 통해 운동하면서 땀 흘리고 체험하고 세상과 소통할 시간은 많으니 재촉하지 말자. 우보천리(牛步千里)다. 다만 땀을 흘리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건 없으니 무한불성(無汗不成)이다.

▲홍양선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前 대우자동차 홍보실前 홍보대행사 KPR現 홍보대행사 프리스트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양선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前 대우자동차 홍보실
前 홍보대행사 KPR
現 홍보대행사 프리스트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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