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양선의 두바퀴로 여는 세상 7] 라이딩과 국수의 찰떡 궁합

홍양선 기자
  • 입력 2019.07.04 18:09
  • 수정 2020.03.2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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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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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라이딩을 쉬기로 했다. 두 달 전 엄지 발바닥에 다친 염증이 라이딩을 반복하면서 다시 도졌기 때문이다. 잠시 쉬어 가라는 신호다. 5보 전진을 위한 2보 후퇴라 할까? 그래서 이 참에 평소 생각했던 라이딩과 국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점심에 정기적으로 직원들과 함께 행주산성에 간다. 행주산성에는 맛집 국수촌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 입사한 친구들은 대부분 생전 처음 가본다며 적잖이 놀라는 눈치다.

한강변의 국수집은 라이딩족과 함께 성장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 행주산성의 원조국수집이 제일 유명하다. 또 팔당댐으로 넘어가는 좌우측 도로변에도 국수집들이 라이딩족과 함께 ‘고락’을 같이하고 있다. 파주로 넘어가는 망향국수집, 경기 양평의 색다른 잔치국수집들, 안양천의 국수집, 마포 망원동 국수집 등 국수와 자전거는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난 원조 국수가 최고던데...” “아냐 난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어. 양만 많고...” “뭐니뭐니 해도 비빔국수는 망향국수지.” “잔치국수보단 메밀국수 드시죠?” “행주산성 통메밀 집도 좋습니다.” “전 얼큰한 지리산 어탕국수가 최고던데...” “요즘엔 꼬막 비빔국수도 있던데.” “양평 꽃 국수도 있네요.”

엊그제 부산에 잠깐 들렀을 때 밀면을 먹었다. 한국전쟁과 함께 발전한 음식이기에, 때마침 6.25도 지났고 해서, 특별한 의미를 갖고 먹었다. 냉면과 잔치국수의 중간이랄까? 나름 독특한 맛이 느껴졌다.

Ⓒ홍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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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산성 원조국수집을 처음 접한 것은 8~9년 전이다. 예전에는 마포에서 방화대교까지 라이딩하는 게 고작이었다. 방화대교 밑에는 늘 노점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한마디로 한 낮의 불야성이었다. 노점상을 막기 위해 군데군데 웅덩이를 파면서 단속을 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정리됐다.

철거하면서 경관은 좋아졌지만 다리 밑에서 쉬어가는 낭만은 아쉽게도 없어졌다. 한때 무조건 없애려 하지 말고 이곳에 예스러운 이동식 토담집을 몇 개 지어서 외국 관광객들의 단거리 라이딩 여행코스 반환점(마포기점)으로 삼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다. 여러 노점상들이 있었지만 뭔가 아쉬움에 찾은 곳이 행주산성 국수집이었다.

방화대교 밑에서 행주산성으로 가려면 창릉천 초입의 돌다리를 건너야만 했다. 여름철 장마라도 지면 돌다리가 물에 잠겨 자유로 위로 올라와 위험한 곡예를 펼치면서 행주산성으로 가는 라이더들도 꽤 있었다.

모두 원조국수집에 가기 위해서였다. 그때 처음 맛 본 후로 잔치국수는 행주산성 원조국수가 최고라고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만 해도 행주산성 원조국수집은 라이더들의 전용 국수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전거에서 에쿠스나 수입차를 몰고 올 정도로 대중화된 국수 맛집으로 변했다.

영화 기생충처럼 쥐도새도 모르게 라이더들을 사랑방으로 밀어내고 일반인들이 안방을 차지한 것이다. 원조국수의 가장 큰 특징은 양에 있다. 웬만한 국수 두 배 이상의 양으로 일명 ‘세수대야 국수’다. 그렇다고 양만 많다고 사람들이 올까? 역시 맛이 다르다. 맛의 비법은 뭐니뭐니해도 ‘면발’ 그리고 ‘뜨거운 육수’에 있다. 큰 가마솥에서 우려낸 뜨거운 국물을 갓 삶아낸 쫄깃한 면발에 가득 부어 담아낸 원조국수는 조그마한 국수집에서는 할 수 없는 조리법이다.

메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통메밀집에서 다양한 메밀국수를 즐길 수 있다. “근데 메밀과 모밀은 뭐가 다르죠?” “같은 말입니다. 메밀이 표준말이고 모밀은 사투리입니다.”

메밀껍질을 벗겨낸 후 가공한 면은 하얗다. 보통 검은빛을 띤 메밀국수는 껍질을 벗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밀가루를 섞을수록 면발은 쫄깃하고 맛이 있으나, 건강에 좋은 순 메밀은 뚝뚝 끊어진다.

몇 년 전 ‘메밀꽃 필 무렵’의 고장 평창 이효석 생가 인근에서 먹었던 메밀 맛과 속초 설악산 아래 실로암 메밀 맛이 일품이었다. 나중에 라이딩하면서 다시 들러봐야 할 곳이기도 하다. 잔치국수는 어린 시절 동네 잔칫날에 주로 먹었던 것으로 기억됐지만 요즘은 라이딩하면서 제일 많이 먹게 된다.

또 행주산성의 지리산 어탕국수집도 유명하다. 지난해 영등포 롯데백화점 지하에 들렀는데 그곳에서 어탕국수집 체인점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근데 더 유명한 어탕국수집은 내 고향 당진에 있다. 가야산 기슭에 자리 잡은 마애삼존불입구에 있는 어죽집과 당진에서 서산으로 넘어가는 용현 어죽집이 모두 유명하다. 어죽은 민물고기를 갈아서 만든 국수다. 경기도 일대에서는 이것을 ‘털레기’라고도 부른다.

칼국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행주산성 바로 밑에 있는 비닐하우스 들깨칼국수집도 좋다. 들깨와 칼국수의 조합이 걸쭉하고 고소한 맛을 더해준다.

Ⓒ홍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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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산성은 거의 1주일에 한번 가는 것 같다. 서울에서 가까우면서도 전원풍경을 볼 수가 있어 좋다. 나름 맛집과 한강이 보이는 커피숍, 빵집 등 꽤 알려진 곳들이 많다.

행주산성을 처음 접한 때는 1986년 5월이었다. 군생활 신참 시절 행주산성 주변을 수색정찰 하다가 고참과 함께 라면을 들고 민가에 들어간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그때 싫은 기색 없이 라면을 끓여주던 어느 아주머니의 고마움이 행주산성에 대한 첫 기억이다.

내 마음속 고향 같은 곳 행주산성. 그곳에 인생이모작을 위한 뭔가 좋은 구상이 있을 것 만 같다.

▲홍양선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前 대우자동차 홍보실前 홍보대행사 KPR現 홍보대행사 프리스트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양선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前 대우자동차 홍보실
前 홍보대행사 KPR
現 홍보대행사 프리스트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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