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의 밑줄긋기 13] 대세를 따르지 않는다. 나는 나의 취향을 따른다

박명기 기자
  • 입력 2018.12.17 17:37
  • 수정 2019.03.26 15: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세를 따르지 않는다.

나는 나의 취향을 따른다.

-밀레니얼-Z세대 5대 마케팅 트렌드 대표 키워드 마이싸이더'

ⓒ박명기
ⓒ박명기

몇 년 전 SNS(소셜네트워크)에서 한동안 꼰대 육하원칙, 이런 말을 쓰지 말자!’가 유행한 적이 있다.

내용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 쓰지 말아야 할 말들을 뽑아본 것들이었다. ‘꼰대 육하원칙쯤 된다.

Who. 내가 누군지 알아?

What. 뭘 안다고

Where. 어딜 감히

When. 왕년에

How. 어떻게 나한테.

Why. 내가 그걸 왜.

꼰대 육하원칙을 읽다가 가슴이 철렁했었다. 내가 점점 분리수거 대상으로 전락하는지, 의식도 퇴화되고, 이미 세상과 소통하는 더듬이가 작동이 안 되는 꼰대가 되어버렸는지 반성했다. 그런데 웬걸 몇 년 지나서도 제자리다.

ⓒ박명기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재미있는 ‘2019 T-CON(트렌드 컨퍼런스)’를 다녀왔다. 컨퍼런스는 밀레니얼-Z세대 5대 마케팅 트렌드로 매년 대표 키워드를 뽑았다. 올해는 마이싸이더’(My[나의]+Side[~을 중심으로 한]+er[사람])가 선택되었다. , 처음 듣는 단어였다.

마이싸이더는 대세를 따르지 않는다. 나는 나의 취향을 따른다는 뜻이다. 인싸(인사이더를 줄여 나는 소리)-아싸(아웃사이더)라는 밀레니얼 용어를 변용해 만든 말이었다. 남이 아니라 내 안의 기준을 세우고 따르다는 뜻이 담겼다.

밀레니얼(1980~2000년생)-Z세대(1995~2004년생)는 관계도 취향끼리. 밀레니얼 세대는 IT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 Z세대는 어릴 적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 유행에 민감하다. 이들에게 스마트 폰은 신체의 일부다.

가령 이 세대들의 모임은 확실히 다르다. 기존 동호회는 정기모임이 중심이라면 이들은 번개모임을 하고 끝나면 폭파’(해산)되는 식이다. 동호회 대신 휘발성 커뮤니티 크루’(Crew)를 선호한다. 힙합 크루처럼 독립된 가수로 활동하면서 뜻이 맞을 때만 뭉치는 식이다.

요즘 크게 주목받는 혼자돌림이 혼밥-혼술-혼여(여행) 등이다. 이 세대들은 혼삶을 추구한다. 하지만 멋진 장소에 저녁식사만(?) 동행하거나 중고자동차 구입 때만(?) 동행을 구하는 혼자도 편하고 함께도 즐거운 세대이기도 하다.

‘1인 라이프 컨셉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TV프로 대표주자는 나 혼자 산다(나산다)’미운 우리 새끼(미우새)’. 두 프로는 각각 어필하는 층이 다르다. ‘나산다20대에게 인기, ‘미우새는 부모님 세대에 어필한다.

나산다가 혼자 즐기며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미우새에서는 반대다. 혼자 사는 삶을 다루면서 그것은 외롭고 결격사유다, 결론은 결혼을 해야 한다고 반복한다. 비슷하면서도 엄청나게 다른, 어쩌면 현재 한국의 두 다른 초상화 같다.

ⓒ박명기 

2018년 하반기 한국 영화 시장을 뜨겁게 달군 영화가 보헤미안 랩소디. 역대 한국에서 흥행한 음악영화 1위에 오르면서 각 분야에서 화제가 만발이다. 컨퍼런스에서도 이 영화 흥행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이 소개되었다.

우선 영화를 가장 많이 본 세대에 대한 조사가 반전이었다. 알고 보니 40대가 아닌 20대가 1위였다. 이에 대해 해석도 분분했다. “아예 그룹을 몰라서 음악에 반했다” “록밴드여서 관객이 몰렸다이런 해석은 어쩐지 빈약하고 왜소하다. 비틀스나 마이클 잭슨 영화도 개봉되었지만 이런 흥행은 없었으니까.

이 영화가 폭풍 흥행을 기록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과 리드 보컬 프레드 머큐리가 세대를 관통하는 코드라는 것이다. “부적응자를 위해 노래하는 부적응자들”-한 포털에서 이 영화 명대사 추천 1위에 오른 이 문장에 답이 있다는 것.

부적응자퀸은 젊은 세대에게 이미 봐온 익숙한 방식이었다. 유튜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평범한 비주류도 주인공이 되는주류 전복방식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는 한동안 금지곡이 되었고, 프레드 머큐리는 양성애자로 AIDS로 사망했다는 점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부적응자의 전복으로 느낀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한때 방송에서 성소수자라고 시청자들의 항의로 퇴출되는 상황도 있었다. 반면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성소수자로 밝힌 한 인기 BJ(1인방송 자키)보통사람과 특별히 다른 것 없다는 말로 친근하게만드는 순기능을 했다.

한국에서 영화관을 통째로 빌려 영화를 관람하며 떼창하는 싱얼롱현상에 대해 미국 메이저 방송 ABC에서도 조명했다. 이들은 혼자가 아닌 다함께 모여 퀸의 노래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록유후렴구를 따라 부른다. 노래 라디오 가가(Radio Ga Ga)’라디오 가가, 라디오 구구에요를 같이 외친다.

나는 대세를 따르지 않지만 나도 참여하고 싶다는 이 세대들의 소셜 참여 의식과 맞닿았다. ‘끼리의 문화는 공감 커뮤니티 댓글처럼 나도 거들 수 있다는 마음을 나누는 의식이 되었다. 이 세대 특유의 콘텐츠를 같이 만든다.’는 심리가 작동한다는 것. 절로 고개가 끄덕끄덕.

그렇지만 신세대 신조어 트렌드를 보며 깜짝 놀랐다. 내가 얼마나 꼰대인가를 새삼 알게 되었다. 이 컨퍼런스 리포트 책에는 역량평가 신조어 10개를 소개하고 있다. 이 신조어들은 처음 들었을 뿐 아니라 내 점수를 채점하니 완벽히 빵점이었다.

인싸(아웃싸이드 반대), 만반잘부(만나서 반가워. 잘 부탁해),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JMT(존맛탱, 영어 약자), 혼틈(혼란을 틈타), 아이엠그루트(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주인공 그루트가 대사할 줄 아는 말이 아이엠 그루트. 이를 빗대어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차마 내뱉을 수 없을 때), 탈룰라(영화 쿨러닝서 상대방 폄하하는 장난하다 탈룰라가 엄마의 이름이어서 분위기 수습하기 위해 칭찬-존경 세례 하는 상황 자체), 여포(삼국지 속 여포처럼 사납고 용맹한 사람), 자만추(자연스런 만남 추구), 뽀시래기(부스러기의 방언. 귀여움을 표현하는 단어)

ⓒ박명기

천재 아인슈타인은 성공의 비결을 명쾌하게 정리했다.

제자들이 그에게 물었다. “교수님은 어떻게 학문에서 성공을 거두셨나요?”

아인슈타인이 칠판에 ‘S=X+Y+Z’라고 쓰고는 제자들에게 부연설명을 했다.

“S는 성공입니다.

X는 말을 많이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Y는 지금 현재의 생활을 즐기라는 것이고,

Z는 한가한 시간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내 성공의 비결입니다.”

이 컨퍼런스 내내 젊은이들의 왁자지껄 함성과 웃음과 박수가 이어졌다. 세션이 끝날 때 대화를 이어주며 대답을 해주는 인공지능도 등장해 조미료가 되었다.

나는 꼰대로 소외를 받을 처지였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나도 마이싸이더였다. 세대를 뛰어넘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불통과 소통, 이해와 오해의 거리가 고작 한 뼘 거리밖에 안 된다는 자각이 밀려왔다.

이날 한 수 배운밀레니얼과 Z세대의 지혜도 있었다. 바로 끼리가 꼰대를 이긴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젊은 세대가 어른들을 무시하는 이유가 있었다. 요즘에는 유선생’(유튜브)을 비롯한 과거와 다른, 스승과 제자 관계들이 수없이 많았다.

실제 같은 목적과 관심의 카톡방과 카페 등에서 실시간 정보를 듣고 질문하면서 의견 교환한다. 1인 스승이 아니라, 이제 10, 100명에게 24시간 내내 배운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 세대는 따로 스승이 없어도 더 많이 알고, 잘 논다. 그러니 일방적이고 구닥다리 훈장질하는 기성세대와 불통일 수밖에.

세밑에 소박한 반성문 한 장. 지금부터라도 젊은 세대와 가슴을 활짝 열어젖혀 조금이라도 소통하려고 노력하겠다. 그들과 함께 현재를 즐겨보겠다.

내가 누군지 알아?”

어딜 감히

이런 말들 반성합시다. 알았어, 이 세상 꼰대들아!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