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의 밑줄긋기 19]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꿈을 꾸어라”

박명기 기자
  • 입력 2019.01.28 08:00
  • 수정 2019.03.2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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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꿈을 꾸어라.

달팽이도 마음만 먹으면 바다를 건널 수 있다.

시인 정호승의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중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 출처=손정의 페이스북

재일동포 3세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62)은 지난해 ‘포브스재팬’ 선정, 일본 1위인 최대갑부(28조 보유자산)다.

그는 일본 규슈 사가현 어느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2차대전 이전부터 한국인들이 모여 살던 판자촌이었다.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소설이 있다. 시바 류타로의 <료마가 간다>다.

소설의 주인공 료마는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이끌었던 사람으로 31살에 죽었지만 위대한 삶을 살다 간 사람이었다. 그는 료마라는 인물에게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다.

그는 지금까지 그 작품을 세 번 정독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열다섯 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미국 유학을 결심할 때, 병원에 입원해 생사 갈림길에 놓였을 때, 세 번째 1994년 소프트뱅크 주식공개 이후다. 이 때문에 그의 이 같은 어록에는 료마의 영향이 배어있다.

이나리 중앙일보 전 논설위원은 손정의 삶과 철학을 해부한 <손정의, 나는 거대한 꿈을 꿨다>라는 책을 썼다.

“도전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하다.”

영화 <스타워즈> 요다.

인생은 과감한 모험이든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다. 위대한 꿈이 위대한 성취를 거둔다. 도전과 모험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언급했다.

헬렌 켈러는 “인생은 과감한 모험이든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요다는 “하거나 안 하거나 둘 중 하나야. 한 번 시도해보겠다는 건 없어”라고 말했다.

모험과 도전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내 세계를 무한하게 확장하는 일이다. 손정의처럼 “나를 넘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꿈. 그것이야말로 진정 위대한 꿈이다.”

나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도전과 모험에 얼마나 나를 맡겼을까? 인생에서는 항상 깨달음이 뒤에 오는 것 같다. 가령 이런 페이스북에서 어떤 네티즌의 포스트를 읽었을 때는 가슴을 쳤다.

“스물에는 세상을 바꾸겠다고 돌을 들었고,

서른에는 아내 바꾸어 놓겠다며 눈꼬리를 들었고,

마흔에는 아이들 바꾸고 말겠다며 매를 들었고...

쉰에야... 바뀌어 할 사람이

바로 나임을 깨닫고, 들었던 것 다 내려놓았습니다.”

이 글을 읽었을 때는 내 나이 막 쉰이 되었을 때였다. 나는 ‘들었던 것을 내려놓을 수 없었구나!’ ‘내 꿈은 시시껄렁했구나!’라며 내 삶을 되돌아보며 씁쓸해했다.

책 <스케일의 법칙>. 사진=박명기

큰 인생을 살려면 스케일이 커야 한다

일본인들이 관상어로 기르는 ‘고이’가 있다고 한다. 작은 어항에서 기르면 크기 5센티미터 정도로 자란다고 한다. 그런데 연못 같은 큰 곳에 기르면 25센티미티까지 자란다고 한다.

이 ‘고이’처럼 스스로 알아채지 못한, 내 잠재력은 얼마나 있을까. ‘고이’라는 물고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절로 떠올랐다.

그는 미국 유학 중 1년에 250개의 발명품을 개발했고, 이후 일본 야후를 인수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쇼핑몰 알리바바를 막 창업한 마윈을 만났을 때 일화는 유명하다.

손정의는 마윈의 10분짜리 프레젠테이션을 듣다가 6분 만에 그 자리에서 200억원을 투자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천리마를 감별했다는 백락처럼 ‘인물’을 제대로 알아본 것이다. 지난해 은퇴를 선언했던 마윈은 현재 재산 44조원으로 중국 부호 1위다.

<스케일의 법칙>을 쓴 김병완은 책에 ‘고이’를 소개하며 “큰 인생을 살려면 스케일이 커야 한다. 스케일이 큰 행동이 없으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손정의 삶과 일맥상통했다.

사람들이 하찮은 이익에 매달리고, 치졸한 꿈을 꾸고, 비겁하게 살고 있는 것은 ‘스케일’이 작아서다. 대신 스스로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신념과 행동으로 표현해야 한다. 위대한 생각은 큰 꿈을 이루고 큰 인생을 만들어낸다.

영화 <올드보이> 포스터

 세상의 부자와 가난한 자의 격차는 능력이나 재주가 아닌 바로 가치!

나의 세계를 무한하게 확장하는 ‘스케일을 키우는’ 것과 ‘자기 가치를 높이는 것’은 유사하다. 스스로 자기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람이 세상을 바꾸고 세상을 이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스케일의 법칙>에는 이런 예를 들었다. 어떤 이가 “너는 지금 연봉의 열 배를 받을 수 있다”라는 말을 자신에게 수십 번씩 반복하는 습관을 들이고 훈련했다. 부정적인 생각을 절대 안 하고, 스스로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훈련을 했다. 그 결과 몇 달이 지나자 실제로 깜짝 놀랄 만한,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났다.

김병완의 책은 “세상의 부자와 가난한 자의 격차가 생기는 것은 능력이나 재주가 아닌 바로 가치”라고 역설한다.

박찬욱 감독 영화 <올드보이>에는 유명한 글귀가 등장한다. “웃어라. 모든 사람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

15년간 이유도 모른 채 알 수 없는 장소에 감금된 오대수(최민식)의 방에 걸려 있는 그림 속에 쓰여진 글귀다. 웰라 윌콕스의 시 <고독>의 도입부 일부다. 이 글귀는 15년 전 영화를 보고 나서 지금까지 내 가슴에 압정처럼 꽂혀 있다.

상황은 완전히 다르고 뜻도 다르지만 비유만은, 아니 문장만은 희한하게 딱 들어맞았다. “누가 뭐래도, 세상이 비웃어도 나는 세계 최고”다. 창창하게 자기선언 같은 결기가 느껴졌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게임쇼 ‘차이나조이’ 전시장의 제갈공명 초상. 사진=박명기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와 제갈공명의 탄식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자성예언(自成豫言, self-fulfilling prophecy)’ 개념을 소개한다. 인간이 스스로 어떤 일이나 사물, 심지어 자신에 대한 기대나 암시를 통해 그 ‘예언’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성취되도록 하는 현상을 말한다.

파울로 코엘료는 소설 <연금술사>에서 살렘의 왕인 노인은 양치기 소년에게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라고 썼다.

혹시 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면 실제로 그렇게 될 수 있다. 가난을 두려워하는 대신 성공을 이야기하고, 상상하고, 믿고, 대비하면 이루어진다. 스케일을 넓히고, 스스로 가치를 높이려는 간절함이 나뿐이 아닌 세상을 바꾼다.

물론 성공에 대한 기준과 가치는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위대한 꿈이나 목표를 갖고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고래꿈을 꾸는 사람만이 바다로 나아갈 수 있다.

여기서 꿈과 도전에 다른 해석도 덧붙이고 싶다. <삼국지>는 동북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전 중 하나다. 이 책에는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제갈공명은 적벽대전에서 동남풍을 이용하여, 불 공격인 ‘화공(火攻)’을 감행해 조조 20만 대군을 물속에 몰살시켰다. 하늘이 불어준 동남풍이 승리하는데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화공’이 다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후일 제갈공명은 엄청난 폭약을 준비해두고 조조의 군사 사마의를 계곡 ‘호로곡’으로 유인하는데 성공했다. 폭약을 터트리면 적을 몰살하고 완벽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에 갑자기 하늘에서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그렇게 제갈공명의 일생일대 승부를 걸었던 ‘화공’은 실패로 돌아갔다.

제갈공명은 하늘을 바라보며 장탄식했다.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나, 그 성공 여부는 하늘에 달려 있으니 어찌하겠는가?”

그렇다. 새우잠을 자면서도 고래꿈을 꿔야 한다. 그리고 스케일을 키우며,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데 ‘운’도 빼놓을 수 없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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