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카다브라 : 말한 대로 이루어진다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등장한 주문. 고대 히브리어
다행이다. 딸이 막 책을 좋아하기 시작한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이 나왔으니까 말이다.
세상에 책을 사다주는 기쁨, 책이 너덜너덜 될 정도로 보고 또 보는 딸의 즐거움을 지켜보는 즐거움보다 더한 것이 있을까.
특히 영화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은 우리 가족이 함께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리스트5 안에 든다. 1위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로로>다.
전 세계에서 4억 부가 팔린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 출발은 시련이었다. 무려 출판사 12곳에서 거절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이제 책은 물론 영화까지 지구촌 남녀노소가 사랑하는 초특급 IP(지적재산권)가 되었다. 어느덧 150억 달러(약 16조 9575억 원)의 글로벌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해리포터> 시리즈에는 수많은 마법 지팡이와 신비한 주문이 등장한다. 한국어로 치면 ‘수리수리 마하수리’다. 대표적인 주문이 ‘아브라카다브라’다. ‘말한 대로 이루어져라’는 뜻의 행복한 주문이다. 딸하고도 이 주문을 함께 외쳤던 것도 기억난다.
4년 전 읽었던 영화 <반지의 제왕>를 만든 피터 잭슨의 인터뷰는 인상적이었다.
그는 “나는 e메일을 못 보내는 컴맹”이라고 실토했다. 한때 정부의 통신 관련 수장이 ‘한 번도 e메일을 보낸 적이 없다’는 믿기지 않은 소문이 기억나서 웃었다.
피터 잭슨은 환상소설의 최고봉 J.R.R 톨킨(1892~1973) 원작 <반지의 제왕> 3부작을 1997년부터 직접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17년 만에 완성했다.
그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전문가들과 함께 일해서 정말 다행이었다”며 대규모 전투 영상과 여러 가상 캐릭터들을 만들어낸 일을 회상했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건, 어렸을 때 ‘킹콩’(1933, 메리안 C 쿠퍼-어니스트 B 쇼드색 감독)을 보고 영화감독이 되려는 꿈을 품었기 때문이다. 그런 영화가 나를 흥분시키고 영감을 줬듯, 내 영화가 누군가가 그런 대상이 된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
실제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우리 가족에게 수많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내용은 쉽지 않았지만, 더 나위 할 것 없는 환상적인 책이었다. <호비트>라는 <반지의 제왕>의 출발이었던 창비판 동화에서부터 만화나 배경이 된 관련 책도 죄다 사서 딸에게 선물했으니까.
우리 가족이 영화관에서 함께 관람한 영화도 흥행 홈런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30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호빗, 골룸 등 영화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들을 탄생시켰다.
‘몸은 하나지만 인격이 둘인’ 다중이 골룸-스미골이 모리아의 광산에서 절대반지를 빼앗았을 때 외친 “반지는 이제 내 거야~ 마이 마이 프래셔스 골룸 골룸”이라는 장면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한국에서 총 20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5년 전 12월 17일 개봉한 ‘호빗: 다섯 군대 전투’가 삼부작의 끝이었다. 아, 딸하고 시리즈 마지막 영화를 기다리며 설렜던 시간을 소환하고 싶다.
물론 아쉬운 것도 있었다. 내가 종사하는 게임업계서 야심하게 출시한 게임은 큰 재미는 못 봤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은 특별한 추억을 담겨서 더 안타까웠다.
당시 NHN엔터테인먼트가 한국 서비스를 맡았다. 서비스 전 한국 유통권을 두고 여러 회사들이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나는 취재차 미국 보스턴에 있는 게임 개발사 터바인(Turbine)을 찾아갔다. NHN엔터테인먼트가 아닌, 경쟁사 업체와 함께였다.
중국 상하이서 동방항공 환승-뉴욕을 거쳐 보스턴으로 이동한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추억 전리품도 있었다. 하버드 대학 캠퍼스 안 설립자 존 하버드 동상의 구두 앞코를 문지르는 ‘행운’도 얻었다. 앞코를 문지르면 하버드대에 입학할 수 있고, 행운을 부른다는 속설 때문에 구두 앞코는 반질반질했다.
당시 고사리 손이었던 딸은 이제 대학교를 졸업했다. <해리포터> 시리즈와 <반지의 제왕>을 너무 좋아해 책이 너덜너널해질 때까지 읽었던 딸은 아이러니하게 공대생이 되었다. 여전히 책을 좋아해 나 홀로 교보문고를 드나든다. 그렇게 <호비트>와 <해리포터> 이야기는 내 인생의 일부가 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내 삶에게 마법 주문을 자주 외운다. 세밑이니 “아브라카다브라 메리 크리스마스” “아브라카다브라! 아듀 무술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