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이슈파이팅] 치매가 있어도 나답게 살 수 있는 ‘D-Cafe’(치매카페)... 노원구치매안심센터 ‘D-Cafe’ 오픈

김남기 기자
  • 입력 2023.08.02 14:19
  • 수정 2023.11.0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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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치매안심센터 D-Cafe 오픈식 참여자들. 촬영=김남기 기자
노원구치매안심센터 D-Cafe 오픈식 참여자들. 촬영=김남기 기자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D-Cafe가 ‘치매가 있어도 나답게 살 수 있는 ‘D-cafe’를 슬로건으로 문을 열었다. 한국치매가족협회, 한국에자이, 한국리빙랩네트워크가 참여하는 Dementia Living Lab의 핵심 사업이다. 현재 서울 4곳(노원구, 성북구, 성미산마을, 송파구), 대전 1곳에서 D-Cafe 사업을 추진 중이다.

송파구 D-Cafe. 사진=한국치매가족협회 제공
송파구 D-Cafe. 사진=한국치매가족협회 제공

‘Dementia Living Lab’의 활동은 ▲치매 당사자와 가족 간 교류 관계망 형성 ▲환자의 적극적인 활동 촉진을 통한 자기 효능감 향상 ▲지역 사회 차원의 치매 안심 사회에 대한 인식 향상 ▲치매를 중심으로 민관산학연 등 여러 주체 간 협력 관계 형성을 목표로 한다. 치매를 중심으로 환자와 가족부터 지역사회까지 다양한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이다.


‘치매환자와 가족 수다방’...노원구치매안심센터 D-Cafe

노원구 치매한심센터의 첫 D-Cafe 행사가 7월 24일 ‘노원 더숲 카페 아트시네마’에서 시작했다. 이번 행사는 ‘아빠의 아빠가 됐다’ 저자 조기현 작가와 치매환자 가족의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열렸다. 행사 후에는 이날 초로기 어르신은 직접 만든 꽃차와 손 글씨 카드를 담은 굿즈 기념품을 나눠주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행사관계자와 치매환자 가족 등의 생생한 현장목소리를 담아본다.

정나나 노원구치매안심센터 팀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누구나 다 함께하는 살아가는 것이다. 치매환자와 돌보는 가족이 단 한 분이라도 소외되지 않고, 공존하는 게 우리 지역사회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할 때,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이 우리 곁에 있어야 한다. 치매환자와 가족에게 휴식과 소통의 공간이 필요하다.

차 한 잔의 여유와 브런치 먹거나, 영화를 편하게 볼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이 그리 녹녹치 않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을 시작으로 노원구 지역사회의 곳곳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D-Cafe 공간을 만들어 갈 것이다.

서정주 한국에자이 기업사회혁신 이사

카페는 역사적으로, 시민이 삶의 중요한 이슈를 함께 이야기하고,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장이었다. D-Cafe 역시, 치매가 있어도 ‘창피하지 않고’ ‘얘기할 수 있고’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사회’를 위해서 서로 지지하고, 힘이 됐으면 좋겠다. 현재 노원구와 더불어 다른 지역 4곳에서는 D-Cafe 시범사업을 지역의 특성에 맞게 운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공공기관에서도 관심을 두고, 더 활성화되어 가까운 동네에 D-Cafe 공간이 많이 활성화됐으면 한다.

조기현 작가 ‘아빠의 아빠가 됐다’ 저자. 촬영=김남기 기자
조기현 작가 ‘아빠의 아빠가 됐다’ 저자. 촬영=김남기 기자

조기현 작가...‘아빠의 아빠가 됐다’

아버지는 초로기치매를 앓기 전에는 ‘미장장이’였다. 계속 일을 하고 싶다는 아버지. 직장을 만들 수도, 일터를 만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 하고 싶은 일을 함께하기로 했다 아버지의 전공을 살려 벽돌을 쌓기로 했다. 모래 10kg, 벽돌 100개, 시멘트 한 포로 벽돌을 쌓았다. 이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아빠의 아빠가 됐다’ 다큐멘터리 주요장면
‘아빠의 아빠가 됐다’ 다큐멘터리 주요장면

어느 날부터인가 새벽마다 거실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였다. 내가 무얼 하고 있냐고 물으면 아버지는 인력 소장에게 전화가 와서 지금 일을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당뇨, 술이 뒤섞여서 쓰러진 뒤에 일을 나가지 못한 지 7년째였다. 나는 아버지가 잠이 덜 깬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일주일이 반복됐다. 새벽 4시가 되면 녹이 다 슬어서 더 이상 쓰지 못하는 연장들을 챙겨 가방을 둘러메고 문밖을 나서려고 했다. 그럼 나는 아버지와 한참의 실랑이를 벌였다. 병원에서는 아버지가 치매라고 했다.
- ‘아빠의 아빠가 됐다’ 다큐멘터리 내레이션 중

늘 만지던 연장이 그리웠던 걸까? 익숙한 손놀림으로 벽이 만들어졌다. 하루 종일 일해도 신체적으로도 더 활력이 넘쳤다. 원래 잘하는 기술자의 모습을 발견했다. 인지력이 좀 떨어졌어도, 과거에 내가 원래 잘하던 모습, 경험했던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버지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조기현 작가의 ‘아빠의 아빠가 됐다’ 책표지

치매 환자의 사회적 인식은 냄새나는 사람, 좀 정신없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어떻게 하면 공동체 안에서 치매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한다.

단순히 잔존 능력을 계속 유지하거나 인지능력을 향상하고, 돌봄 부담을 덜고, 이런 차원을 넘어서는 성원권(成員權, membership)이 필요하다.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치매가 있어도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바라며, 글도 썼다.


치매환자 가족의 대화, 노원 D-Cafe 모임. 촬영=김남기 기자

치매환자 가족의 애환

치매환자 가족은 갑작스럽게 치매를 겪게 된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른다. 치매환자의 이상 행동들을 많이 대하다 보면 사람인지라 아무리 내 가족이어도 짜증도 나고 화도 난다. 오늘 D-Cafe 오픈식에서 이들의 삶의 애환과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대화를 들어보겠다.

# 1. 치매환자 가족

엄마는 코로나와 함께 치매가 시작되어 이제 4년 정도 모셨다. 항상 친구 같은 엄마였지만, 치매라는 게 찾아오고, 정말 엄마가 미웠다. 엄마의 치매보다 제 마음을 다스리는 게 더 힘들었다. 독박 육아인 것처럼.

결국은 형제들끼리도 사이가 나빠지고, 오롯이 다 내가 해야 한다는 중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치매가 일흔하나에 왔는데, 진행이 3개월 단위로 급속히 진전됐다. 엄마는 원래 나이보다 더 젊은데. 자신감을 잃은 뒷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엄마가 차라리 나이가 80을 훌쩍 넘은 엄마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너무 외로워서 찾은 곳이 노원구치매안심센터였고, 뭔가 지푸라기라고 잡는 심정으로 도움을 청했다. 그렇게 수년이 지났지만, 결국 엄마는 뇌경색으로 돌아가셨다.

이젠 노인을 보면 그냥 안 보인다. 내 눈은 변해버렸다. 엄마는 돌아가셨지만 저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도 아픈 노년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

# 2. 치매환자 가족

엄마는, 내가 7살 때부터 결혼 전까지 미싱을 했다. 그렇게 생활비를 마련했다. 보건에서 '치매환자의 잔존능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에 미싱을 구입해서 엄마에게 옷 수선을 맡겼다. 옷을 세탁소에 안 맡기고 본인이 옷을 줄이고 수선하는 것에 기뻐했다.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도 찍었는데, 정상인처럼 생동감이 돌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그 후 엄마한테 가족을 위해 아침에 달걀부침을 해달라고 했다. 인덕션에 프라이팬으로 프라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단기 기억에 문제가 있어 힘들었지만, 반복적으로 학습한 결과 프라이를 만들게 됐다. 본인이 가족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것을 가르치기보다,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을 유지하는 쪽으로 생활하고 있다.

치매환자 가족과 조기현작가 대화하고 있다. 촬영=김남기 기자

# 3. 치매환자 가족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고 나서 혼자 살기 어려워 우리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엄마는 노래를 아주 좋아했다. 엄마는 EBS ‘메모리즈 합창단’에 오디션을 보고, 소프라노로 뽑혔다. 그 후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엄마와 함께 공연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그래서 저와 엄마는 함께 성악 연습을 했다. 엄마가 노래를 좋아하니까, 게스트로 초대받아서 멋진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가 이제 음치가 되어 소리가 안 나왔다. 엄마는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제 욕심에 엄마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만 한 것이다. 지금은 요양보호사와 집에서 유튜브로 즐겁게 노래를 부르곤 한다.

엄마가 외출하면, 아주 예쁘게 차려 입힌다. 바깥에 나가서 엄마가 멸시당할까 걱정이 된다. 치매 환자라는 것을 알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상하게 보일까 봐서 걱정이다. 그래서 늘 단정하고 깨끗한 모습으로 엄마를 꾸미고 싶다.

# 4. 치매환자 가족

알츠하이머로 4년째 치매치유를 받고 있다. 엄마는 30년생이고, 전 60년생이다. 엄마 때문에 자식을 다 키워놓고, 내 시간을 못 갖게 되면서 짜증이 났다. 내 인생이 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울해지고, 나의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사실 내가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엄마가 아이를 돌봐줬었다. 그래서 언니, 오빠에게도 내가 엄마 노후를 끝까지 책임진다고 얘기를 했었다. 하지만, 엄마가 막상 치매에 걸리면서 엄마랑 부딪히는 일이 많아졌다. 서로 언성이 높아지고, 다툼이 커졌다.

감정이라는 것이 어떨 때는 참 엄마가 불쌍해 보이면서도, 욱하는 것이 올라온다. 요즘에는 법민스님 영상을 보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이젠, 마지막까지 잘 모셔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D-Cafe 응원 한마디 게시판. 촬영=김남기 기자
D-Cafe 응원 한마디 게시판. 촬영=김남기 기자

# 5. 치매환자 가족

오늘 D-Cafe처럼 소통의 장이 있는 것이, 치매환자를 돌보는 보호자 입장에서 위로가 된다. 남들에게 가족이 치매에 걸려 있다는 얘기를 못 하고 있다. 이런 공간에서는 마음껏 흉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다른 사람의 애환을 들으면, 집에서 곰곰히 되돌아보면, 그래도 ‘나는 좋은 위치에 있구나’라고 위로받는다.

노원치매안심센터에서 ‘우쿨렐레’ 악기를 처음으로 배우게 됐다. 악기를 배우면서 정신적으로 제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치매환자 가족과 함께 공연도 하게 됐다. 엄마가 다니는 주간 돌봄 센터에서 공연하자, 엄마가 너무 좋아했다. 다른 치매 어르신도 즐겁게 호응해 주었다. 악기를 배우고 공연할 기회를 엄마가 주었다고 생각한다.

치매환자 가족은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잘 돌볼 수 있다. 치매안심센터와 같은 공간과 활동이 널리 퍼지길 바란다. 보호자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끔 국가적으로 좀 많이 고민해 주셨으면, 더 좋은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초로기 치매 환자가 기념품을 행사참가에게 나눠주고 있다. 촬영=김남기 기자
초로기 치매 환자가 기념품을 행사참가에게 나눠주고 있다. 촬영=김남기 기자

일본의 D-Cafe...스타벅스 D-Cafe, ‘치매인지쌀롱’

초고령사회 일본은 스타벅스에서 D-Cafe를 운영해, 민간영역에서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에서는 일정시간 동안 ‘치매인지 살롱’이란 커뮤니티 공간에서 치매환자와 가족의 교류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누구나 ‘치매인지쌀롱’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지역 상인회에서 지정받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그만큼 지역 안에서 신뢰도나 능력이 있어야 치매인지 살롱을 지정받을 수 있다.

정나나 팀장이 D-Cafe에 방문 한날, ‘노래하는 정신과 의사’가 치매카페에서 모임을 진행하고 있었다. 의사는 노래를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치매를 이야기하고, 치매 환자나 가족들이 편안하게 그 시간을 즐겼다.고 한다.


누구나 편하게 가고 싶은 D-Cafe 영역을 넓히다

노원구치매안심센터는 지금 여러 곳에 D-Cafe를 추가로 지정할 예정이다. 그리고 앞으로 보건복지부에 D-Cafe사업을 공모할 예정이다. 공모 선정이 되면, 프랜차이즈 카페와도 연결하고, 치매 어르신을 위한 카페의 문을 넓힐 것이다.

그래서 지역사회에 다양한 형태의 카페를 구성하고 싶다. 노원구에는 정원 카페, 미술관 카페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은 카페가 있다. 이런 곳에 치매 어르신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

노원구치매안심센터 직원은 발품 팔아서 D-Cafe를 운영할 곳을 섭외 중이다. 관에서 지원사업으로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간 영역에서 협조를 해준다면, 여러 지역사회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고, D-Cafe 사업은 전국적으로 치매어르신을 위한 커뮤니티공간 마련에 붐을 조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노원구치매안심센터 ‘D-Cafe’ 초대장
노원구치매안심센터 ‘D-Cafe’ 초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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