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이슈파이팅] 日 카나야마, ‘썩히기 아까운’ 주민의 재주를 모아 만든 카페 ‘타마리바(아지트)’ 사례

김남기 기자
  • 입력 2023.09.27 12:48
  • 수정 2024.02.2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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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업‧행정’ 통합 사회혁신 솔루션 우리함께 커뮤니티’ 사례

‘시민과 함께하는 기업사회혁신’ week 둘째날 ‘기업과 시민이 동행하는 사회혁신의 사례’ 발표회 참여자. 촬영=김남기 기자
‘시민과 함께하는 기업사회혁신’ week 둘째날 ‘기업과 시민이 동행하는 사회혁신의 사례’ 발표회 참여자. 촬영=김남기 기자

[이모작뉴스 김남기 심현주 기자] ‘시민과 함께하는 기업사회혁신’ week가 9월 셋째주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한국에자이, 한국리빙랩네트워크, 협동조합소이랩 주관으로 마련됐다.

둘째 날인 9월 13일의 주제는 ‘기업과 시민이 동행하는 사회혁신의 사례’로 일본의 규슈경제조사협회의 하라구치 나오코 연구원의 ‘우리함께 커뮤니티-지역 코디네이터와 사례’, 히타치제작소디자인센터 시바타요 시타카의 ‘히타치의 사회혁신활동’, 지역창생CO디자인연구소 기무라 아츠노부의 ‘서비스 디자인과 리빙랩의 차이’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한국과 일본에서 진행된 '시민과 함께하는 기업사회혁신' 경험을 체계화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발표자와 함께 지역활동가와 기업의 사회혁신 임직원은 토론시간에 서로의 의견을 묻고 답하는 열띤 토론을 펼쳤다.

하라구치 나오코 규슈경제조사협회의 연구원의 ‘우리함께 커뮤니티-지역 코디네이터와 사례’를 중심으로 카나야마 지역 주민들의 지역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사례를 살펴보겠다.

하라구치 나오코 규슈경제조사협회의 연구원의 ‘우리함께 커뮤니티-지역 코디네이터와 사례’ 발표. 촬영=김남기 기자
하라구치 나오코 규슈경제조사협회의 연구원의 ‘우리함께 커뮤니티-지역 코디네이터와 사례’ 발표. 촬영=김남기 기자

‘우리함께 커뮤니티’...‘주민‧기업‧행정’ 세 주체가 함께

일본은 초고령사회를 맞이해 지역사회에서 돌봄커뮤니티 형성에 다양한 실험과 사례를 만들고 있다. 큐슈경제조사협회는 지역 주민의 ‘고유한 특성’을 바탕으로, 지역 내 문제를 ‘지역에 맞게’ 해결하기 위해 지역 인적자원활용을 위한 ‘우리함께 커뮤니티’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는 지역 코디네이터가 주민 간의 관계성을 높여,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주민, 기업, 행정이 개별적으로 대응해서는 지역 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세 주체가 함께 모여 ‘우리함께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주민, 사업자, 행정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지역과제를 대하는 목표도 다르다. 그래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소통과 협력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우리함께 커뮤니티’를 만든 것이다.

지원기법개발 프로세스. 그래픽=하라구치 나오코 제공
지원기법개발 프로세스. 그래픽=하라구치 나오코 제공

‘우리함께 커뮤니티’ 문제 해결사...지역 코디네이터

주민, 기업, 행정의 인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5단계의 프로세스를 거치게 된다. 주요 단계별 내용은 ▲‘무지단계’,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 ▲인지단계, 지역 코디네이터 활동으로 지역의 과제나 문제 내용을 가시화하고, 이해관계자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을 하게 되고, 필요한 사항을 지원 ▲주민 참여 단계, 주민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할 수 있는 활동을 탐색 ▲참가 확대 단계, 주민들의 활동을 더 고도화 ▲우리함께 커뮤니티 단계, 사업을 완성하고 지속가능하게 유지한다.

각 단계의 프로세스는 지역 난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지역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역 코디네이터는 주민 간 관계성을 구축하고, 지역 주민이 상황을 스스로 인지하고 진단하도록 돕는다. 또 수집한 자료를 다른 전문기관에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카나야마의 카페 ‘아지트’를 만들기 위해 주민들의 아이디어 회의 모습. 사진=하라구치 나오코 제공&nbsp;<br>
카나야마의 카페 ‘아지트’를 만들기 위해 주민들의 아이디어 회의 모습. 사진=하라구치 나오코 제공 

‘우리함께 커뮤니티’ 사례...카나야마의 카페 ‘아지트’

‘우리함께 커뮤니티’의 성공사례로, 주민이 만든 카나야마 마을의 카페 ‘아지트’를 들수 있다. 카나야마 마을은 2010년 이미 고령인구가 25.5%였고, 2030년이면, 33% 넘는 초고령자가 사는 지역이다.

지역 코디네이터가 카나야마 지역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통계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지역 주민들이 어떤 성향의 사람들인지, 어떤 세대가 많이 살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두 번째 한 일은 핵심 인물 리스트를 작성한 것이다. 그 지역에서 실제 활동하는 주민의 리스트를 만들어, 어떤 주민을 만나 지역의 현안을 청취할지 파악하는 작업이다. 그 후, 주민을 직접 찾아가 애로사항과 지역의 정보를 듣는다.

예를 들어, 주민이 지역에서 활동과 흥밋거리, 퇴직전의 직업 등을 조사한다. 이렇게 다양한 주민의 실태를 인터뷰하면서, 주민의 니즈를 파악하고, 수집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한다.

다음 단계로 지역 코디네이터는 수집한 정보 중 ‘지역 문제’를 추려낸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생길지 가설을 세우고,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구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주민에게 워크숍을 제안하고, 지역 주민의 심층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시니어 어시스트 함께 워크숍’ 현장모습. 사진=하라구치 나오코 제공​​​​​​​<strong>&nbsp;</strong>​​​​​​​
‘시니어 어시스트 함께 워크숍’ 현장모습. 사진=하라구치 나오코 제공 

‘시니어 어시스트 함께 워크숍’...‘능력을 썩히는 건 아깝다’

카나야마의 카페 ‘아지트’ 사업은 노인이 중심으로 준비한 ‘시니어 어시스트 함께 워크숍’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워크숍에서 카나야마 지역 주민은 크게 두 가지 활동을 했다. ▲카나야마 지역이 초고령 사회 속에서 당면한 문제를 인지하고, ▲주민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이 서로 살펴주는 활동이 필요했다. 마을 주민이 홀몸 고령자의 집에 불이 켜져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또 고령의 노인은 서로의 건강 상태나 처한 상황을 스스로 표현하기로 약속했다.

주민들의 재능과 아이디어를 모으는 브레인스토밍 프로세스. 그래픽=하라구치 나오코 제공
주민들의 재능과 아이디어를 모으는 브레인스토밍 프로세스. 그래픽=하라구치 나오코 제공

또 마을 주민은 일상생활 속에서 ‘이것은 좀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마을 내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활동에 관한 아이디어를 모았다.

‘우리 집 주변에 어떤 아주머니가 요리를 너무 잘하시는데, 혼자 사시기 때문에 요리를 다른 사람한테 줄 기회가 없다’, ‘옛날에 무역회사 근무로 해외 출장을 많이 가서 영어를 굉장히 잘하는 아저씨가 있는데,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살리지 못하는 게 아깝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지역주민의 ‘아깝다’는 능력을 모아, 지역 코디네이터는 마을에 필요한 리스트를 수집했다. 주민들이 서로의 아이디어를 듣고, 공감하는 아이디어에 ‘응원의 표시’를 했다.

예를 들어, ‘진짜 우리 동네에 카페가 생긴다면, 저는 거기서 웨이터를 하겠습니다’ 라던가 ‘카페가 생긴다면 꼭 가겠습니다’ 혹은 ‘친구를 데리고 가겠습니다’처럼 주민들은 스스로 어떻게 참여할지를 밝히며 응원의 표시를 했다. 워크숍을 통해 카나야마 주민들은 서로의 관계성을 쌓아 나갔다.

카페 '아지트'에서 '해보고 싶은 것'에 대한 스티커 투표. 사진=하라구치 나오코 제공​​​​​​​<strong>&nbsp;</strong>​​​​​​​
카페 '아지트'에서 '해보고 싶은 것'에 대한 스티커 투표. 사진=하라구치 나오코 제공 

주민 아이디어로 만든 카페 ‘아지트’

앞서 언급한 ‘요리를 잘하는 아주머니’는 ‘아주머니가 요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으로 연결됐다. 그리고 이런 요리를 맛볼 수 있도록 ‘지역 카페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아이디어가 나와서, ‘지역 카페’라는 활동 이름을 붙였다. 주민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카페를 원하고 있었구나’하고 깨달았다.

워크숍의 의견을 바탕으로, 카나야마에서는 지역 카페를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먼저 지역 코디네이터가 시범적으로 카페를 개최하고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형태였다. 이틀 동안 160명의 주민이 찾았다. 카페를 하면 보통 젊은 연령이 방문하기 쉽지만, 남녀노소가 많이 찾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고령자가 편안하게 올 수 있는 장소였다.

카페 시범 운영 후, 카페 방문자를 대상으로 카페 활용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수집했다. 그리고 아이디어 중 공감하는 의견에 스티커로 투표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그리고 2014년 8월부터 지금까지 9년 동안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카페 아치트의 모습, 여러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공간. 사진=하라구치 나오코 제공​​​​​​​<strong>&nbsp;</strong>​​​​​​​
카페 아치트의 모습, 여러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공간. 사진=하라구치 나오코 제공 

카페 ‘아지트’, 주민 아이디어 뱅크되다

‘지역에 큰 마트가 없는데 근처에서 야채를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야채를 판매하는 장애인 시설이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그 시설에 부탁해서 카페에서 직접 야채 판매하는 것을 부탁했다. 빵도 사고 싶다는 의견이 있었다. 빵도 야채와 비슷한 형태로 초청해 판매를 요청했다. 책을 읽고 싶다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도 있었다. 일본의 큰 중고 서점인 츠타야(TSUTAYA)에서 남은 중고 책들을 가져오고, 주민이 소장해 온 책과 교환할 기회를 마련했다.

하라구치 나오코 규슈경제조사협회의 연구원의 ‘우리함께 커뮤니티-지역 코디네이터와 사례’ 발표. 촬영=김남기 기자<br>
하라구치 나오코 규슈경제조사협회의 연구원의 ‘우리함께 커뮤니티-지역 코디네이터와 사례’ 발표. 촬영=김남기 기자

‘우리함께 커뮤니티’ 패러다임의 전환

‘우리함께 커뮤니티’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우리함께 커뮤니티’는, ▲이전의 사업은 개인 혹은 어떤 특정 리더가 추진하는 형식이었는데, 다 같이 함께 모여서 열심히 하는 형태로 변했다. ▲고령자를 위한 과제가 아니라 모든 세대가 함께 참여해서 문제점을 해결했다. ▲‘없는 것을 만들기’가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주목했다.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비판하기보다는, 우리가 어떤 걸 ‘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고 시도를 했다. ▲‘지역 주민만의 노력’이 아니라 기업, 단체, 시민 모두 함께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갔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장래 추계인구에 따르면, 2035년 후쿠오카시 고령자의 인구수는 비고령자 인구수를 역전한다. 이전에는 없던 사회적 난제와 맞닥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다양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전달형‧위탁형’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 이해관계자와 사회혁신 조직, 기업이 함께 ‘관계형성형‧공동창조형’ 기업사회혁신 모델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보통 일반적인 활동은 지역에 들어가서 ‘워크숍을 합시다’로 시작하기 쉽다. 지역 코디네이터는 먼저 지역과 주민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그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코디네이터는 주민, 기업, 행정의 인력들과 호흡을 맞추어 활동을 끌어내야 한다.

- 하라 구치 나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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