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엔딩] 수목장① 그리움, 나무가 되다 ‘수목장림’...국립하늘숲추모원 사례

김남기 기자
  • 입력 2023.10.06 17:10
  • 수정 2023.10.1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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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이 한 그루 나무로 잠들어 있는 숲
햇살 좋은 날 소풍하듯 추억하는 곳 ‘수목장림’

묘지는 국토 면적의 1%로, 주택면적의 절반을 차지한다. 매년 여의도 면적의 1.2 배가 묘지로 변모한다. 따라서 본기사는 자연장 형태의 한 축인 수목장의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으로 연재한다.

1편 그리움, 나무가 되다 ‘수목장림’...국립하늘숲추모원 사례
2편 ‘수목장은 묘지가 아니다’...해외 수목장사례
3편 ‘수목장’의 새로운 대안 ‘숲속장’

국립하늘숲추모원 추모목에 새겨진 명패. 촬영=김남기 기자
국립하늘숲추모원 추모목에 새겨진 명패. 촬영=김남기 기자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수목장(樹木葬)’ 은 화장한 골분(骨粉)을 자연에서 분해되는 용기에 담아 나무 밑에 심는 장례 방법이다. 세월이 흐르면, 골분은 칼슘과 인으로 땅속에 남아 나무의 자양분으로 흡수된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자연순환의 법칙에 따르는 것이다. 어쩌면 후손은 나무를 보고, 가족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예전에 유족은 무덤의 봉분을 보면서 제를 올리고, 쑥과 잡초를 뽑았다. 이젠, 잔디를 깎는 노고는 사라지고, 고인의 흔적을 나무에서 찾을 것이다.

'장사법'에 의하면, 수목장림은 산림에 조성하는 자연장지로 정의하고 있으며, '산림복지법'에서는 산림복지시설로 구분하고 있다. 국내 1호 수목장림인 ‘국립하늘숲추모원’은 산림복지시설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국립하늘숲추모원’은 건강한 산림환경을 사계절 담고 있어서, 추모객과 방문객의 쉼터이자 힐링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립하늘숲추모원 입구. 촬영=김남기 기자
국립하늘숲추모원 입구. 촬영=김남기 기자

그리움, 나무가 되다...국립하늘숲추모원

국립하늘숲추모원은 경기도 양평군의 가장 동쪽인 양동면에 자리 잡고 있다. 전체 면적은 55ha이고, 이중 추모 구역은 한 48ha 규모로 총 15개 구역으로 나뉘어 운영 중이다.

총추모목은 6,315그루이고, 약 6만 2천 위를 수용할 수 있다. 수목장림은 인공으로 조성된 것은 아니고 기존에 있는 숲을 활용했다. 소나무, 잣나무, 굴참나무가 주종을 이룬다.

조성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 간 이루어졌고, 2009년에 개장을 하고 운영 중이다. 내년이면 15년 차로, 만기가 되어 재계약이 도래되는 시점이 온다. 재계약은 15년씩 3회 연장으로 최대 60년을 사용할 수 있다.

국립하늘추모원의 수목장림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촬영=김남기 기자<br>
국립하늘추모원의 수목장림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촬영=김남기 기자

수목장은 가족목과 공동목으로 나뉘어 있다. 가족목은 계약자의 직계를 중심으로 나무 한 그루에 10위를 안치한다. 공동목은 5위까지 안치할 수 있다.

A등급 가족목은 3위까지 232만 5천원으로, 이후 추가 비용을 내고 10위까지 안치할 수 있다. 공동목은 1위당 73만 5천원으로 민간 수목장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다. 민간 수목장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수목의 종류나 땅의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별그리다' 수목장. 촬영=김남기 기자
민간에서 운영하는 '별그리다' 수목장. 촬영=김남기 기자

올 6월에 국립하늘추모원은 만장(場)이 됐다. 만장이라는 개념은 6만 2천 위를 전부 수용된 것은 아니고, 계약된 수목장이 완료됐다는 의미이다. 현재 6월 이후로는 가족목의 추가 안치만 가능하다. 공동목은 추가로 안치할 수 없다.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수목장림은 2022년에 개장한 충남 보령시에 국립기억의 숲’도 있다. 추모목은 약 3,950그루로 이용조건은 국립하늘추모원과 같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수목장림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국민에게 올바른 장례문화를 선도하고, 친환경 장례문화를 정착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수목장은 추모공원에 나무를 새로 심는 형태라면, 수목장림은 기존의 숲에 골분을 안치하는 형태로 큰 차이가 있다.

국립하늘숲추모원 4계절, 왼쪽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진=국립하늘숲추모원 제공
국립하늘숲추모원 4계절, 왼쪽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진=국립하늘숲추모원 제공

추모공간에서 문화공간으로

국립하늘추모원은 단순히 추모만 하는 공간에서 숲속의 다양한 문화행사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추모객과 지역주민 그리고 숲을 체험하려는 시민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더불어 수목장림을 홍보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2023 하늘숲 피크닉 음악회'. 사진=국립하늘추모원 제공
'2023 하늘숲 피크닉 음악회'. 사진=국립하늘추모원 제공

‘2023 하늘숲 피크닉 음악회'는 9월 27일에 국립하늘추모원 잔디밭에서 참여 신청한 가족을 초청해 피크닉 음악회와 다양한 DIY 체험, 농산물 직판장을 열었다. 공연은 뮤지션의 어쿠스틱과 퓨전 국악 등을 선사했고, DIY체험은 꽃갈피 캘리그라피, 한지 향낭 만들기, 편백 주머니 만들기로 가족에 즐거운 시간을 선사 했다. 참여 가족은 잔디밭에서 오손도손 돗자리를 펴고, 공연도 보고, 준비한 도시락을 먹기도 했다.

'여생화 씨드볼 체험' 행사에서 참가자가 씨드볼을 숲속에 던지고 있다. 사진=국립하늘숲추모원 제공
'여생화 씨드볼 체험' 행사에서 참가자가 씨드볼을 숲속에 던지고 있다. 사진=국립하늘숲추모원 제공

‘야생화 씨드볼 체험' 행사는 4월 식목의 달을 맞이해, 추모원의 환경을 가꾸고, 수목장림에 대한 방문객의 이용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씨드볼 체험은 천연 비료와 야생화 씨앗을 배합한 공 모양의 흙덩어리를 만들어 비어있는 땅에 던지는 활동이다. 방문객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면서, 비어있는 산지 사면의 기존 식물 생장에 도움을 주고, 야생화 자생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국립하늘숲추모원 IN 5월 포레포레(숲속의 파티)'행사에서 체험활동하는 어린이. 사진=국립하늘숲추모원 제공
'국립하늘숲추모원 IN 5월 포레포레(숲속의 파티)'행사에서 체험활동하는 어린이. 사진=국립하늘숲추모원 제공

이 밖에 홍보 수단으로 2023년 ‘비움과 채움의 숲 프로그램 공모전’은 산림복지서비스 시설로서의 수목장림 인식전환을 위해 마련했다. ‘국립하늘숲추모원 IN 5월 포레포레(숲속의파티)’는 수원 연극제, 숲속의 파티에서 '친환경 대안 장례문화 수목장림'을 알리는 홍보부스를 운영했다.

국립하늘숲추모원 숲치유프로그램 ‘향기로 기분UP!’은 향기 오일을 이용해 숲속 지유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유가족 치유 프로그램’은 숲 해설가와 함께 숲길을 거닐며, 자연으로 돌아간 우리 가족이 있는 숲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추모공간에서 치유공간으로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원장. 촬영=김남기 기자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원장. 촬영=김남기 기자

보통 봉안당을 떠올리면, 추모공간으로 대부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모양새는 콘크리트 건물 안에 유골함을 품고 있어서, 추모 공간이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많다.

수목장림은 우리 삶의 치유의 공간이다. 숲속에서 자연을 만끽하고, 숲길을 거닐며, 소풍이나 아영도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원장

수목장림의 숲 관리는 산림청에서 마련한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운영한다. 그래서 그 어느곳보다 숲관리가 잘 돼있다. 수목장의 본연의 업무 이외에도, 이곳의 숲은 치유의 공간으로 방문객을 맞이 한다. 산림청은 ‘숲체원’ 등에서 다양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국립하늘숲추모원에 접목해, 유가족과 방문객이 힐링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노인복지관 시니어가&nbsp;국립하늘숲추모원에서 수목장과 에코엔딩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국립하늘숲추모원 제공
노인복지관 시니어가 국립하늘숲추모원에서 수목장과 에코엔딩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국립하늘숲추모원 제공

자연장의 개념을 국민에게 올바르게 인식하기 위한 활동이 바로 숲길 체험이다. 숲길을 거닐다 보면, 봉안묘나 개인 묘지에서 경험하지 못할 심리적 안식과 위안을 얻는다. 숲길 체험을 한 방문객은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무척 좋아한다. 갑작스런 이별을 당한 유가족은 상실감에 힘들어한다. 그때 유가족을 보듬는 역할을 수목장림이 담당한다.

송재호 국립하늘수목원 팀장. 촬영=김남기 기자
송재호 국립하늘수목원 팀장. 촬영=김남기 기자

최근에는 노인복지회관에서 방문하는 시니어가 많다. 방문객은 숲속을 거닐며, 자연장에 대한 인식 개선과 에코-엔딩 프로그램을 받고 있다. 처음 방문하는 복지관 시니어는 그냥 나무로 만들어진 공원묘지로 인식하고 온다. 하지만, 누군가 수목장림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알아 차릴 수 없는 공간이었다.

수목장림을 방문 한 시니어는 이곳에 묻히고 싶다고 한다. 주변에 소개한다며 안내장을 달라고 한다. 하지만, 만장이 되어 더 이상 안치할 수 없다고 말하면, 무척 아쉬워한다.

소풍을 온 가족도 있다. 돗자리 깔고 그늘에 앉아서 도시락 먹고, 할머니의 옛 추억도 되새긴다. 어떤 아이는 숲속에서 다람쥐를 두 마리나 보았다고 즐거워한다.

- 송재호 국립하늘수목원 팀장

추모글 작품집 ‘그리움, 나무 되다’

추모글 작품집 ‘그리움, 나무가 되다’는 고인과 유가족의 소중한 마음이 담겨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모여 숲을 이루듯이, 작품집 속에 담긴 마음이 모여 사람과 자연의 상생을 추구하는 수목장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집세는 안 받을 테니
계속 내 마음에 세 들어 살아주세요.
항상 사랑합니다.

모두에게 따뜻한 친구가 되어준 당신
이젠 자연과 친구 되어 따뜻이 쉬시길....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우리 엄마

소녀처럼 맘껏
산에 들에 뛰어다니세요.
엄마 사랑해요.

우리는 모두 당신의 흔적입니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거리거든
내가 다녀간 줄 알아라.

- 추모글 작품집 ‘그리움, 나무가 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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