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엔딩] 중환자실, 삶의 연장인가? 죽음의 연장인가?...‘연명의료중단’ 확대해야

김남기 기자
  • 입력 2023.02.27 16:43
  • 수정 2023.05.0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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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삶의 연장인가? 죽음의 연장인가? ⓒ게티이미지뱅크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중환자실은, 환자가 누릴 수 있는 삶의 모든 자유를 억압하는 장소이다. 가족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 것도, 각종 의학장비의 소음과 고통에 몸서리치는 이의 외침도 감내해야 한다. 그래서 소생이 어려운 고령의 환자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삶을 마감하기 위한 최소한의 권한을 행세로 ‘연명의료결정제도’를 활용 할 수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제도이다.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자신의 연명 의료중단 결정과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사전에 등록할 수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5년이 되는 2023년 2월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 수는 160만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연명의료 중단 건수는 26만 건이다. 연명의료중단을 위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은 611개소이다.

연명의료 결정 제도가 대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인식되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 수가 매년 증가 추세이다. 하지만, 아직 중환자실에 환자와 가족들은 연명의료 중단이라는 소극적 의료행위에 만족하기 어렵다.

스위스의 디그니타스 병원은 유일하게 외국인의 안락사를 허용한다. 이 병원에서 2014년까지 안락사한 사람은 1,905명이었고, 이중 한국인은 18명이 안락사를 신청했다. 왜 이들은 멀리 타국에서 자신의 임종을 스스로 선택했을까?

조력존엄사 제도 난항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조력 존엄사(의사조력자살)' 법안이 지난해 6월 발의됐다. ‘의료중단’이라는 소극적 행위에서 진보된 제도로 환자가 죽음의 연장을 포기하고 존엄한 죽음 선택하는 제도이다.

조력존엄사 여론. 그래픽=뉴시스 제공

'조력 존엄사(의사조력자살)'에 대한 대국민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8명은 ‘조력존엄사 입법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 10명 중 6명은 대통령과 국회가 '품위 있는 죽음(웰다잉)을 지원한다'는 선언을 함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조력 존엄사‘ 법안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검토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환자 스스로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입법 취지에 공감하고 여론이 찬성하고 있는 현실도 인정한다”면서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이에 대해 찬반이 대립하고 있고 아직 충분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 전문위원은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 입법례를 참조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물론 ‘죽음’을 다루는 법안의 결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사회적 논의와 합의도 필요하다. 하지만, 중환자의 불편한 진실들을 직면한 사람이라면, 신중론과 함께 신속함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해외에서는 ‘존엄사’는 ‘의사조력자살’을 포함된 의미이다. ‘존엄사’는 2001년 네덜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합법화됐고, 이후 벨기에, 스웨덴, 룩셈부르크, 스위스, 콜롬비아, 캐나다 퀘벡주 등에서 합법화됐다. 미국은 11개 주에서 법안명칭을 존엄사(Death with Dignity Act)로 채택했다.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 옥상에 작은 정원, 볕이 좋은 날 침대째 옮겨서 가족들과의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 사진=박중철 교수 제공

연명의료결정제도 개선해야

보건복지부는, 2월 21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100여 명의 직원이 참여하는 연명의료결정제도 교육 및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행사를 마련했다. 이렇게 매년 보건복지부는 다양한 형태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을 대국민을 대상으로 홍보한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과정의 환자가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매우 제한적인 형태의 삶을 존엄을 지키는 제도이다. 현행 연명의료 중단은 ‘임종기’에 대해서만 허용한다. 허용범위를 말기 암 환자, 식물상태, 치매 등까지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의 탄생배경은 인간존엄을 지키기 위한, 환자와 가족의 애달픈 노력을 법원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김 할머니는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식물인간으로 연명치료를 받았다. 김 할머니의 가족들은 환자의 평소 뜻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를 위한 소송을 했다. 이때부터 연명치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후 국가 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2013년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구체적 절차와 방법을 논의했고,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정부에 권고했다.

'조력 존엄사(의사조력자살)' 법이 시행하는데 시일이 오래 걸린다면, 김 할머니의 사례처럼 식물인간이 된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을 제도로 입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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