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이다 ㊴] 지리산 ‘화대(華大) 종주’를 꿈꾸며 22. 백두대간의 남녘 끝, 지리산

윤재훈 기자
  • 입력 2023.11.21 18:02
  • 수정 2023.12.04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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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유사 이래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적인 업이

있는 모양이다. 그것은 어쩌면 섬나라의 숙명이며 

그들이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바다 건너 가장 가까운 

이 땅뿐이 없으니, 정한론(征韓論) 같은 미망(迷妄)을 내세워 

끊임없이 침범하는 모양이다.

구름 속 반야봉. 촬영=윤재훈 기자
구름 속 반야봉. 촬영=윤재훈 기자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지리산의 이름은 '특이하게 슬기롭고, 지혜로운 산'이라는 의미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고대 불교에서 지리산을 지혜의 보살인 문수보살의 도량을 본 것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그 뒤 고대국가가 형성되면서부터는 지리산은 산신 신앙의 영험한 장소로 알려지면서, 현재까지도 산골 많은 곳에서 제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신라 때에는 삼산오악신(三山五嶽神)에 제사를 지냈는데, 삼신산(三神山)은 중국 전설의 발해만(渤海彎) 동쪽에 있다는 봉래산(蓬萊山)·방장산(方丈山)·영주산(瀛州山)이다.

이 중 지리산은 방장산에 해당하며, 봉래는 금강산, 영주는 한라산을 말한다. 간혹 오악(五嶽) 중의 하나인 남악(南嶽)이라 부르기도 한다. 시대에 따라 그 이름을 달리 부르기도 했는데, 조선 시대는 불복산(不伏山), 반역산(反逆山), 현대사에서는 적구산(赤狗山)으로도 불리기도 했다.

지리산의 겨울. 촬영=윤재훈 기자
지리산의 겨울. 촬영=윤재훈 기자

신라 시대 오악(五嶽)은 동악의 토함산, 남악의 지리산,

서악의 계룡산, 북악의 태백산, 중악의 부악(父嶽, 팔공산八公山)으로,
나라에서 제사하며 국가와 백성의 행복을 빌었다.

아마도 신라는 산의 크기와 웅장함과는 상관없이 산하를, 중심축을 정한 듯하다. 하여 자국민들에게 상징적인 의미는 있을지 몰라도, 대외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그리 크지 않는 듯하다.

즉 토함산은 석탈해가 산신으로 모셔진 점으로 보아 석 씨 세력의 상징적 산이며, 부악은 본래 압독국(押督國)이 있었던 지역이다. 태백산은 신라가 죽령을 넘어 고구려의 옛 영토를 점유한 뒤에 이 지역의 세력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숭배된 곳이었다. 지리산은 구가야 세력을, 계룡산은 구 백제세력을 염두에 두고 신성시하게 된 모양이다.

”왜 오셨습니까?“ 촬영=윤재훈 기자
”왜 오셨습니까?“ 촬영=윤재훈 기자

지리산은 12종산(宗山)의 하나이기도 하며, 『신증동국여지승람』·『호남읍지』, 신경준(申景濬)의 『산수고(山水考)』·『대동지지(大東地志)』 등에는 모두 지이산(智異山)이라 표기되어 있다.

고려 시대에도 계속 지리산을 남악으로 삼아 중사(中祀)에 올렸다고 하는데, 이때 많은 사찰과 산신당이 세워지게 된다. 조선 시대에 들어와서도 지리산은 삼각산(三角山)·송악산(松嶽山)·비백산(鼻白山)과 함께 사악신(四嶽神)으로 정하여져 나라의 제사를 지냈다.

이곳에는 신선(神仙)과 불사약(不死藥), 황금(黃金)과 백은(白銀)으로 만든 궁궐이 있다는 『사기(史記)』의 기록이 전한다. 여기에 묘향산을 더하여 4대 신산(四大神山)이라도 하며, 구월산을 합해 5대 신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나 지리산을 신산(神山)으로 꼽는 데는 이론(異論)이 없다.

서산대사 휴정(休靜)은 지리산을 웅장하나 수려함은 떨어진다(壯而不秀)고 하였고, 『팔역지(八域志)』의 저자 이중환(李重煥)은 그의 산수론(山水論)에서 지리산을 조선의 12대 명산 중의 하나로 꼽기도 하였다.

상고대. 촬영=윤재훈 기자
상고대. 촬영=윤재훈 기자

 

『신증동국여지승람』(남원 편)에 보면,

부의 동쪽 60리에 있다. 산세가 높고 웅대하여 수백 리에 웅거하였으니, 여진 백두산의 산맥이 뻗어내려 여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하여 두류(頭流)라고도 부른다.
혹은 백두산의 맥은 바다에 이르러 그치는데 이곳에서 잠시 정류(停留)하였다 하여 유(流)자는 유(留)자로 쓰는 것이 옳다고도 한다.
또 지리(地理)라고 이름하고, 방장(方丈)이라고도 하였으니 (중략)


신라는 이것으로 남악(南岳)을 삼아 중사(中祀)에 올렸다.
고려와 본조에서도 모두 이에 따랐다. (중략)


그 기이한 봉우리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데, 동쪽의 천왕봉(天王峯)과 서쪽의 반야봉(般若峯)이 가장 높으며,

산기슭에 구름 끼고 비가 오며 천둥 치고 번개가 요란하지만, 

산봉우리 위는 청명하다.
해마다 가을 하늘이 높으면 새매가 북쪽에서 몰려드는데

열군(列郡)의 사람들이 다투어 그물을 쳐서 잡는다.
전하는 이야기에 태을(太乙, 북극신(北極神)이 그 위에 거하니

많은 신선이 모이는 곳이며, 용상(龍象)이 거하는 곳이라고도 한다.

지리산의 마루금들. 촬영=윤재훈 기자
지리산의 마루금들. 촬영=윤재훈 기자

이중환도 「택리지」에서 지리산을,

백두산이 크게 끝난 곳으로 산의 다른 명칭은 두류산(頭流山)이다. 
세간에서는 금강산을 봉래산(蓬萊山), 지리산은 방장산(方丈山), 
한라산을 영주산(瀛洲山)이라 하는데 소위 삼신산(三神山)이다.

예로부터 남해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 해서 두류산(頭留山)으로 적기도 하였으며, 산세가 험하지 않고 두루뭉술한 육산이라 이를 뜻하는 우리말 '두루','두리'가 한자로 표기되는 과정에서 '두류'가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지역이 남해에 가까워 기후가 따뜻하여 산중에는 대나무가 많고 

감과 밤이 매우 많아 저절로 열렸다가 저절로 떨어진다.
기장이나 조를 높은 산봉우리 위에 뿌려 두어도 무성하게 잘 자란다.

여기에 신경준은 그의 「산수고」에서 산의 족보라고 할 수 있는 산맥세의 흐름을 상세하게 파악한 바 있는데, 뒤에 이것을 기초로 『산경표(山經表)』를 만들었다.

백두산을 시작으로 하여 지리산에서 끝나는 맥세를 백두대간(白頭大幹)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지리산은 민족의 진원지며 영산으로 추앙받는 백두산의 한반도 남부를 대변하는 산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소요산 자재암, 묵언 중. 촬영=윤재훈 기자
소요산 자재암, 묵언 중. 촬영=윤재훈 기자

이것이 풍수 사상에서는 민족적인 주체의식을 상징하는 의미를 띠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실상사의 풍수 전설이 아니겠는가. 백두산의 기맥(氣脈)이 이곳을 지나 일본으로 연결되는데 그 지기(地氣)를 끊어 놓기 위하여 창건한 사찰이 바로 실상사라는 것이다.

예컨대 경내 약사전에 봉안된 4,000근짜리 무쇠로 제작된 약사여래철불은 높이 2.5m로 좌대 없이 땅바닥에 그대로 모셔져 있다. 이 불상은 지리산 주봉인 천왕봉과 일본 후지산(富士山)을 일직선상으로 바라보도록 좌정되어 있는데, 맨바닥에 철불을 모신 이유가 일본으로 흘러가는 지기를 막자는 데 있다는 것이다.

보광전 범종에 그려진 일본 지도 역시 매일 종을 때릴 때 얻어맞는 위치에 일본이 그려져 있어, 위의 이야기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일본은 유사 이래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적인 업이 있는 모양이다. 그것은 어쩌면 섬나라의 숙명이며 그들이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바다 건너 가장 가까운 이 땅뿐이 없으니, 정한론(征韓論) 같은 미망(迷妄)을 내세워 끊임없이 침범하는 모양이다.

그것이 제2차 세계대전 참여의 빌미가 되고 청일 전쟁, 러일 전쟁, 중일전쟁의 빌미가 되었으며, 지금도 이 지구의 마지막 숨결인 세계인의 바다에 핵오염수를 버리는 저런 철면피한 짓을 미국의 동조하에 저지르고 있는 것일 게다.

반야봉을 오르며. 촬영=윤재훈 기자
반야봉을 오르며. 촬영=윤재훈 기자

이러한 이야기들은 지리산 도처에서 들을 수 있는 설화들인데, 남원시 주천면 노치산 갈재의 「숯막 이야기」는 고종이 그곳에 숯 수천 가마를 쌓고 불을 놓아 일본으로 가는 지맥을 막았다는 것이다.

임진왜란 때 혹은 동학운동 때 또는 의병항쟁 때 왜군을 피하여 들어간 사람들의 한 맺힌 이야기들일 것이라고 여겨지는데, 왜 일본은 섬나라의 왜구 근성을 지금 이 세대에서도 버리지 못하는 것인지 측은지심(惻隱之心)까지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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