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효과에 관한 보고서’...‘친절’이 가져다준 9천억 원

이상수 기자
  • 입력 2023.12.22 16:58
  • 수정 2023.12.22 17: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절,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 불러와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이모작뉴스 이상수 기자] 미국의 한 야구장. 쓰레기를 줍는 사람이 있다. 야구장 청소부인가? 아니다. 그는 구단 소속 선수였다. 그것도 미국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오타니 쇼헤이. 그는 최근 LA다저스와 약 9천100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 누군가를 위해서 쓰레기를 줍는 것은 친절한 행위다. 친절한 행위가 뇌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그것이 의도치 않았던 금전적 결과도 가져다준 것이다.

오타니의 행동은 일회성이거나 남들을 의식한 것이 아니었다. 습관적 친절이었다. 기자와 팬을 의식하고 쓰레기를 줍는 것도 ‘친절(Being kind)’에서 비롯된 행위일까? 그것은 단지 ‘좋게 보임 (Being nice) ’이다.

“친절(Being kind)’과 ‘좋게 보임(Being nice)’의 차이

CNN은 12월 한 기사에서 ‘친절’이 가져오는 선한 영향력에 대해 보고했다. 우선 ‘좋게 보임’(Being nice)’과 ’친절(Being kind)‘은 같은 개념인가? 그렇지 않다. 둘의 차이는 행위의 ‘의도성‘에 달렸다. ‘좋게 보임‘은 사람의 호감을 사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한 사회적 전략이다. 반면, ’친절‘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한 적극적 이타행위다.

임상 심리학자인 칼라 마리 맨리 박사(Dr. Carla Marie Manly)는 둘 사이를 이렇게 구별한다. ‘좋게 보이려는 사람‘은 타인을 유쾌하고 예의 있게 대한다. 하지만 그것은 상대방이 특정한 방식으로 자신에게 반응을 보이도록 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직장동료가 새 옷차림으로 등장했다. 옷차림을 칭찬했지만, 진심이 아니었다. 이것은 사회적 관계 유지를 위한 전략적 행위다. 친절은 아니다.

매사추세츠주 브리검 여성 병원(Women’s Hospital in Massachusetts)의 정신과 의사이자 건강센터 책임자인 애쉬 나드카르니 박사 (Dr. Ash Nadkarni)는 ‘친절’은 이기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다른 사람에 대한 연민과 진정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 ‘친절’이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친절’은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사람이 친절하게 행동하면 뇌에서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사랑의 호르몬'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옥시토신은 다른 사람과의 사회적 관계를 촉진시킨다.

옥시토신은 편도체 활동을 진정시킨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사람은 공포와 불안에 휩싸인다. 옥시토신은 공포감과 불안을 안정시키는 강력한 정서안정제이다.

‘친절’한 행위로 다른 사람을 도왔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줄었다. 왜일까? 이것 또한 옥시토신의 진정 효과 덕이다. 우리 몸에는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있다. 예전에는 야생동물이 지금은 ‘꼰대’ 상사나 이상한 이웃이 우리의 잠재적 위협 대상이다. 그들을 만나면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이것은 전투-도피 반응과 염증을 유발한다. 옥시토신은 천연 스트레스 감소제다.

나드카르니 박사는 코르티솔 감소와 함께 옥시토신이 심장을 튼튼하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 호르몬은 산화질소를 방출하여 혈관을 확장하고 결과적으로 혈압을 낮춘다.

다시 말해 ‘친절’이 만들어내는 옥시토신은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고 심혈관 건강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염증을 감소시킨다. 만성 염증은 당뇨병이나 우울증과 같은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된다.

‘친절’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친절한 행동을 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따뜻한 느낌은 뇌에서 기분 좋은 화학 물질을 대량으로 분비하게 한다. 버지니아 롱우드 대학교(Longwood University in Virginia)의 심리학 부교수인 캐서린 프란센 박사(Dr. Catherine Franssen)는 ‘친절’이 세르토닌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세르토닌은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친절은 또한 보상과 쾌락을 담당하는 뇌 화학 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한다. 이것이 친절한 행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져서 또 다른 친절을 베풀고 싶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란센 박사는 친절이 아편계를 활성화하는 화학물질인 엔돌핀도 분비한다고 한다. 이 물질은 ‘러너즈하이’(runner’s high) 현상을 일으키는 호르몬이다. ‘러너즈하이’는 마라톤 선수들이 인내의 한계점인 35km 지점쯤을 지날 때 느끼는 경험이다. 이때 극심을 고통을 넘어 ‘하늘을 나는 느낌’, ‘꽃밭을 걷고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 호르몬이 엔돌핀이다.

‘친절’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막대하다. 물론 이점을 염두에 두고 하는 행위가 ‘친절’은 아니지만. 친절을 베푸는 것은 처음엔 낯설고 어색하다. 연습이 필요하다.

ⓒ게티이미지&nbsp;<br>
ⓒ게티이미지 

실행하기 좋은 간단한 ‘친절’

사무실이나 공용공간에서 쓰레기를 줍는다. 사실 회사의 주인 외에는 잘하지 않는다. 쓰레기를 줍는 사람의 마인드는 이미 미래 어떤 회사의 주인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친구에게 안부를 묻는다. 그 행위 하나가 그 친구를 구할 수 있다. 그리고 누군지 모를 사람을 위해 헌혈을 한다. 그 행위 하나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누군가를 위해 문을 열어주거나 잡아 준다. 훨씬 마음이 밝은 하루가 된다. 문을 열어주는 행위는 마음을 여는 행위와 같다. 일상에서 가장 좋은 ‘친절’은 적극적으로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마음이 열려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야기를 털어놓는 그 자체로 어떤 이는 마음이 치유된다.

그 외에도 부모님 깜짝 방문하기, 누군가를 위한 식사 준비하기 등. 작지만 대가를 바라지 않는 ‘친절’은 중독된다. 좋은 의미의 중독이다. ‘친절’한 이에게 행운이 온다는 것은 더이상 도덕적 문구가 아니다. 과학이다.

왜 쓰레기를 줍느냐는 질문에 오타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쓰레기를 줍는 게 아니다. 남이 무심코 버린 ‘운(運)’을 줍는 것이다.” 그에게 쓰레기 줍는 행위는 단순한 ‘친절’을 넘어 구도에 가깝다.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