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과 종교시설, 그리고 골목길’은,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현지인들의 팍팍한 생활의 모습과문화와 심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생생한 삶의 도서관이다.[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김종직의 ‘유두류록’이 만들어진 후 많은 후학이 지리산을 찾았는데, 추강(秋江) 남효온(南孝溫, 1454~1494)은 15년 후인 1487년에, 김일손은 1489년에 지리산을 찾았다. 그 후 남효온은 ‘지리산일과(智異山日課)’와 ‘유천왕봉기(遊天王峯記)’를, 김일손은 ‘속두류록(續頭流錄)’을 남겼다.이 가운데 김일손의 유람은 주목해 볼 만한데, 그는 2
천 년을 여기 서서 기다려볼거나이제 물밥도 다 말라 날아가고눈에 익던 앞산들도 자고 나면 아랫도리부터 사라져 간다휘청거리던 나의 허리에 많은 구름 형상들은 머물다 가고그 새 마을의 많은 이들도 내 발밑에서 풀꽃들처럼 피었다 졌다어떤 이들은 내 아래에서 신(神)을 보았고어떤 이들은 내 아래에서 첫사랑을 맺었다- ‘솟대’, 윤재훈[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아가의 둔부같이 유장하게 뻗어 나간 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산세가 생각이 난다. 어린 시절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어머니의 품 안에 안겨서 새근새근 자다가, 깨다가 빨던, 어머니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김해시 상동면은 낙동강 줄기에 자리 잡고 있다. 무척산, 신어산, 금동산 등 산등성이가 병풍처럼 둘러싸여, 도심지와는 동떨어진 조용한 마을로 이뤄져 있다. 상동면은 낙동강의 오염으로 생명이 살 수 없었던 대포천을 주민의 노력으로 1급수로 바꾸어 놓아 2005년 대통령단체표창을 받기까지 했다.하지만, 마을 어르신은 낙동강에서 고기도 잡고, 놀이문화를 즐겼는데, 낙동강 상수원 보호로 강가에서 즐기던 천엽도 이젠, 옛 추억을 남게 되어 큰 아쉬움을 갖고 있다.이문걸(81세) 상동면노인회분회장우리 마을은 낙동강
설국(雪國), 선자(仙子)령휘청거리던 나의 허리에 많은 구름 형상들은 머물다 가고그 새 마을의 많은 이들도 내 발밑에서 풀꽃들처럼 피었다 졌다어떤 이들은 내 아래에서 신(神)을 보았고어떤 이들은 내 아래에서 첫사랑을 맺었다나를 기댄 매화꽃도 수없이 피었다 지고내 밑으로 아이들은 도시로 떠났다- ‘솟대’ 윤재훈[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2월 말에 뜬금없이 선자령 눈꽃을 보러 간다고 해서 정말 그럴까 하고, 긴가민가하면서 따라나섰다. 정말로 눈이 잔뜩 쌓여 조금만 산길을 벗어나면 발목 위까지 푹푹, 빠졌다. 정오부터 눈이 20센티 이상
추억은 때로는 소리와 냄새로도 오는 것풀 향기처럼 아득한 옛 냄새와 같이아우성치며 몰려가는 보리밭이 있다오월, 청산도에 가면,보리와 바다의 화음이 눈물겹다하늘로 올라간 청산도의 천수답(天水畓)그 논길 따라 하늘로 올라간 사람들오늘도 소는 그 자리에 앉아 천천히 되새김질한다- ‘청산도에 가면 오월, 청보리가 한창이다 중’, 윤재훈[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달력 한 장이 외롭게 벽에 걸려있는 시간이 되면 고향이 생각난다. 꽃피는 봄날 여러 장의 달력이 여유롭게 펄럭거릴 때, 봄날의 산하를 찾아 이곳저곳 숨가쁘게 뛰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경상남도에서 실시한 제2회 신중년 인생이모작 성공수기 공모전 수상작품을 연재한다. 연재될 수상작품들은 퇴직 후 삶 준비, 재취업 성공사례, 사회공헌활동, 재능나눔 경험 등을 공유하고, 신중년 세대의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엿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공모전 주제는 '은퇴 후에도 활기찬 나의 인생이야기'이다.마무리, 그리고 새로운 출발...우수상 김귀자퇴임식을 앞두고 점심시간에 창원중앙고 근처 용지호수에 들러 사진을 한 장 남겼다. 그리고 학교주변을 돌아보며 교무실 내 자리와 음악실 그리
[이모작뉴스 정해용 기자] 20세기의 기원을 찾아 유럽 역사를 뒤지노라면 예상치 못했던 하나의 문화 트렌드와 마주치게 된다. 1900년 전후 40~50년에 걸쳐 유럽의 문화예술계에 유행했던 ‘자포니즘(Japonism)’이라는 코드다. 문자만 보고도 짐작이 된다. 일본풍(風)의 영향이 1백여 년 전 유럽 예술 문화계에 넓게 퍼져 있었다.그 무렵 파리 예술의 주류였던 인상파, 후기 인상파 그리고 뒤를 이은 아르누보와 사실주의 화가들에 이르기까지, 당시로서는 이국적 문화인 일본풍을 앞다퉈 받아들여 그들의 작품에 반영
[이모작뉴스 천건희 기자] 환기미술관이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개관 30주년 기념전 를 지난 7월 3일 관람했다. 환기미술관은 1992년 추상미술의 거장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의 부인 김향안(1916~2004) 여사가 김환기 화백을 기리고, 현대미술 발전에 공헌하고자 건축가 우규승의 설계로 부암동에 설립한 미술관이다.환기미술관은 본관, 별관, 달관(수향산방)으로 이루어져있다. 전시가 이루어지는 본관에 들어서면 김환기 화백과 김향안 여사가 파리에서 찍은 흑백 사진이 맞이해준다. 사진 앞
김지하 시인 추모 문화제 ‘타는 목마름으로’ 나에게 김지하는 생명 시인이자 생명 사상가다.'타는 목마름'의 대구(對句)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생명'이다.나에게 김지하는 감탄사 같은 존재였다.정체를 알 수 없는 첩첩산중이었다.가끔은 불편함이었지만, 자주자주 놀람의 연속이었다.그는 어마어마한 말들을 토해냈지만, 어떤 말로도 포착되지 않았다. - 주요섭, 생명 운동가[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일본인이면서 한국의 민주화에 큰 역할을 한 ‘미야타 마리에 여사’는, &ls
심우장에서 한용운의 숨결을 느끼고, 북악(北岳)에 오르다그저 지나가는 바람 아래나뭇가지는 흔들리는데,그 의미를 알 수가 없습니다무(無)입니까바람을 잡았다 편 손안에는아무 자취도 없는데,그대는 우주의 어디쯤걸어가고 있습니까- 무명(無明), 윤재훈[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북정마을 골목길을 올라 만해의 혼이 깃들어 있는 '심우장(尋牛莊)' 뜨락을 거닌다. 뒤따라온 바람이 올곧은 만해의 정신으로 살아나듯, 소나무 가지를 흔들며 지나간다. 어린 시절, ’임‘이란 말이 교과서 시에서 줄창 나와 빼어난 연애
[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영화 '인연을 긋다'는 1분에 33 번 돌아가는 LP판 같은 영화이다. 먼지에 싸이고 세월에 긁혀 틱틱거리는 소리가 귀를 거슬리지만, 매끈한 디지털 음원으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고혹적인 영혼의 울림이다.LP판 같은 영화고부갈등, 동서 간 갈등, 치매, 얼마나 레트로한 영화 소재인가? 지독한 시집살이로 도망치듯 외국으로 가 20년만에 돌아온 막내며느리와 나이가 두 살 어린 맏며느리, 그리고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가 함께 길을 떠난다. 목적지는 요양병원. 영화에는 현란한 카메라웤도, 화려한 편집
혜화문에서 고려의 푸른 시인들을 기리다1.-서울성곽을 따라, 혜화문에서 북정마을까지(노원 50+여행작가교실)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는 그들의 푸른 정신이더욱 귀하게 다가온다.정권이 바뀌면 눈치를 보고 줄대기에 여념이 없는 철새들,알아서 스스로 기는 기레기들,작금(昨今)의 배금주의(拜金主義) 앞에더욱 그리운 어른들이다.”[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오늘은 혜화문에서 북정마을까지 걸어갈 참이다. 이 길은 조선 500년 한양 도성 성곽을 따라 걸어가는 길이다. 혜화문에 올라서니 건너편으로 성곽이 보이고, 아스라하게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되면서 달빛에 젖은 ‘남산골한옥마을’ 밤마실을 갈 수 있게 됐다.조선시대에 ‘남촌’으로 불렸던 남산일대는 신선이 사는 곳으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던 곳이었다. 자연을 벗 삼아 가난하지만 독서를 좋아하고 선비정신을 갖춘 ‘남산골 선비’들이 모여 살던 문기(文氣)가 가득했던 곳이 바로 남산골한옥마을 일대이다.서울시는 도심 속 전통문화공간인 ‘남산골한옥마을’ 의 전통가옥을 지난 16일부터
베네치아를 떠나며저 천변에 하얗게 핀꽃눈들을 보아라지난 겨울,그 추위를 견뎌낸 꽃눈들이일제히 꼰지발을 들고동동거린다모래톱 위를 아장아장걸어가는 천둥오리백조의 깃털은 나날이새하얗다- 부용천 꽃샘바람[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물의 도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떠난다.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베니스의 상인'의 고향, 인도를 주어도 바꾸지 않겠다던 그들의 자존심과 동시에, 거대한 대륙 아시아와 무굴제국을 욕보인 서구인의 오만과 전도된 사고의 부산물이 팽배했던 땅. 다음의 ‘사무엘 존슨’의 논평은 셰익스
[이모작뉴스 박애경 기자] 늦가을을 닮은 강화도 수하박물관을 찾았다. 마치 한평생 청렴하게 살아온 선비가 자신의 농익은 인생을 마지막으로 갈무리하듯, 수하박물관 구석구석엔 손때 묻은 정겨운 옛 물건들이 낙엽사이에서 무심하게 찾는 이를 반기고 있다. 이곳 주인장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았다. 라디오 CM PD로 라디오 광고의 전성기를 이끌고, 국제로타리 3650지구 총재로서 나눔과 봉사의 삶을 살아온 박수부 관장이 바로 이곳 수하박물관의 주인장이다.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았고, 또 청렴과 나눔을 삶속에서 실천해 온 수하 박수부 관장은
[이모작뉴스 천건희 기자] 매화는 잎보다 먼저 꽃이 핀다. 이른 봄추위를 무릅쓰고 꽃을 피워 고귀한 느낌을 주는 매화 전시를 지난 4월 26일 여담재(女談齋)에서 관람 했다.여담재는 종로구 창신역에서 낙산공원을 향해 오르는 길에 위치한 옛 원각사를 리모델링해서 서울여성역사문화공간으로 개관한 곳이다. 개관 특별전으로 이동원 작가의 가 전시되고 있다.전시장에서 여러 형태의 매화를 만날 수 있었다. 수묵으로 매화를 그린 전통적인 ‘묵매(墨梅)’와 현대적 느낌이 나는 ‘청매(靑梅)&r
[이모작뉴스 서성혁 기자] 서울시가 종로구 창신동 옛 원각사에 조성한 여성역사 공유공간인 ‘서울여담재(女談齋)’의 개관기념으로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여담재, 매화로 열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서울여담재 개관특별전 지나온 여성의 역사를 읽고 미래를 연다는 여담재의 비전을 담았다.이번 전시에는 매화를 소재로 그린 이동원 작가의 작품 164점이 전시된다. 여성작가인 이동원의 작품을 통해 전통을 계승하고 이를 재해석해 융합하는 새로운 여성주의적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여담재의 정신을
3월이 낼모레로 다가오니 자연의 기운이 역시 다르다. 때맞춰 들려오는 남녘 지리산 곳곳의 봄소식이 반갑기 그지없다. 복수초의 첫 꽃망울을 시작으로 매화, 산수유, 히어리, 진달래가 손짓을 한다.모처럼 꼭두새벽에 일어나 산수유와 매화를 비대면으로 마주한다. 산뜻하면서도 은은한 고품격의 모습에 시쳇말로 심쿵한다. 며칠 전만 해도 매서운 2월 추위가 눈발까지 흩날리며 기세를 부리더니, 다 지나갔다. 게다가 내일부터는 드디어 코로나19를 잠재울 수 있는 백신 투여가 시작된다. 마음이 가뿐하다 못해 그동안 움츠려들었던 심신에 날개를 단 기분
[이모작뉴스 김경 기자] ‘에세이 21’에서 원고 청탁서가 왔다. ‘추억의 사진 한 장’ 난에 게재한다며 사진과 그 사진에 대한 추억담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잠시 잠깐 시간을 되돌려보다가 일단 컴퓨터를 켜고 사진첩에 들어가 본다. 의외로 이런저런 사진들이 많이 내장되어 있다. 한동안 사진마다 깃든 추억을 복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가. 한순간, 나는 별빛처럼 빛나는 섬광과 마주하며 한 장의 사진에 시선을 붙박인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날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