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 1인 가구 소셜다이닝...우리는 한식구(食口)

김남기 기자
  • 입력 2023.04.06 16:41
  • 수정 2023.04.0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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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동안은 코로나19로 인해 나가서 외식하기도,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아 집안에서만 생활하고 끼니를 때웠다. 1인 가구 소셜다이닝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나의 일상을 바꿔 놓았다. 소셜다이닝에 참여하는 날에는 전날부터 입을 옷을 고르고, 시간에 맞춰 하루 일정을 짜곤 했다. 요리하며 친해진 친구와 자주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소셜다이닝 참가자 서울 거주 50대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밥을 함께 먹으면 한식구(食口)라고 한다. 하지만, 1인 가구가 청소년층에서 고령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증가하면서 ‘혼밥’하는 사람들을 양산했고, 코로나는 이를 더욱 부추겼다.

‘혼밥’족, ‘소셜다이닝’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찾다

‘혼밥족’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바로 ‘소셜다이닝’의 유행을 가져왔다. 소셜다이닝은 SNS를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식사를 즐기며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이는 고대 그리스의 식사 문화인 ‘심포지온(Simposion)’에서 유래했다. 서구에서는 사교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소셜다이닝 '모두의 주방' 프로그램 홍보 포스터
소셜다이닝 '모두의 주방' 프로그램 홍보 포스터

우리나라에서 소셜다이닝의 확산은 2019년 강호동의 ‘모두의 주방’ 예능프로그램에서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저 한끼 때우던 사람들이 새로운 식(食) 트렌드를 반영한 방송을 보며 열광했다. 초면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요리하고 음식을 먹고, 소통하는 과정을 지켜본 것이다. 강호동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1인 가구가 바라던 밥상머리에서 즐겁게 소통하고, 즐겁게 식사하는 모습을 선보인 것이다.

SNSDP 소셜다이닝 참여를 위한 홍보 문구
SNSDP 소셜다이닝 참여를 위한 홍보 문구

SNS, 소셜다이닝으로 ‘사람여행’

소셜다이닝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SNS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채널로 이용되고 있다. 직업, 나이, 배경에 상관없이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삶을 리프레이밍(reframing)하기 위해 처음 만난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나의 첫인상을 알아보고, 질문을 통해 스스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다. 모이는 장소와 시간, 인원이 정해지면, 식사와 함께 그들만의 리그로 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이벤트 형태로 소셜다이닝 참여자를 모집하기도 한다.

기업에서도 임직원들의 소통을 위해 소셜다이닝 방식의 특별한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매월 희망자를 대상으로 임직원의 디지털 능력 개발과 소통 증진을 위한 체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도시락, 휴대용 안마기, 커피 교환권 등의 다양한 경품을 주면서 신청자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MBTI)에 참여해 보고, 이를 조직문화에 직접 접목해 보는 시간도 가졌다.

교보생명 점심시간 소셜자이닝 프로그램 운영. 사진=교보생명 제공
교보생명 점심시간 소셜자이닝 프로그램 운영. 사진=교보생명 제공

신중년 1인 가구 '소셜다이닝' 세계로 초대...지자체 사례

최근 혼자 살기 시작한 마포구에 사는 50대 1인 가구 Y씨는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과 알아갈 기회가 없어 아쉬움을 느꼈다. 지자체 홍보를 통해 행복한 밥상을 알게 되어 신청했다. 동네 지인 만들기가 어려운 요즘, Y씨는 행복한 밥상이 이웃들과 교류하는 계기와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즐거워했다.

2022년 ‘서울시 1인 가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주로 식욕이 없거나 귀찮아서 또는 혼자 먹기 싫어서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절반(48.1%)이었다. 특히 중장년 1인 가구의 경우 28.4%가 혼자 살기에 불편한 점으로 ‘혼자 밥 먹기 싫거나 불편하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중장년 1인 가구는 1인 가구 중에서도 사회적 고립(15.2%)과 외로움(65.4%)을 느끼는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높고, 외로움 대처에서도 혼밥․혼술(19.8%) 또는 게임․인터넷(9.5%)을 하는 경우가 주를 이루었으며 아무 대처도 하지 않는 비율(11.5%)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 결핍에 대응하고자 소셜다이닝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해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22년 서울시 소셜다이닝(social dining) ‘행복한 밥상 조리실습 장면. 사진=서울시 제공
2022년 서울시 소셜다이닝(social dining) ‘행복한 밥상 조리실습 장면.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시 소셜다이닝(social dining) ‘행복한 밥상’

서울시 15개 자치구에서는 ‘행복한 밥상’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요리교실과 소통 프로그램을 통해 1인 가구의 건강한 식생활을 지원하고 1인 가구 간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행복한 밥상’은 작년 시범적으로 운영된 사업으로, ‘요리교실’을 통해 직접 요리를 배워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과 같은 공감대를 가진 1인 가구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중장년 ‘행복한 밥상’ 참여 자치구는 강남, 강북, 강서, 관악, 광진, 도봉, 동대문, 마포, 서대문, 서초, 성북, 송파, 영등포, 은평, 중구 등이다.

서울시 자치구 행복한 밥상 홍보 포스터 
서울시 자치구 행복한 밥상 홍보 포스터 

‘행복한 밥상’은 제철‧건강 식재료를 활용해 건강한 요리를 만들어보는 ‘요리교실’과 전통시장 체험‧지역탐방 등 다양한 소통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요리교실’은 만성질환‧비만 등 건강 문제를 겪는 중장년 1인 가구 특성에 맞춘 수업을 진행한다. 전문 강사가 시범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과정별로 세심한 지도와 실용적인 요리 팁 제공을 통해 실생활에서도 건강한 요리를 간단히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돕는다.

성북구에서는 귀촌 센터를 통해 지원받은 친환경 식재료를 활용해 요리 수업을 진행하고 지역 향토 음식을 배울 기회를 제공하는 등 도․농간 교류를 중심으로 특별한 수업을 마련했다.

요리 교실과 병행해 진행되는 ‘소통 프로그램’에서는 각 자치구의 지역 인프라를 살려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1인 가구의 고립감을 해소하고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서대문구에서는 자락길을 함께 등산하고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서대문 등산투어’를 통해 참여자 간 친밀감을 쌓을 계획이다.

소셜다이닝 행복한 밥상에 참여를 원하는 중장년․청년 1인 가구는 각 자치구에 직접 신청하면 된다. 자치구별 모집 대상, 모집 일정 및 모집인원, 제출서류 등 자세한 사항은 1인 가구 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참가자인 성북구 50대 주민은 “수업 중 소통 시간이 가장 좋았다. 다른 참여자들과 혼자 살며 필요한 정보, 동네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가장 주된 주제는 수업 마지막 날에 예정된 요리 봉사다. 매회 수업이 끝나고 나면 어떤 음식을 만들어 기부할지, 전에 만든 요리와 오늘 만든 요리 중 어떤 것이 나을지 의견을 나눈다. 이렇게 서로의 삶과 즐거움을 공유하니 활력이 생긴다. 내 인생을 산다는 느낌이다.”고 전했다.

대전 유성구 생활 품앗이 ‘함께하는 식탁’ 포스터
대전 유성구 생활 품앗이 ‘함께하는 식탁’ 포스터

대전 유성구 생활 품앗이 ‘함께하는 식탁’

대전 유성구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생활 품앗이 연결망 사업 ‘소셜다이닝(함께하는 식탁)’을 운영한다. 소셜다이닝은 1인 가구의 건강한 식습관을 정립하기 위해 추진되며, 구는 함께하는 식사를 매개로 1인 가구의 커뮤니티를 형성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함께하는 식탁’을 주제로 진행되며 1인 가구들은 계절별, 주제별로 모여 역할분담 후,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게 된다. 특히 올해는 전통음식, 전통장 체험, 컬러푸드 교육 등도 함께 추진돼 눈길을 끈다.

장소는 공유주방 등을 활용하고, 회당 10~20명 기준으로 상반기 7회, 하반기 6회 총 13회 운영하며 상반기 모집은 오는 31일까지, 하반기 모집은 6월에 진행된다. 사업 참가 신청은 유성구 거주 1인 가구라면 누구나, 전용 플랫폼인 슬유살롱을 통해 할 수 있으며 구는 더 많은 1인 가구가 혜택을 볼 수 있게 1인당 2회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화성시의 마을공동체 공간에서 ‘소셜다이닝’ 특화사업을 한다. 공유주방, 회의실, 다목적 홀 등이 조성되어 공동체나 일반주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 공간에서는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눠 먹으며 지역과의 돈독한 관계망을 쌓을 수 있는 지역 사랑방 역할을 하게 된다.

광주 광산구는 소셜다이닝 ‘밥상모임’을 활용한 세대 간 소통, 업사이클, 반려식물 등 취미 모임 활동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삶’은 가족, 이웃 등과 따뜻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소통법, 갈등 조정 기술 등을 배울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지자체의 소셜다이닝 프로그램은 마을 단위 특화프로그램으로 취약계층의 소통과 문화생활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일회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있어, 지속적인 주민 간 소통과 건강한 밥상 문화를 이룬다는 기본 취지에 부합되는 프로그램을 정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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