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사례공유회①]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오지만, ‘고립’은 누구에게나 오지 않는다

심현주 기자
  • 입력 2023.10.23 13:16
  • 수정 2023.10.2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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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에서 취약계층이 점차 확대되고 위기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선기관에서 겪고 있는 돌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갈등관리와 민원해결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서울시와 서울시복지재단은 ‘2023 복지 현장 대응 컨설팅 사례공유회’를 마련했다. 사례공유회의 주요 내용을 발췌 정리하여 연재한다.

1.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오지만, ‘고립’은 누구에게나 오지 않는다
2. 치매노모와 정신질환 자녀 돌봄사례

[이모작뉴스 심현주 기자] 코로나 이후 경제 양극화로 인해 사회안전망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다. 따라서 통합 사례관리자는 복합적 문제를 안고 있는 대상자와 마주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배영미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통합 사례관리의 어려움’에 대해서 설명했다.

배영미 교수. 사진=유투브 캡처
배영미 교수. 사진=유투브 캡처

얼마 전, 폭우 속 반지하에서 사망한 장애인 가족이 있었다. 사망원인은 주거 문제로 위험한 상황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취약계층의 문제는 아동학대와 고독사 등의 증가에서 보듯이 좀처럼 해결되기 어렵다. 이처럼 주거, 건강, 생계 등의 문제를 사례관리를 통해 원인 규명과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사회복지 실천 사례관리에서 가정폭력은 관리하기 어려운 이슈로도 손꼽힌다. 2021년도 우수 사례집을 보면, 아들과 어머니가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서 피신한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찾아와서 주먹을 휘두르고 불을 붙여 화상을 입었다. 우수 사례집에는 그 가족을 통합사례관리자가 어떻게 관리‧지원했는지 싣고 있다.

사례관리에는 이해할 수 없거나 반복되는 딜레마를 포함한 이슈도 많다. 따라서 통합 사례관리자가 만나게 되는 대상은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다. 통합 사례관리는 만능 해결사가 아닌데, 만나야 하는 취약계층은 너무나 다중적인 위기에 처해있다.

‘다중적인 위기 상황에 있는 취약계층을 잘 관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혹은 ‘우수실천사례는 무엇인가’에 대한 사례관리를 위한 지침과 가이드는 명확하다. 그러나 현장에서 사례관리를 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위해, 그 사람의 삶의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 사례관리를 하다 보면 평가 지표가 우선시 된다. 사람 중심이 아닌, 과업 중심이 되는 것이다.

사례관리 목표는 반드시 사람 중심이 돼야 한다. 사례관리자는 일의 성과만을 위해 중요한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 또, 목표 설정에 따라 그에 맞는 성과 지표를 설정해야 한다. 빈곤율, 불평등, 자살률 등으로 대표되는 사회 거시 지표에도 개선이 필요하다.

사회적 고립가구 사례관리

가족, 이웃, 친구로부터 단절된 ‘사회적 고립 가구’가 늘고 있다.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기 위해 일상생활 회복을 기반으로 한 관계망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고독사(死)보다 고독생(生)에 초점을 맞춘 사례관리가 필요하다.

백명희 서울시복지재단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센터 팀장은 ‘사회적 고립 가구 사례’를 중심으로 고립 가구의 실태와 현장 대응 사례를 소개했다.

백명희 팀장. 사진=유투브 캡처
백명희 팀장. 사진=유투브 캡처

사회적 고립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받을 친구나 친척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없다’고 응답한 비율을 수치화했더니, 그 결과는 참담했다. 전체 OECD 국가 중 한국이 2위였고, 연령별 사회적 고립도에서는 한국의 50세 이상이 1위를 차지했다. 이 결과는 우리나라의 고독사 현황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사회적 고립에 대한 개념 범위를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사회적 고립은 기존의 ‘1인 가구 주거 취약계층 중심’에서 ‘정보‧공간 고립, 돌봄 부담 등 다양한 어려움으로 사회적 관계 단절을 경험하는 新 취약계층’으로 확대됐다.

정보 부족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 사례

특히 최근에는 정보의 취약성으로 인한 고립이 늘어나는 추세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사회적 고립 가구 지원 사업을 할 때, ‘복지관을 이용하지 않는 40대 발달장애인’을 중심으로 진행한 적이 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전에 복지관을 이용했던 발달장애인을 찾아갔다. 발달장애인은 보통 20대까지는 취업이나 일자리 관련 활동을 하지만, 40대가 되면 정보적으로 고립되는 특징을 보인다.

발달장애인이 40대에 접어들면, 부모도 고령이어서, 먼저 주거 공간 내에 고립이 일어난다. 따라서 주거 공간 고립으로 인해 ‘장애인 서비스’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 서비스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가 없다. 정보 제공의 취약성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 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고립 가구가 되기까지는 맥락과 특성이 있다.

고독사보다 고독생

사회적 고립과 관련해, 고독사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외로움과 고립은 비슷해 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다.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지만, ‘고립’은 누구에게나 오지 않는다. 누군가 곁에 있어도 외로움을 느낄 수는 있지만, 고립은 또다른 문제이다. 고립은 당장 누군가 곁에 있지 않아도, 연결된 이웃, 친구, 사회 복지사나 동주민센터의 복지플래너가 있으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고립 가구는 ‘끼니를 챙겨 먹는 것’을 간과하는 특성을 보인다. 사람이 세끼를 챙겨 먹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직장이 없고 ‘나’를 찾는 사람이 없다면, 흔히 삼시 세끼를 챙겨 먹지 않게 된다. 결국, 건강이 무너지고 만성 질환이 겹치면서 고독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회적 고립 가구의 맥락이자 흔히 발견되는 특성이다. 복지 대상이 위험한가를 판단할 때, 이런 특성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립 가구 방문 사례. 사진=서울시 복지재단 제공
고립 가구 방문 사례. 사진=서울시 복지재단 제공

고독사에 대한 정의도 변했다. 최근까지 고독사란, ‘홀로 사는 사람이 혼자 임종을 맞는 것’이었다. 사회적 고립에 대한 정의가 확대되면서, 이제 고립사는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임종을 맞은 것을 의미한다. 이 두 정의에는 큰 차이가 있다. ‘송파 세 모녀 사례’나 ‘수원 세 모녀의 사례’의 경우, 이전의 정의로는 고립사가 아니다. 그러나 두 사례 모두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임종’에 해당하기 때문에, 새로운 고립사의 정의에는 부합한다.

‘죽은 자의 집 청소’의 저자인 김완은, 고독사를 불쌍하다고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김 씨는 고독사 현장을 청소하는 일을 하면서, 고독사 현장을 10년 넘게 마주하고 있다. 저자는 냉장고에 붙은 명언이나 꾸준히 병원에 다닌 약봉지 등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흔적을 고독사 현장에서 발견한다고 전한다.

따라서 고독사보다 고독생에 집중해야 한다. 고독사의 정의가 사회적 고립 상태를 포함하면서, 고독생으로 초점의 전환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사회적 고립 가구는 만남부터 시작

최근 복지 지원 자체를 거부하는 사회적 고립 가구의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거부 하는 가구의 사례에도 맥락이 있다.

복지관 홍보지를 보고 직접 찾아온 이욱진(가명) 씨. 개인정보 동의서와 초기 면접까지 다 마쳤다. 그러나 욱진 씨가 요청한 식료품 후원이 들어와 연락했지만, 욱진 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고시원으로 직접 찾아가도 욱진 씨는 ‘필요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복지사는 고시원 옆방 사람과 고시원 관리자에게도 안내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욱진 씨를 다시 만나기까지 1년이나 걸렸다.

이욱진(가명) 씨 고립가구 사례. 자료=서울시 복지재단 제공 
이욱진(가명) 씨 고립가구 사례. 자료=서울시 복지재단 제공 

이후 욱진 씨의 속마음을 들어보았다. 욱진 씨는 복지사의 사무적인 말투와 태도가 싫었다고 했다. 그래서 만남을 피했다고 전했다.

사회적 고립 가구 사례관리의 첫 번째 단계는 복지 대상자와의 ‘만남’이다. 그리고 이 만남을 복지 대상자가 어떻게 느끼는지에 따라 만남 이후의 지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상 회복과 돌봄 공동체 마련이 핵심

사회적 고립 가구의 사례관리는 일상생활 회복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끼니를 잘 챙기는지 그리고 힘들 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단 한 명의 사람(보통, 사회복지사)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일상생활이 회복되어야 자기 돌봄이 가능하고, 자기 돌봄이 기초가 되어야만 관계망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고립 가구 사례관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관계망을 통한 돌봄 공동체를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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