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예방③] '만사가 귀찮은' 홀몸 어르신을 찾아라!...노인 사회적 고립 실태

김남기 기자
  • 입력 2023.08.11 14:57
  • 수정 2023.08.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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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사회적 고립 위험요인 및 실태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 등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고 이러한 맥락 속에서 외로움은 사회적 질병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영국 조콕스 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하루 15개의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 해롭다고 알려져 있고, 이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도 상호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독사의 주원인은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들 수 있다.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고독사 예방을 위해 지난 5월 18일 정부는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3~’27)을 발표했다. 기본 계획의 주요 과제에 대해 전문가 및 사회복지 종사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효과적인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7월 18일 ‘제1차 사회적 고립 및 고독사 예방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에서는 ‘생애주기별 사회적 고립 위험요인 및 대응방안’을 주제로, 전문가들이 청년과 노인의 사회적 고립 위험요인 및 실태를 설명하고 대응 방안을 제안했다. 이어서 지방자치단체 담당자 및 사회복지관 종사자의 현장 사례 소개를 중심으로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제1차 사회적 고립 및 고독사 예방포럼’ 세 번째 발표 주제인 ‘노인의 사회적 고립 위험요인 및 실태’를 발췌 정리한다.

김영범 한림대학교 고령사회연구소 교수는 사회적 고립의 개념을 분석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을 측정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그리고, 사회적 고립이 고독사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김영범 한림대학교 고령사회연구소 교수. 사진=고독사 예방 정책 포럼 유튜브 
김영범 한림대학교 고령사회연구소 교수. 사진=고독사 예방 정책 포럼 유튜브 

사회적 고립의 위험성

사회적 고립의 위험성은 객관적 고립과 주관적 고립으로 나뉜다. 객관적 고립은, 사회적 접촉이나 교류가 최소화된 상태다. 친구와 접촉이 없거나, 자식이 없거나 거의 안 만나는 경우이다. 주관적 고립은 주변 사회적 접촉이나, 교류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것이다.

사회관계의 4가지 긍정적 효과

통합 효과는, 사회관계가 많은 사람은 자발적으로, 내가 원하는 사회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부정적인 행동이나 사고를 안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연애하니까 담배를 끊어야지’, ‘우리 집에 아이가 있으니까, 술을 덜 마셔야지’하는 것이다.

감시 효과는, 주변에 아는 사람이 많으면, 나의 건강 위험신호나,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에 대해서 지적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너 왜 이렇게 담배를 자주 피워’, ‘너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셔’ 등의 지적 때문에 나의 행동을 교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원 효과는, 사회관계가 많으면, 내가 직면해 있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도움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실업자가 됐을 때, 새로운 직업을 갖는 것이 수월하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관계가 좁고 깊은 사람보다, 사회관계가 넓고 얕은 사람이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완충 효과는, 내가 직접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누군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존재감만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때, 충격을 덜 받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실업자가 됐을 때, 부모님이 도와주실 거야’라는 마음의 위안을 받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사회관계의 긍정적인 효과가 자신에게 없으면, 사회적 고립이 된다. 누군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주변 사람들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적절하게 도와줄 수가 없다. 그래서 사회적 고립 단계에 들어가면, 급작스럽게 질병이 생겼을 때 도와줄 수 없다.

주관적인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은 ‘나는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해’, ‘나는 다른 사람과 잘 만나지 못해’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신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예를 들면 주관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심혈관계 질환과 불면증이 많다. 특히 외로움이 높은 사람은 사회적 관계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또한 외로움이 높은 사람은 우울증이 심하고, 결국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질병으로 생을 홀로 마감하게 된다.

사회적 고립 측정과 경향성 분석

사회적 고립 측정은 ‘한국 고령자 연구 패널 8차 자료’를 바탕으로 2020년 65세 이상 노인 4.327명 대상으로 실시했다.

사회적 고립의 측정은 사회적 접촉 수준을 중심으로 고립지수를 개발했다. 각 측정 항목은 배우자, 자녀동거, 친구접촉, 사회활동 참여 등의 고립정도를 0~5점으로 분포하고, 점수가 낮을수록 고립수준이 심각한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고립 유형별 특성

사회적 고립 항목별 분포. 자료=김영범 교수 제공
사회적 고립 항목별 분포. 자료=김영범 교수 제공

사회적 고립 상태는, 65세 이상 노인이 1점 이하로 평가한 점수로, 약 9%를 차지한다. 나머지 91%는 고립 수준이 낮지 않은 노인으로 나타났다. 점수별로 살펴보면, 2점은 19%, 3점은 32%, 4점은 35%, 5점은 5%로 나타났다.

사회적 고립 노인의 성별 차이는 여자가 남자보다 높았고, 연령대별로 보면, 75세 이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도시 거주지역이 읍면 지역보다, 사회적 고립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건강에 대한 차이는 건강이 나쁜 노인이 고립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에 따른 고립도는 기초 생활 수급자의 경우 1점 이하가 40%이고, 소득 상위 30%는 4~5점 비율이 50% 이상이었다. 따라서 소득의 정도에 따라 고립도의 양극화가 분명히 드러났다.

사회적고립 연령별 차이. 자료=김영범 교수 제공
사회적고립 연령별 차이. 자료=김영범 교수 제공

고독사의 원인과 대책

고독사의 가장 큰 원인은 사회적 고립이다. 접촉이 없으면 상태를 알지 못하니까 도움을 줄 수가 없다.

누군가 정기적으로 자주 접촉하면,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는 첫 단계이다.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 안전망은 ‘누구와 함께 사느냐’보다, ‘정기적인 접촉’이 중요하다.

최근 가수 현미가 사망했다. 자식들은 미국에 살고 있어서 혼자 살고 있다가 갑자기 변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금방 발견이 돼서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고인이 됐다. 현미 씨의 팬클럽 회장이 전화를 안 받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해서 발견한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접촉이 많은 사람은 고독사의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인 노인 독거 가구의 대상자 확대와 발굴 필요

1인 노인 독거 가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자식한테 계속 접촉하는 것을 강요만 할 수 없다. 공적제도에서 사회적 접촉을 늘려 고독사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도심을 벗어난 지역의 독거노인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노인맞춤돌봄 서비스의 혜택을 받기 위해 대상자가 되기가 매우 까다롭다. 소득 기준이 충족하고, 혼자 살아야 하고, 건강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지자체의 정책과 예산에 따라 기준도 각양각색이다.

공적 영역에서 1인 독거노인의 돌봄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지역 주민을 활용한 독거노인 파악을 위한 지역의 정보원이 필요하다. 주거가 없는 비제도권 노인에 대한 발굴이 필요하다.

사회적 고립 노인의 상당수는 제도적 영역 밖에 존재한다. 주거지가 일정치 않거나 주민등록이 없는 노인도 상당수 있다. 이들에 대한 실태 자료가 없어 공적 지원의 대상이 되기도 어렵다. 이들을 발굴하여 제도 내로 편입한 후, 사회적 접촉과 지원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장년층(50~64세)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노년층에 집중된 복지정책으로 사회적 고립을 겪고 있는 장년층의 지원이 부족하다.

장년층은 사업 실패, 이혼 등 여러 이유로 가족과 분리되어 혼자 지내고 있는 경우, 경제적 빈곤으로 접촉을 최소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을 위한 자활 프로그램, 경제적 지원 확대 등으로 사회적 접촉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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