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의 밑줄긋기 12] 나이가 많다고 좁은 세상에 갇히지 말아야죠

박명기 기자
  • 입력 2018.12.11 10:03
  • 수정 2019.03.2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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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많다고 좁은 세상에 갇히지 말아야죠.

하고 싶은 것은 있는데도 할 수 없는 이유수십 가지를 만들어 피하지 말고

용기를 끌어모아 도전하세요.

- 은퇴한 이후 집도 팔고 78개 나라를 방문한 미국인 마이클-데비 캠벨 부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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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꼬리만큼 남은 세모다. 매년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달이지만 올해는 더 아쉬운 것들이 많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사회가 진행된다는 뉴스에 답답해진다.

올해는 ‘아이 울음소리가 멈춘’ 마을들이 더 늘어났다. 통계로만 봐도 심각하다. 한 해 80만 명 수준이던 신생아가 2016년 40만, 2017년 35만, 2018년 30만 명 이하로 줄었다. 그래서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돌파가 확실시되는데, 감흥이 없다. 출산율이 세계 226개 국가 중 220위라니.

최근 일본에서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만성적인 일손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국인을 대거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이다. 사실상 ‘이민 국가’로 정책을 전환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다. 1970년에 고령사회에 돌입해 1994년에 고령화사회(노인 인구 7% 이상)로, 현재는 20%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되어버렸다. 법안은 농업, 어업, 항공업, 숙박업 등 14개 업종에서 앞으로 5년간 최대 34만 500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고 영주권을 준다는 것이 골자다.

한국도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일본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2017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14% 이상이다. 이대로 가면 2060년이 되면 초고령사회의 기준인 20%의 두 배가 되는 40%가 65세 이상인 사회가 된다.

이영호 여시재 디지털 PM은 “노인 인구가 14%인 현재 전체 건강보험 의료비 중 노인 의료비가 40%에 달한다. 저출산 등으로 인하여 15~64세 생산가능 인구는 2016년 73.4%를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벌어 한 사람을 부양하던 시대에서 한 사람이 벌어 두 사람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글로벌 마케팅 조사업체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5.9%인 일본의 경우 성인 기저귀가 유아 기저귀보다 더 팔리고 있다. 노인 극빈층 확대는 큰 사회문제다. 죽고 나서 며칠 후 발견되는 ‘고독사’도 잦다. 하지만 이 이야기도 이제 일본만의 뉴스가 아니다.

불길한 예감은 시간이 흘러도 좋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될 것 같다. 주위에서 너무 쉽게 발견되는 징후들 때문이다. 노년층은 물론 청년들도 최악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직업의 종말’을 재촉한다. 그래서 모두 ‘조물주 위의 건물주’를 꿈꾸고 있다.

이처럼 초고령사회에 대한 불길한 예감과 얼굴 없는 공포(?) 속에서 다소나마 위안거리를 되어준 사람들이 있다.

우선 가수 송창식 씨가 생각난다. 10여 년 서울 테헤란로 르네상스 호텔 로비에서 자정 무렵(?) 그와 희한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 활동하는 ‘올빼미형’이었다. 그는 “나는 나이가 드는 것이 좋다. 나이에 맞는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이 좋다”면서 ‘도사’처럼 웃었다. 그 웃음이 좋았다. 오랫동안 잊히지 않았다.

이에 비해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정 나이를 넘으면 인생이란 무언가를 잃어가는 과정의 연속에 지나지 않아요. 당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이 빗살 빠지듯이 하나하나 당신의 손에서 새어나갑니다. 그리고 그 대신 손에 들어오는 건 하잘 것 없는 모조품뿐이죠”이라고 소설 <1Q84>에서 썼다.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자신의 책 <백년을 살아보니>에서 “인생의 황금기는 60세와 75세 사이다”라고 하루키 반대편에 섰다. 또한 미국 시인 사무엘 울만은 <청춘>이라는 시집에서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라고 노래했다.

시니어 노마드는 연장자(시니어)와 유목민(노마드)이 합쳐진 단어다. 지난 6월 은퇴한 이후 집도 팔고 78개 나라를 방문한 미국인 마이클(73)-데비(63) 캠벨 부부가 한국을 방문해 화제가 되었다. 그들은 냉장고 문에 ‘버킷리스트’를 붙여 은퇴기념 여행을 떠났다. 이후 길에서 5년째 16권의 여행노트를 작성했다.

부부는 이렇게 말했다. “나이가 많다고 좁은 세상에 갇히지 말아야죠. 꼭 우리처럼 여행일 필요는 없어요. 하고 싶은 것은 있는데도 ‘할 수 없는 이유’ 수십 가지를 만들어 피하지 말고 용기를 끌어모아 도전하세요.”

그렇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가는 것만으로 늙지 않고, 이상과 열정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게 된다. 그것이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 내 나름의 최면이자 비장의 무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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